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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소녀 활약에 의병과 선비 숨결 되살아난 고장활력 충전! 여행&나들이 (31) 경북 의성
  • 수정 2018.04.04 11:00
  • 게재 2018.04.04 09:38
  • 호수 367
  • 14면
  • 정순형 선임기자(junsh@gimhaenews.co.kr)
▲ 민간 주택으로서는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라는 만취당. 류성룡이 태어난 집으로 유명하다.

 

가로숲 아름다운 사촌마을
명필 한석봉이 현판 쓴 만취당
특산물슈퍼는 무인판매장

사명대사의 식량 기지였던 고운사
돌담과 기둥이 아름다운 빙계서원
노을빛 물안개, 가음저수지엔 강태공



평창올림픽이 낳은 인기 스타, 마늘소녀들 덕분에 갑자기 유명해진 경북 의성. 소백산맥 아래 봄볕이 이끄는 길을 따라 흘러간 의성 투어는 의병과 선비의 숨결이 살아 있는 사촌마을에서 시작됐다.
 
"여자컬링 은메달! 장하다 의성의 딸!"
 
마을 입구에는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마늘소녀들의 쾌거를 자축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영미! 영미!'를 외치던 파이팅과 강렬한 집중력으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마늘소녀들 덕분에, 사촌마을을 비롯한 의성을 찾아주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는 귀띔이다.    
 

▲ 상수리 나무 등이 울창한 사촌가로숲.


마을 주차장 옆에는 커다란 숲이 있다. 수령이 400~600년에 달하는 상수리나무와 느티나무 등이 1050m에 걸쳐 늘어선 사촌가로숲이다. "서쪽이 허술하면(사촌마을에) 인물이 안 난다"는 풍수지리설에 따라 나무를 심었다는 안내문이 있지만, 실제로는 "샛바람을 막아서 삶의 터전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방풍림"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숲길이다. 요즘 말로 하면 주민 자치로 인공조림에 성공한 모범 케이스라면 어떨는지.
 

▲ 가음저수지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위 사진). 박목월 ‘시’가 정겨운 사촌마을 입구.

사촌가로숲 옆에는 점곡면 새마을부녀회가 운영하는 농산물 판매장이 있다. 의성이 자랑하는 마늘을 비롯해서 사과, 좁쌀, 표고버섯 등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초미니슈퍼다. 사과 10여 개가 담긴 비닐봉지를 집어들고 계산을 하려니, 돈을 받는 사람이 없다. "탁자에 놓인 나무금고에 돈을 넣으면 된다"는 안내문이 적혀 있을 뿐이다. 무인판매장을  운영할만큼 정직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촌마을에서 사과를 샀다는 이유만으로 품격이 높아진 느낌이다. 사촌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벽화가 그려진 담벼락이 이어진다.
 
"가만가만 들어보자/ 조용조용 들어보자/ 학동들 글 읽는 소리/ 의병들의 함성소리(중략/ 기와의 바다/ 불바다 되었어도/ 새로이 돋는 충의의 유향/ 우리 모두의 4촌마을"
 
대구에서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3년 전에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마을 주민이 쓴 시가 새겨진 담벼락이 정겹다.
 
마을 중간에는 류성룡의 외가인 만취당이 있다. 류성룡의 조카뻘인 김사원이 1582년부터 3년에 걸쳐 지었다는 목조건물이다. 명필 한석봉이 쓴 현판이 남아 있는 집이다.
 
완공된 후 7년 만에 터진 임진왜란에 이어 1895년 명성황후시해사건과 단발령에 항의하는 의병전쟁과 6·25 전쟁을 겪고도 살아남은 목조건물이라는 설명이 눈길을 끈다.
 
흉년이 들면 창고 문을 열어서 어려운 사람을 돕다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을 모아서 왜군에 저항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던 김사원의 삶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고개가 숙어진다.
 

"(이 집에) 김사원의 후손이 살고 있느냐"는 질문에 "난방이 제대로 안 되는 목조 건물이라 겨울에는 대구로 나갔다가 따뜻한 봄이 되면 (종손이) 돌아와서 가을까지 사는 살림집"이라고 했다.
 

▲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고운사.

만취당 뒤편에는 점곡초등학교가 있다. 한때 전교생이 1000명이 넘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학생 10명과 교사 6명이 모여서 오손도손 정을 나누는 초미니 학교라고 했다. "올해는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어 조만간 폐교될 위기에 몰렸다"는 설명에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발길을 돌려 자동차로 15분가량 달려가면 고운사가 있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지은 절이지만 중간에 리모델링한 최치원의 호를 따서 고운사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사찰이다.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었던 사명대사가 식량 기지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절이다. 절 마당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이 전해주는 봄소식이 정겹다.

마지막 코스로 찾아간 빙계서원. 얼음골이라는 뜻을 가진 깊은 산골짜기에 자리 잡은 사액서원이다. 조선시대 정부 지원금을 받아서 운영하는 지방사립대학에 해당하는 곳이라고 했다. 류성룡과 김성일, 이언적 등 영남을 대표하는 성리학자들의 학문 세계를 이어받았다는 빙계서원. 고풍스러운 돌담과 기둥이 유난히 굵은 대문이 인상적이다.
 

▲ 남인 성리학자들의 정신을 기리는 빙계서원.

 
큰 뜻을 품은 젊은이들의 배움터답게 분위기가 차분한 빙계서원을 뒤로하고 눈 녹는 소리가 들리는 빙계계곡을 떠나오는 길. 노을빛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가음저수지에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그렇게 재충전하는 기회를 가지기 위해 여행을 떠나나 보다.

의성=김해뉴스 /정순형 선임기자 junsh@


▶경북 의성 / 경북 의성군 점곡면 점곡길 17.
가는방법=중앙고속도로(81㎞)→경부고속도로(17㎞)→중앙고속도로(49㎞) 약 2시간 2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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