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관호 '일만 개의 선물(Ten Thousand Gifts)'.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기획전
한국·영국 작가 '휴머니즘' 주제로
오브제·드로잉 등 작품 44점 선봬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오는 9월 2일까지 돔하우스에서 상반기 기획전 '휴머니즘-인간을 위한 흙의 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영국의 도자예술을 소개하는 자리로 양국의 문화교류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 인간, 사회, 환경, 소통, 공동체 등 비슷한 관심사를 주제로 작업하는 10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도자타일, 오브제, 드로잉 등 4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관 1층 중앙홀에 들어서면 우관호 작가의 '일만 개의 선물'이 진열돼 있다. 다양한 크기의 어린아이 두상과 일본의 타누키(너구리)가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관람객들은 이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해 가져갈 수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장소, 사물, 사람과 함께 사진을 찍어 보내면 작가는 받은 사진을 전시장 또는 각종 SNS를 통해 공개한다.
 
우 작가는 "작품의 목적은 소통이다. 일반적으로 예술 작품은 미술관이나 개인이 소장하게 된다. 일부러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다. 작품을 나누면 일상에서 많은 분들이 감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목적인 소통도 이뤄진다. 작가와 관람객이 같이 하나의 예술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갤러리1에는 이바 마스터만과 크리스티 브라운의 작품이 전시된다. 두 작가는 인간·동물·사물과의 소통, 교류를 소재로 다룬다.
 
이바 마스터만은 영국에서 만든 다양한 형태의 세라믹 오브제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가구, 선반, 기타 도구들이 최적의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조합하는 작업을 했다. 특히 작품 '나를 만지고 사용하세요'는 제목 그대로 관람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관객들은 오브제를 매개로 작가와의 관계를 형성한다.

▲ 이바 마스터만(Eva Masterman) '나를 만지고 사용하세요(Touch Me, Use Me)', 윤정선 '정원사의 기억(A Gardener's Memories)', 크리스티 브라운(Christie Brown) '앰비카의 꿈(Ambika's Dream)'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

크리스티 브라운은 인간의 내면을 동물의 얼굴로 형상화 하는 작업을 해왔다. 작품 '앰비카의 꿈'은 영국 런던에 위치한 전시 공간 '앰비카 P3'을 바탕으로 한다. 스와라지폴 경이 어린나이에 세상을 떠난 딸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앰비카 재단'이 지원하는 공간이다. 작가는 앰비카가 생전에 좋아했던 런던 동물원의 풍경을 작품에 연출했다.
 
2층 갤러리2에서는 작가 클레이 투미, 석창원, 윤정선, 고사리 레볼루션, 피비 커밍스, 맹욱재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클레이 투미는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작품 '교환'을 제작했다. 총 1552개의 커피 잔을 설치하고 그릇 표면에 영국 전역에서 수집한 다양한 선행 목록을 담았다. '하루 동안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하기', '설날에 독거어르신 초대하기' 등이 기록돼 있다. 작가는 관람객들에게 선행을 한 가지 씩 실천할 것을 당부한다.

▲ 맹욱재 '세 개의 정원(3GARDENS)' (왼쪽 사진), 클레어 투미(Clare Twomey) '교환(Exchange)'.

석창원 작가는 도자와 회화로 선과 악, 이성, 감성 등 복잡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표현한다. 주로 인간의 얼굴을 조각하고 드로잉 해왔다. 그의 도자 조각에는 어김없이 노랑나비가 등장한다. 유충이 나비가 되기 위해 반드시 번데기 과정을 거쳐야하듯, 자아성찰을 통해 이상적인 세계로 향하는 작가의 의식이 반영됐다.
 
석 작가는 "자화상 시리즈로 시작했으나 최근에는 홍석천 씨의 얼굴로 작업을 하고 있다. 그가 가진 이미지가 내가 평소 다뤄왔던 주제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현대인의 내면을 드러냄으로써 관람객에게 승화, 치유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전했다.
 
윤정선 작가는 여성의 공간, 꿈, 기억 등에 관한 개인적 생각들을 회화와 세라믹 오브제로 표현한다. 그는 작품 '정원사의 기억'을 통해 꿈을 상실하고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외로운 영혼을 치유하고자 했다. 윤 작가의 회화에는 대개 여성의 뒷모습과 아이들이 등장한다. 

▲ 고사리 레볼루션 '그림자 노동자'

그는 "입체조형을 인위적으로 잘라 2차원으로 만든 뒤 캔버스 위에 인물들을 붙이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배경에 여인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그려 넣었다. 여인과 이야기를 결합시킨 작품으로 관람객들과의 또 다른 소통을 꾀했다"고 설명했다.
 
고사리 레볼루션은 김 진·백원경 작가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혁명을 이뤄보자'는 취지에서 만든 프로젝트 팀이다. 이들은 한국과 영국의 도자 산업을 조사하며 발견한 공통점을 소재로 활용했다. 이들은 노동자의 도자기 제작 방식을 똑같이 따르며, 수작업으로 작품들을 제작했다. 두 작가는 노동의 가치에 대해 공감하며 노동자의 인권에 대해 대중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영국의 피비 커밍스는 이번 전시에   '임계질량', '녹턴' 등의 작품을 냈다. 그는 가공되지 않은 흙을 사용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식물의 형태를 만든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생태계 손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 목적이다.
 
피비 커밍스는 여러 형태의 식물을 모아 섬세하고 풍부한 새로운 종을 만들었다. 흙으로만 구성된 이 식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변형되고 부서져 간다. 변형되는 과정은 사진과 영상으로 남겼다.

▲ 피비 커밍스(Phoebe Cummings) '임계 질량(Critical Mass)' (왼쪽 사진), 석창원 '아브락삭스 (Abraxas)'.

맹욱재 작가의 작업은 구제역으로 인해 소, 돼지, 닭, 오리 등을 대량으로 죽여 땅속에 매장시킨 한국의 현실에 초점을 뒀다. 그는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발생하는 생태계의 위험을 경고한다.
 
설치 작품 '세 개의 정원'에서는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로 인한 생물들이 변이를 보여준다. 서로 다른 세 개의 시각에서 인간 중심적 환경에 놓인 생명들이 처한 환경을 알려준다. 또한 생태 중심주의로 변화해야 하고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전한다.
 
전시를 기획한 김승택 큐레이터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과 그 속의 모든 존재들이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야한다. 이번 전시가 인간과 사회, 그리고 환경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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