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발병율 OECD 7배 ‘불명예’
완치 가능… 약물 조기중단은 위험

김해 환자 328명 전국 최고수준
외국인 근로자 체계적 관리 시급

 
지난 24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결핵의 날'이다. 많은 사람들이 결핵을 과거 먹고살기 힘든 시절의 질환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결핵은 지금도 전 세계 10대 사망원인 중의 하나로 해마다 사망자 수만 18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우리나라 결핵환자는 2017년 기준 3만6044명으로 인구 10만 명 당 발생률이 70.4명에 이른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34개 회원국 평균의 약 7배에 달해 '결핵 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186명으로 사망률 또한 OECD 평균의 5배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지나친 다이어트로 젊은 여성들 사이에 결핵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원인과 증상
결핵은 막대기 모양의 결핵균에 의해 발생하는 전염성 질환이다. 결핵 환자가 기침을 할 때 나온 미세한 침방울에 의해 전염되며, 환자와 접촉하는 사람 중에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결핵균이 침입하더라도 모두 다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 중 90% 정도는 평생 발병하지 않는다. 나머지 10%에게 나타나는데 절반 정도는 1~2년 내 나타나고, 나머지 절반은 10년 이상 지난 후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발병하게 된다. 증상이 없고 엑스레이 검사도 정상인 상태를 '잠복 결핵'이라고 한다. 과로와 스트레스, 영양 불균형 등으로 신체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잠복 결핵균들이 증식해 '활동성 결핵'이 되는데 이때 결핵에 걸렸다는 진단이 내려진다.
 
결핵균은 매우 천천히 증식하면서 몸의 영양분을 소모시키고, 조직과 장기를 파괴한다. 초기 증상은 기운이 없고 식욕이 떨어지며 체중이 감소하는 증상이다. 잠잘 때 식은땀으로 온몸과 베개가 젖기도 한다. 결핵이 진행되면 만성적인 기침, 가슴의 통증, 피가 섞인 가래를 보이기도 한다.
 
갑을장유병원의 임동현 진료부장은 "특별한 이유 없이 2주 이상 기침이 계속될 경우 결핵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치료와 예방
다행히 결핵은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다. 처음 치료를 받을 경우 치료효과가 좋고 부작용도 적은 1차 약제를 꾸준히 잘 복용하면 90% 이상 완치할 수 있다. 항결핵제 투약 기간은 보통 6개월 간이며, 증상에 따라 9개월~1년이 걸릴 수도 있다.
 
결핵이 의심되면 김해시 보건소나 5곳의 민간공공협력사업 참여병원을 찾아 무료로 진단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참여병원은 갑을장유병원, 조은금강병원, 중앙병원, 진영병원, 금강병원 등이다.
 
갑을장유병원의 임 부장은 "결핵 치료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약물 복용 조기 중단과 불규칙한 복용"이라며 "이는 결핵균이 약에 듣지 않도록 내성을 키워주는 결과를 일으켜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보다도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따라서 처방된 약제는 철저하게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하며, 임의로 중단하거나 줄여서는 안된다.
 
결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기침예절이 중요하다. 기침을 할 때는 반드시 옷 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이와 함께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으로 면역력을 높이고 주변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남도와 김해 결핵 현황
질병관리본부의 2017년 결핵환자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경남도의 결핵환자 수는 2395명(발생률 71.4명)으로 집계돼 전국 평균(70.4명)을 웃돌았다. 김해시의 경우 328명의 결핵환자가 있어 경남도 내에서 환자 수가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전국 시군 단위에서도 경기도 내 일부 시군과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경남에서 새로 발생한 결핵환자(신환자)는 1853명, 김해시는 242명으로 나타났다. 경남 지역 신환자는 남자가 1067명, 여자가 786명으로 남자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에서 10만 명 당 발생률이 100명을 웃돌며 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갑을장유병원의 임 부장은 "김해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잠복기에 있다가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체계적인 검진과 함께 올바른 개인위생 관리, 기침예절 교육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해시 보건소는 지난해 학교와 사회복지시설, 의료기관, 직장 등 89개 기관에서 결핵환자가 발생했으며, 환자 접촉자를 검진한 결과 140명의 잠복결핵 감염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김해시 보건소는 올해 '결핵 안심국가 실행계획'의 일환으로 집단시설 종사자와 외국인 등 2만명에 대한 검진 등을 통해 지역사회 내 결핵 전파를 차단시켜 나갈 계획이다.
 
김해뉴스 /정상섭 선임기자 verst@


 도움말  = 임동현 갑을장유병원 진료부장(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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