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태어나서 우리가 부모로부터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말'이고 살아가면서 자신들의 품격에 미치는 부모의 언어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아기가 '엄마' 소리를 흉내 내기까지는 수천 번 이상 반복된 어머니의 훈련과 인내가 필요하다. 예로부터 유아가 옹알이 할 때 아기 엄마는 나름의 온갖 해석을 보태 하루 석 섬 가량의 거짓말까지 한다고 했다.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저서 <부의 미래>에서 부모가 자녀들에게 가르치는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언어라고 했다. 이러한 부모의 기능을 타인이 대신한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온전히 대신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묻는다. '부모가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 화폐경제의 생산성은 얼마나 큰 손실을 입게 될까?' '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일꾼이 어떻게 생산적이겠는가. 언어는 화폐경제에서 특히 중요하고 지식을 바탕으로 한 경제에서 그 중요성은 두 배가 된다'고 했다.

언어는 용도에 따라 언어의 선택이 달라지고 효율성 또한 다양하게 나타난다. 복잡다기한 상황에서 적절한 언어의 선택 또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젊은이들이 인터넷상에서 사용하는 통신언어는 간결하고 신속한 의사전달이 주목적이다. 

자녀에게 용기 보다는 기를 꺾는 부모의 훈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핑계와 변명을 빠뜨리지 않은 사과는 언어의 경제성 측면에서 볼 때 매우 비효율적이다. 

최근 스웨덴의 세계적 의류 브랜드 H&M은 광고 언어의 잘못된 선택으로 막대한 매출액 감소 등의 곤욕을 치루고 있다. 흑인 어린이 모델에게 '정글에서 가장 멋진 원숭이'라는 영문 글자의 후드 티를 입힌 광고로 인해 분노한 흑인단체들이 매장을 습격하기까지 했다.

반면 TV홈쇼핑에서 쇼 호스트의 감칠 맛 나는 딱 한마디로 소비자를 구매유혹에 빠뜨리는 경제성 만점의 마케팅 언어도 있다.

특히 정치인들의 정치 언어는 파급효과가 일파만파이고 두고두고 역사의 기록으로 남는다. 초등학교를 중퇴한 미국 링컨 대통령의 언어 선택은 탁월하고 상대를 주눅 들게 하는 데는 가히 압권이다. 한 의원이 의회연설에서 "링컨은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이다"라고 소리 질러 질책했다. 난감한 표정을 짓던 링컨은 되물었다. "거참, 내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면 오늘 같이 중요한 자리에 왜 이 못생긴 얼굴을 갖고 나왔겠습니까" 의원들은 박장대소했고 상대 의원은 슬그머니 멋쩍게 자리에 앉아야만 했다.

링컨이 암살당하고 당시 부통령이던 엔드류 존슨이 대통령 선거후보로 출마했다. 상대 후보 진영으로부터 맹렬한 공격을 받았다. "한 나라를 이끌어갈 대통령이 초등학교 입학도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엔드류 존슨 역시 놀라운 언어 구사력을 보였다. "우리는 여태껏 예수 그리스도께서 초등학교를 다녔다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를 구원의 길로 지금도 이끌고 계십니다. 국가를 이끄는 힘은 학력이 아니라 지도자의 긍정적 의지입니다." 이 말 한마디로 전세는 역전됐다. 엔드류 존슨은 대통령에 당선됐고 소련으로부터 720만 달러에 알라스카를 사들여 미국 영토을 넓힌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국내에서는 한때 어느 대선 후보가 "노인 분들은 그냥 투표 날 쉬셔도 됩니다"라고 생각 없이 내 뱉은 말로 엄청난 역풍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최근 제1야당에서 경찰을 '정권의 사냥개'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조롱하면서 큰 논란을 야기했다. 또 미모의 여성 정치 지망생을 영입하면서 '들개로 조련 시키겠다'고 자랑했다. 자극적인 막말 정치 언어는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기도 한다.   

미국의 저명한 여성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는 평소에 '나쁘다'는 '좋지 않다', '틀렸다'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안 된다’는 '노력해보겠다'로 바꾸어 즐겨 썼다고 한다. 상대 배려의 생활 언어를 선택한 그녀의 품성이 세계 유일의 흑인 억만장자 자리로 오르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김해뉴스 /강한균 인제대학교 명예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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