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채소의 대표주자 중에 하나가 부추다. 특히 기나긴 겨울을 지나 처음 땅을 뚫고 올라온 놈을 베어낸 것을 초벌 부추라 한다. 봄 부추는 차라리 약이다. '초벌부추는 사위도 안준다' '봄에 나는 첫 부추는 인삼 녹용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등 칭찬 일색이다. 초벌 부추는 갈아서 생즙으로 먹던지 생으로 무쳐서 먹지, 부침개로는 먹지 않는다. 부추를 많이 먹으면 안방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말까지 있다. 부추를 먹으면 정력이 세지고, 정력이 세지면 부인을 바깥으로 내보내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나는 경상도 사람이라 그런지 부추보단 정구지가 더 편하다. '정구지 찌짐'. 완벽한 경상도 사투리라 서울 사람들은 못 알아듣는다고 하니 우습다. 부추전 보단 정구지 찌짐이 훨씬 정겹지 않은가? 정구지라는 경상도 사투리도 순우리말이 아닌 한자어로서 풀어보면 정력을 오랫동안 지속시킨다는 뜻이다.
 
어찌됐든 일반인에게도 부추는 자양강장의 채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예로부터 사찰에서 수행을 위해 특별히 먹지 못하게 하는 음식이 있다. 이를 오신채라 하는데 마늘과 파, 달래 등과 함께 부추가 들어간다. 이들 식물의 성질이 맵고, 향이 강하기 때문에 마음을 흩뜨려 수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모두가 정력제들이기 때문이다.

부추는 전국 어디에서나 자생하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자란다. 다른 채소와 달리 한 번만 종자를 뿌리면 그 다음 해부터는 뿌리에서 싹이 돋아나 계속 자란다. 봄부터 가을까지 여러 번 잎만 잘라 먹을 수 있으니 참 좋다. 여름철에 잎 사이에서 푸른 줄기가 나와 그 끝에 흰색의 작은 꽃이 피고 열매는 익어서 저절로 터진다. 이렇게 결실한 씨앗은 한방에서 구자 혹은 구채자라고 하여 약재로 쓴다. 남성들이 정력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요통에 좋다. 여성의 경우도 대하증을 동반한 요통에 부추 씨를 이용하며, 전립선의 기능 증진에도 많이 이용한다. 부추는 영양학적으로도 비타민 A · B · C와 카로틴, 철 등이 풍부해서 혈액의 생성과 순환에 좋은 식품이고 항 산화력도 뛰어난 식품이다. 시쳇말로 부추만큼 뛰어난 가성비를 가진 식재료는 없을 것 같다.
 

다산 정약용의 다산시문집에 '누가 알겠는가, 유랑의 부엌에서 날마다 삼구반찬 마련하는 것을...'라는 싯구가 있다. 예전엔 부추를 구, 혹은 구채라고 불렀다. 여기서 삼구란 세 가지 부추를 말하는데 날 부추, 삶은 부추, 부추김치를 말한다. 평생을 청렴하게 살았던 선비인 유랑의 반찬을 두고 말한 것인데 고려나 조선의 선비들은 세 가지 부추반찬을 기억하며 자신의 청렴을 유지했다고 한다.
 
이렇듯이 가난한 삶을 얘기할 때에 부추를 등장시키지만 또한 귀하고 소중한 채소 역시 부추였다. 궁중에서 제사에 사용하거나 죽, 채소반찬으로 부추가 단골메뉴였다. 제사 음식에 대한 기록으로 '세종오례의'에는 제사상의 첫째 줄에 부추 나물을 놓고 무나물이 그 다음이며 둘째 줄에 미나리나물을 놓는다고 했다. 조선중기의 '사계전서'에는 봄에는 부추, 여름에는 보리, 가을에는 기장, 겨울에는 벼로서 하늘에 제사를 올린다고 했으니 부추라는 것이 흔하지만 귀하게 다루어졌음을 엿볼 수 있다. 예로부터 부추는 백성들에게 매일의 양식이었고 청렴한 선비의 상징이자 하늘에 드리는 소중한 제물로서 우리와 함께한 음식이다.
 
동의보감의 기록에서 부추는 간의 채소라 하여 담아 놓고 늘 먹으면 좋다고 했을 정도로 간 기능을 강화시키는 데 좋다. 본초강목에는 천식을 다스리고 어패류의 식중독을 치료하고 지금의 당뇨병인 소갈에 좋다고 기술되어 있다. 한약재로서 부추의 약성은 맵고 달며 따뜻하다. 주로 소화기인 간, 비위를 도와서 소화효소 분비 등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부추를 먹는데 주의할 부분도 있다. 평소 위산과다나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경우나 몸에 열이 많은 사람, 특히 자신이 토양체질이라면 과식하지 말아야 한다. 
김해뉴스 /조병제 한의학·식품영양학 박사 부산 체담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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