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특화도서관으로 탈바꿈한 김해 장유 팔판작은도서관에서 어린이강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팔판작은도서관

 
책 전문가 상주·책 배달돼 편리
무보수 관장제도 탓 부실운영도
운영자 정기 교육·토론회 필요


 
김해시 불암동으로 이사 온 김혜영(32)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서관 이용에 불편함을 느꼈다. 평소 독서를 즐겨하는 그는 책 한 권을 보기 위해 버스를 타고 삼방동 칠암도서관까지 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과 가까운 곳에 불암동작은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김 씨의 '도서관 원정'은 끝이 났다. 보유 장서가 적은 작은도서관에서 책두레 서비스를 이용해 신간을 쉽게 받아볼 수 있고 사서가 상주하고 있어 책을 추천받을 수도 있었다. 도서관뿐만 아니라 지역 인근에 동네책방이 위치해 있고 옆동네에는 독립서점이 들어서 인터넷으로만 보던 독립출판물을 접할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요즘 멀리가지 않고서도 다양한 장르의 책을 접할 수 있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이렇듯 '책의 도시' 김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역 곳곳에 위치한 생활밀착형 작은도서관이다. 아파트 관리동과 행정복지센터, 복지회관 등 주민 곁에 자리 잡은 작은도서관은 대출·반납이 이뤄지는 기존 도서관 기능에 복합문화공간의 역할까지 더해졌다. 여기에다 독특한 콘텐츠로 중무장한 동네서점과 독립출판물 서점이 생겨 이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특색없는 동네서점은 경영난에 허덕이며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고 작은도서관도 내부 갈등으로 인한 불협화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김해시의 독서문화정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작은도서관 관계자의 책임의식 함양과 그에 맞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민 곁에 스며든 도서관과 동네책방
김해시는 2008년 '김해시 작은도서관 설치·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작은도서관을 관리하고 있다. 이 결과 김해지역에만 56곳의 작은도서관이 설립됐고 시는 이중 38개소를 선정해 매달 운영비를 보조하고 있다.
 
작은도서관의 역할은 무궁무진하다. 독서모임은 물론 바자회, 체육대회, 도서관의 행적을 담은 발표회까지 도서관 운영자의 아이디어에 따라 독특한 프로그램이 개발돼 운영된다. 이는 독서공간의 한계를 뛰어 넘는 새로운 형태의 복합문화공간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관동동 팔판작은도서관(관장 신훈정)은 지역 작은도서관 중 가장 특색 있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팔판작은도서관은 지난해 1월 ㈔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의 '작은도서관 특화지원' 공모 사업에 선정돼 생활미술특화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
 
신 관장은 작은도서관 운영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체계를 다지고 있다. 그는 "도서관 운영체계를 정립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서와 관장, 운영위원들의 역할을 분담해 분과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5월 지내동에 문을 연 카페형 독립출판서점 '페브레로'와 불암동에 위치한 카페 겸 서점 '달빛책방'도 이색 공간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페브레로는 음료와 함께 독립출판물을 판매하고 있다. 달빛책방은 상담을 통해 책을 처방하는 '책 컨설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속적 운영방안 머리 맞대 고민해야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에 밀려 설자리를 잃고 있는 동네서점은 고민이 많다.
 
페브레로 책방지기 정유진 씨는 "동네책방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 없는 고민이 지속돼야 한다. 책방만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그에 따른 차별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독서모임, 문화행사 등을 개최해 손님을 끌어 모을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해지역 작은도서관은 무보수 명예관장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주민참여를 통한 자발적인 운영체계를 갖추기 위해 시작한 제도지만 무급으로 한 공간을 책임지기엔 어려움이 뒤따라 관장직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또 작은도서관의 급격한 증가는 부실운영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한 작은도서관 관장은 "일부 작은도서관 운영자들은 시의 지원금이 부족하다며 투정을 부리는 데 급급하다. 도서관 운영자로서 지역사회에 어떻게 도움을 줄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다른 작은도서관 관계자는 "관장과 사서, 운영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부족해 생긴 결과다. 작은도서관 발전을 위한 포럼이나 간담회가 수시로 열려야 한다. 관장들은 책임감과 주체의식을 가지고 도서관의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해시는 작은도서관 운영 평가를 시행해 올해부터 차등지원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고착화된 지원방법을 변화시켜 긴장감을 주고 작은도서관 운영을 활성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또 작은도서관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상반기 중 '작은도서관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허성곤 시장 “김해를 대한민국 책 수도로 만들 것”


“전국 최고 독서 인프라 구축
 시민참여형 독서대전 구상 중”

 

▲ 허성곤 김해시장

"김해시에서 추진한 '책 읽는 도시'는 단순한 독서문화 캠페인이 아닙니다. 전국 최고 수준의 독서인프라와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결합해 사람과 책을 이어주는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입니다."

허성곤 김해시장은 지난해 11월에 열린 북페스티벌에서 "김해를 '대한민국 책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장담했다. 그의 자신감은 지난 10년간 지역에 구축된 독서 문화 인프라와 독서 진흥정책에서 나왔을 것이다. 시는 안양, 광명, 세종 등 6개 지자체와 경쟁한 끝에 올해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해시의 독서정책에 관한 허 시장의 생각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허 시장은 "'문화시민의 자질은 독서에서 나온다'는 신념으로 2007년 김해시 3대 정책에 '책 읽는 도시'를 포함해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이후 조례 제정, 중장기 육성계획 수립 등 기반을 마련했으며 다양한 실행프로그램을 통해 시민 독서문화 정착에 애써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청소년인문학읽기 전국대회는 찬반 위주의 기존 독서토론과는 다르게 '비경쟁 독서토론' 방식과 소통·협력의 토론모형을 도입해 전국적으로 파급한 매우 뜻깊은 사례"라고 덧붙였다.

2007년 책 읽는 도시 선포 이후 시는 다양한 독서문화사업을 추진했다. 허 시장은 그동안 통합도서관시스템을 구축해 시민들이 책과 더욱 가까워진 것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하지만 관 주도의 독서진흥 정책을 추진하면서 민간의 참여와 관심이 다소 저조한 점은 아쉽게 생각했다. 그는 "올해부터 소규모 공동체를 중심으로 시민의 지지 기반을 만들어 흔들림 없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해의 대표도서와 어린이도서를 뽑는 '김해의 책' 사업은 시민들의 참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허 시장은 "올해부터는 독후감 공모를 전국단위로 확산하고 시상금도 부여해 좀 더 관심을 가질수 있도록 범위를 확장할 것"이라고 대책을 제시했다.

독서인구 감소와 도서구매 패턴의 변화로 지역 동네서점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 또한 '책 도시' 김해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김해시가 동네서점 지원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지역 서점 18개소를 '김해시 동네서점'으로 선정하고 관공서가 동네서점에서 도서를 구입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다.

허 시장은 "온라인 서점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접점이 없다. 동네서점은 독자와 주인이 소통하는 따뜻한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판매를 넘어서 저자와의 만남을 갖고 문화행사를 펼칠 수 있도록 공동으로 기획하고 안정된 판로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해시는 올해 독서대전을 시민참여형 축제로 꾸민다. 허 시장은 "시민들의 욕구를 사전에  파악하고 다양한 참여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올해 행사는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공모할 생각이다. 행사를 담당할 실무추진단에 민간의 참여 비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가 강연 등 독서대전 사전행사 ‘풍성’

동네책방서 홍보프로그램 운영


국내 최대 규모 독서문화축제인 '2018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8월 31일~9월 2일 김해시 일원에서 펼쳐진다.

대한민국 독서대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행사다. 문체부는 매년 독서진흥에 앞장서는 지자체를 선정해 '대한민국 책의 도시'로 선포하고 독서의 달 9월에 독서대전을 개최하고 있다.

총 6억 4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독서대전은 '가야왕도 김해! 대한민국 책의 수도로 부활하다'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다. 본 행사는 김해문화의전당과 국립김해박물관, 연지공원 등에서 열리며 △강연·공연 △전시·체험 △학술·토론으로 세분화돼 펼쳐진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작가 강연, 작가와의 만남, 시민 100명의 인생도서전, 2018 독서컴퍼런스, 작은도서관 심포지엄이 있다.

시는 독서대전을 홍보하기 위해 공공도서관과 동네 책방, 독립서점에서 사전 홍보프로그램을 운영한다.

5월 11일에는 어방동 가야서점에서 '여행하라 청춘'을 주제로 인문여행가 남민 씨가 강연을 펼친다. 이어 다음날 장유서점에서는 유진 그림책 작가가 1인 인형극을 선보인다. 25일에는 불암동 달빛책방에서 그림책 강의가 열린다. 북스타트코리아 어영수 위원이 강연한다. 8월 9일에는 지내동 독립서점 '페브레로'에서 정홍수 문학평론가의 에세이 강의가 이어진다. 11일에는 삼계가야서점에서 인문교양매거진 김지나 발행인의 청소년 인문학 강의가, 25일에는 제일서적에서 생명과학자 김성호 씨와의 만남이 이뤄진다.

이외에도 5월 26일, 6월 23일, 8월 11일, 9월 8일에는 김해지역 공공도서관에서 2018년 김해의 책 '대리사회'의 저자 김민섭 작가의 강연이 진행된다.

김해시는 오는 20일 오전 11시 김해기적의도서관 다목적강당에서 '책의 도시 선포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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