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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과 막말의 정치학편집국에서
  • 수정 2018.04.11 09:23
  • 게재 2018.04.11 09:18
  • 호수 368
  • 19면
  • 정상섭 선임기자(verst@gimhaenews.co.kr)
▲ 정상섭 선임기자

"위원장과 악수조차 할 줄 몰랐는데 너무너무 영광이었고요."
 
4·27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문화교류 차원에서 평양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예술단의 뒷 이야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예술단의 유일한 아이돌 그룹인 레드벨벳의 한 멤버가 공연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한 인터뷰 내용 때문에 종북 아이돌이라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일부 보수언론들도 "세습왕조의 세 번째 왕이자 연평도 포격을 한 장본인인 김정은이 한국 가수가 영광스러워하는 존재가 됐다"고 비난하며 논란에 가세했다. 이른바 '종북 프레임'이다.
 
프레임은 언론이 세상을 보여주는 창이다. 언론은 프레임을 통해 자신이 선택한 사건을 전달하며, 독자는 그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예술단의 평양 공연을 둘러싸고 아이돌 그룹 공연이 가능할 만큼 북한이 변화했으며 남북 화해에 물꼬를 텄다는 긍정적인 프레임도 있다. 반면 남북 정상회담을 불편해하고 작은 꼬투리를 잡아 북한 비판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보수 언론의 불편한 프레임이 공존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 프레임이 최근 화제에 오르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막말 논란' 비판에 대해 "프레임에 가둔 것"이라며 막말이 아닌 '서민적 용어', '알기 쉬운 비유법'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를 막말 프레임에 가둔 것의 출발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말에서 출발한다"며 "서거했다는 말을 했다면 그런 프레임이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홍 대표는 그동안 바퀴벌레, 암덩어리, 연탄가스, 영감탱이 등 숱한 막말로 당 안팎에 논란을 일으켜 왔다.
 
흥미로운 점은 홍 대표가 올해 초에는 비판 여론에 대해 '막말이 아닌 팩트'라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막말이 많다'라는 지적이 나오자 "팩트를 이야기할 때 가장 가슴에 상처를 많이 받습니다. 그걸 막말이라고 하죠"라고 대답한 것이다.
 
정치는 흔히 '말의 예술'이라고 일컬어진다. 한편으로 정치인의 말은 평소 갖고 있는 속마음과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화여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꼴 같지 않은 게 대들어 패버리고 싶다"(2011년 10월, 홍대앞 대학생 면담에서), "니들 면상 보러온 거 아니다. 네까짓 게"(2012년 12월, 종편 방송국 경비원에게),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냐"(2016년 7월,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여영국 경남도의원에게)는 그의 표현대로 하면 '팩트'인 셈이다.
 
미국의 언어학자 놈 촘스키 교수는 "언어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직접적으로 반영한다"며 언어와 정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바 있다. 홍 대표의 막말들을 단순한 실수나 상대편의 프레임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까닭이다.
 
막말은 오만함이나 자기 과시에서 나올 수 있다. 열등감 아니면 초조함의 발로일 수도 있다. 문제는 막말의 정치학이다. 적절한 순간에 미끼처럼 던지는 막말은 맹목적인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거둔다. 어찌됐든 화제성과 인지도는 올라가고, 나중에는 국민들이 그것을 잊어줄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한다.
 
하지만 '막'이라는 접두어는 품질이 낮은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을 뜻하기도 한다. '프레임'이라는 말로 자신의 막말 논란 초점을 흩트리지 말고, 그 막말이 자신을 어디로 이끌지 마지막으로 한번 더 심사숙고하기를 홍준표 대표에게 권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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