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부터 시작된 '미투(#Me Too)운동'이 2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터진 성폭력 문제로 나라 전체가 큰 충격에 빠지기도 했지만 아픔을 극복하고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긍정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 여성들은 미투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난 29일 김해외국인력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이주 여성들을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이를 통해 각 나라의 여성 인권 실태와 우리나라의 성차별 문제, 미투운동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김해뉴스는 최근 김해외국인력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이주 여성들을 만나 각 국의 여성인권 실태와 한국의 미투운동에 대한 인터뷰를 가졌다. 이주 여성들이 인터뷰를 마치고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보수적인 무슬림 사회 배경
성폭력 문제 거의 없어

 

최근에 제자 성추행 논란으로 배우 조민기가 자살했다는 소속을 들고 충격을 받았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가정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런 일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우즈베키스탄은 무슬림 국가여서 성과 관련된 문화가 엄격하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무슬림에 기반한 사회문화적 배경 때문에 지위나 힘을 이용한 성추행이나 성폭행은 보기 힘들다. 결혼하기 전 여자와 잠자리를 가진 남자는 심한 경우 여자 아버지한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또한 무슬림 율법에 따라 자기 부인 외에 다른 여자를 쳐다봐서도 안 된다. 성추행, 외도 등에 대한 사회적, 법적 처벌 수준이 매우 높아 그런 사실이 발각되면 모두 감옥에 가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여성의 경우 20살 무렵부터 결혼을 한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지위를 이용해 성추행을 하는 사례가 줄어들지 않은 것은 결국 교육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가정 교육이나 학교 교육을 통해 자기보다 힘없고, 약한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과 자세를 키워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 같다. 우즈베키스탄 노디라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



회사·학교서 성폭력 만연
한국의 미투운동 부러워

 

필리핀의 경우 아직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인 합의 수준이 낮은 편이다. 회사나 학교에서 성과 관련된 문제들이 많이 나타난다. 학교에서 체육시간 교사가 학생들의 몸을 쓰다듬거나 만지는 경우 적지 않다. 하지만 피해를 당한 여성이 어쩔 수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알려도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심각한 구타와 성폭행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수사를 해야 할 경찰이 가해자의 돈을 받고 사건을 흐지부지 종결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피해자도 돈이 없으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성 스스로 체념하는 경우도 많고, 주변의 성 관련 범죄를 알게 되더라도 신고를 잘 하지 않는다. 언론도 이런 기사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

여성인권이 열악한 필리핀과 비교해 볼 때 요즘 한국에서 일어나는 미투 운동은 부러운 부분이 있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 여성들이 보다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  필리핀 김마리아


 
여권 낮추는 성관광 근절해야
여성도 능력 갖춰 대우받길

 

태국은 한국과 비교해 여자의 사회ㆍ정치적 지위가 낮다. 성희롱과 추행도 많이 당한다. 성폭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해도 정당한 결과가 나오기 어렵고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쉬쉬하는 분위기다. 보통 피해자가 숨어지낸다.

악명 높은 태국 성 관광 산업도 이런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태국 유명 관광지에서는 여성 뿐만 아니라 미성년자들도 성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분명 수요가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성 관광 산업을 뿌리 뽑아야 한다.

태국 여성들이 당당하게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 능력있는 여성이어도 직장에서 남성보다 월급이 더 적다. 결혼하면 대부분 전업주부가 된다.

한국의 경우 경제 성장이 너무 빨리 이뤄져서 남녀평등에 대한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못한 것같다. 한국의 미투운동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다.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동안 말도 못한채 끙끙 앓았을 그들을 안아주고 싶다. 미투운동은 분명 미래에 도움이 되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남성구조 중심사회를 바꿔야 한다. 물론 여성들도 능력을 갖춰야 한다. 미투운동이 더욱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 태국 사와락 크라반푼


 
여성 사회 참여 낮은 편
미투 목소리 널리 퍼지길

 

캄보디아는 아직 여성의 목소리가 크지 않은 편이다. 얼핏 봤을 때는 한국과 여성 인권 수준이 비슷한 편인 것 같지만 정치, 교육, 시민운동 등을 비교해봤을 때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참여가 낮다.

기혼 여성 50~60%정도는 일을 하지 않고 전업 주부로 살아 가고 있다. 남성이 대학교까지 교육을 받는다면 여성은 고등학교 정도로 그치는 수준이다. 시골 지역으로 가면 그 편차가 더 크다.

생계를 위한 여성들의 사회 참여는 늘었지만 정치계는 여성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남성 중심적인 정치가 이어지다 보니 여성을 위한 제도 마련이 어려운 것 같다. 또한 시민단체나 여성단체의 활동도 미미하다.

지금까지 한국의 '미투 운동'과 같은 성폭력에 대한 공론화가 일어난 적은 거의 없었다. 캄보디아는 아직까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심한 나라다.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돈이 있으면 감옥에 가지 않을 수 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는 보복의 두려움 때문에 피해 사실을 폭로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가정에서는 여성들에게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밤 7~8시면 집에 들어오라고 교육하기도 한다.

'미투'를 외칠 수 있는 보호 장치가 없는 캄보디아의 입장으로 봤을 때 한국의 미투운동이 부럽기도 하고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운동이 많이 퍼져 피해를 입어도 말할 수 없는 나라에도 피해자를 위한 보호 체계가 생겨났으면 좋겠다. 캄보디아 김완주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


그 외 나라

이주 여성에 대한 성추행 심각
2차 피해 없도록 시스템 필요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인도네시아·베트남 출신의 인력지원센터 직원들도 미투운동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인도네시아 이주 여성은 "한국에서 미투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외국에서 온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은 여전히 낮은 것 같다"며 "버스 옆자리에 앉은 남성이 이주여성임을 알고 몸을 더듬는 등 성추행을 시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버스나 지하철 정류장에서 5~60대 남성이 “어느 나라에서 왔냐, 나랑 놀러가자”고 말을 걸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의 한 여성은 "한국은 고위직의 경우 남성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 같다. 그러나 베트남에서는 남녀 관계없이 능력만 있으면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여성들이 쉽게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것은 취업의 기회가 적어 스스로 '을'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여성들이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보호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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