▲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끝난 후 지난 22일 김해 삼방동의 장애인복지관에서 이동하(45)-김인경(49) 부부를 만났다.

  
 평창 동계패럴림픽서 4위 기록
'오벤저스'로 불리며 인기몰이
"다음엔 더 좋은 성과 낼 것"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지난 18일 열흘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알파인 스키, 스노보드, 아이스하키, 휠체어 컬링 등 총 6개 종목의 경기가 펼쳐졌다. 땀을 흘리며 선의의 경쟁을 치르는 선수들의 모습은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한국의 휠체어 컬링 대표팀, 일명 '오(五)벤저스'가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성(姓)이 전부 다르다는 뜻의 '오성'과 영웅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어벤저스'를 합친 이름이다. 선수들이 영웅처럼 각자의 개성을 살려 잘 활약했다는 의미로 팬들이 붙여줬다.
 
오벤저스는 스킵 서순석, 리드 방민자, 세컨드 차재관, 서드 정승원·이동하로 구성됐다. 이동하(45) 선수는 대표팀 중 유일하게 비수도권 출신으로 창원시립곰두리체육센터 소속이다. 그는 현재 김해 장유에 살고 있다. 지난 22일 삼방동의 장애인복지관에서 이 선수를 만났다.
 
한국은 예선에서 9승 2패, 전체 1위로 토너먼트(4강)에 진출했다. 공격과 수비의 균형이 좋고 위기에 강했다. 그러나 준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노르웨이에 패했고 3-4위전에서도 캐나다에 졌다. 최종순위 4위로 경기는 끝이 났다.
 
아내 김인경(49) 씨와 함께 나타난 이 선수는 밝고 평온해 보였다. 하지만 지난 경기에 대한 아쉬움은 감추지 못했다. 그는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와일드카드로 중간에 투입됐다. 처음부터 들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선수들도 가족들도 아까운 결과에 아쉬워했다"며 살짝 웃었다.
 
이 선수는 김해건설공업고등학교 건축과를 졸업했다. 96년 제대 후 건설회사에서 일을 하다 97년 4월 추락 사고를 당했다. 당시 스물네 살이었다. 그는 "현실을 빨리 받아들이는 성격이다. 당연히 힘이 들었지만 얼마 안가 툭툭 털고 일어났다. 재활 치료를 받고 3년이 지났을 무렵 주변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처음 도전한 종목은 론볼(Lawn Bowling)이었다. 잔디 경기장에서 볼을 굴려가며 치르는 경기다. 그는 2002년 아태장애인경기대회에 상비군으로 참여했고, 2007년 호주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결혼도 했다.
 
아내를 만난 것은 2006년 광주여성연대 생활체육교실의 론볼 강사를 맡게 되면서다. 아내 김 씨는 광주여성연대에서 간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았던 그녀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8년 전 건강하고 예쁜 아이를 낳았다. 아이 얘기가 나오자 두 부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결혼 후 이 선수는 종목을 테니스로 바꿨다. 어떤 운동이든 적성에 잘 맞았다. 2014년부터 경남 휠체어 컬링 선수로 활동하다 2016년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국내외 각종 대회를 석권하고 지난해 6월 평창 동계패럴림픽 국가대표로 최종선발 됐다.
 
이 선수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합숙 훈련이 다음 주 시작된다. 4월 말 국가대표 포인트를 매기는 첫 전국대회가 열리고, 7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뽑히면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갈 수 있게 된다. 4년 뒤 베이징 페럴림픽 출전을 목표로 꾸준히 연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 경북 의성에는 정말 좋은 컬링 연습장이 있다. 장애인들도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가까운 곳에 만들어 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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