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는 뭐가 맛있어요?"
 
부산에서 지인이 올 때마다 듣는 질문이지만 영 시원한 답을 찾기 어렵다. 김해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보니 김해의 맛집은 꽤 아는 편이라고 자부하지만 이런 질문 앞에서는 김해가 꼭 낯선 도시가 된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결국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꽤 맛있지만 어느 지역이나 있는 푸짐한 밥집, 돈가스 가게…. 조금 더 나아간다면 동상동 외국인거리에 있는 외국인 음식점 정도다. 심한 경우는 어딜가도 실패하지 않는 전국 단위의 프랜차이즈 맛집을 찾는다. 
 
사실 이 피할 수 없는(?) 질문에 맛집을 소개해 후기가 나빴던 경우는 크게 없었다. 그러나 맛있게 식사를 마친 후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해를 찾은 이에게 진짜 '김해의 맛'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해의 맛을 제대로 모르는 개인의 탓도 크지만 '김해의 맛'이라고 했을 때 딱히 떠오르는 음식이나 장소가 없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 김해에는 정말 '괜찮은 맛'이 없는 걸까. 
 
김해는 지리·역사적으로 풍부한 먹거리가 발달한 곳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비닐하우스 재배가 시작됐으며 서낙동강 하류와 접해 있어 민물고기가 많이 잡힌다. 또한 전국 최대 규모의 축산물 공판장이 있어 양질의 육고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해시는 2013년 김해를 대표하는 먹거리인 '김해 9미'를 선정해 발표한 적이 있다. 김해 9미에는 불암장어, 동상시장 칼국수, 진영갈비, 김해뒷고기, 한림 화포 메기국, 내외동 먹자골목, 서상동 닭발골목, 대동 오리탕, 진례 닭백숙이 이름을 올렸다.
 
9미를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보면 다들 고개를 끄덕일 만큼 오랜 전통을 가진 김해의 자랑 먹거리다. 그러나 김해9미를 찾아가기는 결코 쉽지 않다. 서상동 닭발골목은 안내표지판도 하나 없이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어 이 곳을 찾는 이가 많지 않다. 대동면 오리탕, 진례 닭백숙, 진영갈비, 김해뒷고기 역시 특정 가게명을 검색해서 길을 나서는 것이 아니라면 찾아가기 어렵다. 한 곳에 관련 먹거리가 모여있지 않은 경우도 많고 '영덕 대게'와 같이 먹거리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잘 알려진 곳인 불암 장어마을은 2004년 부산신항 배후도로 건설로 절반이 불암동 분도마을 인근 낙동강변으로 옮겨지면서 힘을 잃었다. 낙동강변에 새로 조성된 강변 장어마을에는 장어마을을 잘 알려주는 커다란 간판이 들어서 있고 무료 주차공간까지 조성돼 있지만 아직까지 과거 장어마을의 영광을 되찾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불암동 민물장어촌'을 살리기 위해 오는 6월 30일~7월 1일 양일간  '제1회 장어와 함께하는 불암동 문화축제'가 열린다. 불암장어와 지역의 발전을 위해 장어촌 상인들은 수십 년만에 상인회를 조직했고 지역의 기획가들이 손발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의지와 김해시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불암동 장어축제에 거는 지역민들의 기대가 크다. 이 축제가 장어마을 뿐 아니라 김해 9미, 즉 김해 먹거리 활성화를 위한 좋은 선례로 남을지 관심이 모아지기 때문이다. 
 
김해의 맛이 알려지기 위해서는 축제뿐 아니라 지속적인 홍보와 먹거리촌 정비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불암동 축제를 계기로 김해의 먹거리에 대한 지자체와 시민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역사·관광 일번지'를 꿈꾸는 김해가 식도락 여행의 천국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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