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는 중소기업과 공장이 들어서고 인구유입이 급속도로 증가하자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금관가야의 콘텐츠를 앞세워 '역사문화의 도시'로 운영할 지, 산업화의 바람을 타고 '신흥 공업도시'로서 성장할 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시는 결국 시민의식이 정체성을 결정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문화가 성숙되면 시민들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믿었다. 미래사회의 경쟁력은 독서로 터득한 지식에서 결정된다고.  또 ‘책 읽는 도시’ 콘텐츠가 관광과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책 읽는 도시 김해'는 이렇게 시작했다. 김해뉴스는 국내외 책도시·책마을 탐방을 통해 김해가 선진 책도시로서 나아가야할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 김해지역의 한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공공도서관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독서프로그램 덕분에 청소년과 성인들의 도서관 이용률도 높아지고 있다.

 

2007년 ‘책 읽는 도시 김해’ 선포
기적의도서관 등 특화도서관 건립

도서관 내 독서프로그램 다채로워
남녀노소 어울려 책 읽는 문화 조성

도서선정단, 매년 ‘김해의 책’ 선정
말하기대회, 독서릴레이 등 활발




■'책 읽는 도시' 첫발을 내딛다
올해는 시가 '책 읽는 도시'를 선포하고 대중 독서운동인 '김해의 책' 사업을 진행한 지 11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해 11월 허성곤 시장은 김해 북페스티벌에서 새로운 독서문화 정책사업 슬로건 '대한민국 책의 수도, 김해'를 발표하기도 했다. 시가 독서문화와 도서관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만큼 더욱 역동적으로 책읽기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의지를 담아낸 것이다.
 
오는 8월 31일~9월 2일에는 국내 최대의 독서 문화축제인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국립김해박물관 등 가야의 거리 일원에서 펼쳐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대한민국 책의 도시'로 김해를 선정한 상태다.
 
이렇듯 김해가 '책 도시'로 성장하기까지 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시는 2007년 7월 31일 김종간 전 시장을 비롯해 김해교육청, 도서 관련 관계자와 책읽기 문화운동을 통해 도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책 읽는 도시 김해 추진협의회'를 창립했다. 도시의 양적성장과 더불어 질적 성장도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해 8월 1일 시와 비영리법인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책 읽는 도시 김해' 만들기 협약을 체결하고 '책 읽는 도시 T/F팀'을 구성해 10월에 '책 읽는 도시' 선포식을 가졌다.
 

▲ 어린이 도서관으로 조성된 김해기적의도서관 전경.


■책 도시 발전 위한 인프라 구축
시는 2011년 장유 율하에 어린이 도서관인 김해기적의도서관을 준공했다. '기적의도서관'은 '책읽는 사회 문화재단'이 지자체들과 함께 2003년부터 진행해 온 어린이전용도서관 건립 프로젝트다. 김해는 전국에서 11번째이다.
 
기적의도서관은 '조용한' 기존 도서관 분위기와는 다르다. 상설·특별 프로그램으로 나눠 도서관을 찾는 어린이,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도서관 앞마당에서 진행되는 '기적의 놀이터', 도서관을 견학하는 '책꾸러기 탐방대', 아빠들의 독서모임인 '좋은 아빠모임' 등 모든 연령의 이용객이 직접 참여해 도서관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에 도서관을 설치하고 지역 곳곳에 공공·작은도서관 확대, 통합도서관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김해를 책도시로 성장시키기 위해 인프라를 구축했다. 현재 시에 등록된 공공도서관은 7개소, 작은도서관은 총 53개소다. 오는 5월 율하동에 개관하는 김해서부문화센터에는 공공도서관인 율하도서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기적의도서관뿐만 아니라 공공도서관에서도 다양한 독서진흥프로그램이 기획·운영되고 있다.
 
화정글샘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 내부에서 기획한 인문학 강의나 독서프로그램, 미술전시, 만들기 체험 등도 시민들의 참여도가 높다"고 말했다. 

 
■독서 진흥의 중심 '김해의 책'
'책 읽는 도시 김해'의 중심에 '김해의 책' 사업이 있다. '김해의 책'은 지역 초·중·고 교사와 공공도서관 사서, 독서관련 시민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김해의 책 추진협의회가 결정했다. 추진협의회가 후보 도서를 추천, 압축하고 시민여론조사를 통해 대표도서와 어린이도서를 선정했다.
 
시는 지난해부터 도서선정을 위한 실무단인 '도서선정단'을 새로 구성해 체계적인 도서선정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매월 후보도서를 2~3권씩 추천하고 토론한 후 최종후보 도서를 압축해 시민여론조사를 거쳐 선정하는 것이다. '2018 김해시 올해의 책' 대표도서에는 김민섭 작가의 '대리사회'를, 어린이도서에 성현정 작가의 '두 배로 카메라'를 각각 선정했다.
 
'김해의 책' 세부 사업으로 작가와의 만남과 독후감 공모, 어린이 도서를 각색해 아동극으로 만든 '가족극' 공연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16년에는 작은도서관 주도 하에 열린 '김해의 책 말하기 대회'가 눈길을 끌었다. 관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민간기관이 설계부터 운영까지 주관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졌다.
 
김해도서관 관계자는 "김해의 책에 관련한 독후감과 독서릴레이 행사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김해의 책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



“책과 가까워지니 도서관 이용도 활발”

책두레, 북스타트 이용률 높아
독후행사로 독서수준까지 파악


"김해의 책 사업으로 인해 독서가 즐거워졌어요!"

10여 년간 진행된 김해의 책 사업과   관련해 도서관 관계자들은 “김해시민이 한층 책과 가까워진 느낌”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진영한빛도서관 관계자는 "유아들에게 책을 지원해주고 전문 강사가 그림책을 읽어주는 북스타트 프로그램은 10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공공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도서를 가까운 작은도서관으로 배달하는 책두레 서비스도 이용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장유도서관에 상주하고 있는 유행두 동화작가는 "도서관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책을 향한 김해시민들의 관심이 이렇게 뜨거운지 몰랐다. 김해의 책 사업으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느낌을 받았다. 주말 독서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다. 도서관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도서관 이용자 김정은(32·내외동) 씨는 "매년 김해의 책이 선정될 때마다 설렌다. 남녀노소가 한 책을 읽으며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 행사 때 대표도서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큰 기쁨"이라며 웃었다.

김해도서관 이은주 사서는 "김해의 책이 선정될 때도 시민들의 투표로 진행된다.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다만, 성인과 아동도서를 나눠 선정해 청소년이 소외받는 느낌도 든다"고 지적했다.

2018 김해의 책 도서선정단 김은아 위원장은 "김해의 책 사업으로 인해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책을 가까이하고 있다. 독후감 등 관련 행사로 이들의 독서수준까지 파악할 수 있다. 북카페에 김해의 책을 지원하는 등 시민들에게 책이 가까워 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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