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 내동 연지공원 인근에 자리한 대한항공아파트의 철거를 앞두고, 지역주민들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6월까지 소음·비산먼지 등 불가피
주민 "35층 높이 조망·일조권 침해"
시행사 "갈등요인 최소화할 수 있게 노력"


 
사실상 빈 아파트로 방치됐던 김해시 내동 연지공원 옆 대한항공 아파트가 철거되고 최고 35층 규모의 새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이지만, 철거작업부터 시행사가 인근 주민에게 제대로 된 통보를 하지 않아 양측의 첨예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주민들은 당장 여름까지 계획된 철거로 인해 소음, 진동, 비산먼지 등의 발생을 크게 우려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35층 아파트 건립으로 일조권, 조망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지난 3일 김해시와 시행사인 엠디엠플러스에 따르면 이번 달부터 대한항공 아파트의 본격적인 건물 철거작업이 시작된다.
 
대한항공 아파트는 내동 121-2번지 부지 6만여㎡에 936세대 규모로 조성된 노후아파트다. 대한항공 직원들의 숙소로 쓰던 이 아파트를 한국자산신탁이 매입했고, 이 회사의 개발계열사인 엠디엠플러스가 시행을 맡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엠디엠플러스는 이 자리에 기존 아파트를 철거하고 8~35층 높이 건물 11개동, 812세대 규모의 새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다.
 
건축허가를 앞둔 시점에서 대규모 철거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5층 높이의 어방동 주공아파트를 해체하고 신성미소지움 아파트가 재건축된 사례가 있지만 이렇게 김해 도심 한 가운데 고층아파트가 철거되는 건 처음이다.
 
철거는 서울의 한 전문업체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6일 철거 신고를 하고 15일 승인을 받아 펜스 설치, 화장실 천정 석면 등 내부시설물 제거 등 사전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구조물 잔해 일부가 추락했고, 건물을 해체하기도 전에 관련 민원이 시청에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주민들은 비산먼지, 소음, 진동 발생이 불가피한 철거공사가 6월 말까지 진행되면 여름철 창문도 열지 못하고 생활할 수밖에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대한항공 아파트 주변에는 이진캐스빌 1·2단지 아파트 1178세대, 홍익그린빌 708세대, 한진그룹사원아파트 474세대 등 아파트 2500여 세대와 양지유치원, 통도사 말사인 바라밀선원 등이 인접해 있다.
 
인근 주민의 대규모 민원 발생이 예상되면서 김해시는 철거 과정에서 비산먼지 등을 줄이기 위한 자동살수시스템 설치를 요청했지만 해당 철거업체 측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거업체 관계자는 "전문 작업자들이 살수작업을 진행해 먼지 발생을 줄이고, 가위모양 크라샤로 콘크리트 벽을 하나씩 집어내는 저소음 공법을 사용해 피해가 경감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 번에 3개 동씩 철거해 6월 말까지 철거를 끝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행사와 철거업체가 주민설명회 등 사전에 의견조율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서 인근 주민들의 반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시행사는 시공사를 아직 선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건축허가를 받지 못했다.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건축위원회 심의, 교통영향평가 등을 거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 건설로 인한 일조권 침해와 조망권 악화까지 우려하고 있다. 정용철 이진캐스빌 1단지 입주자 대표는 "주민설명회나 공청회 등 양해 과정 없이 철거를 시작했다. 벌써부터 내부 해체작업에서 나온 철판 등을 밖으로 던지고 있다. 고층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일조권 침해 뿐 아니라 교통혼잡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엠디엠플러스 관계자는 "대한항공아파트 소유권 이전이 늦어지면서 불가피하게 철거가 지금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며 "일조권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진캐스빌 2개동 일부에 피해를 준다고 나온다. 하지만 인근 유치원의 일조 등을 고려하면 (인허가 과정에서) 지금까지 계획한 설계도대로 동위치와 층수가 정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인근 주민들과 적정 수준의 협의가 필요하다. 갈등요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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