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에서 시골살이 시작
적응 과정 글과 사진으로 풀어내



도시 생활에 지칠 대로 지친 취업 준비생이 시골로 돌아가 자신을 치유하며 삶의 속도를 다시금 찾아가는 사계절을 담아낸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 극적 순간 없는 담백한 영화임에도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며 롱런한 것은 어쩌면 핍진한 삶을 견뎌내야 하는 도시인들의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한 덕분일지 모른다.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농사지으며 자족 자급하는 삶이 영화 속 판타지가 된 지금, 실제로 그런 삶을 살고자 6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무작정 유럽으로 7개월여 간 여행을 떠난 부부가 있다. <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는 사회적 기업과 환경단체에 일하던 안정화·김신범 부부가 직장을 그만두고 유럽에서 다양한 농부의 삶을 경험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시골살이에 돌입해 살아가는 과정을 글과 사진으로 풀어낸 책이다.
 
독일, 덴마크, 영국, 프랑스 파리 등 유럽 곳곳을 누빈 이들 부부의 발걸음은 관광지 대신 시골에 머문다. 숲이 검게 보일 만큼 나무가 빽빽해 '검은 숲'으로 불리는 독일 남부의 거대한 삼림지대 슈바르츠발트, 지역민이 도심 속 버려진 공간을 도시 텃밭으로 가꿔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는 모두의 공간으로 바꾼 독일의 프린세스 가든, 35년 역사의 생태·경제 공동체로 수익의 80%를 공유하며 친환경을 고민하는 덴마크 스반홀름 공동체, 유기농 농사를 경험할 수 있는 우프가 활발한 영국의 다양한 도시농장과 지역 유기농 모임, 도시 텃밭을 가꾸는 청년들이 운영하는 영국의 사회적기업 로카보어. '세상 어딘가에는 ‘남’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곳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낯선 여행객에게도 흔쾌히 가진 것을 공유하는 이곳들은 '지속 가능한 삶'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이들은 여행 후 경기도 양평으로 터를 옮기고 작은 땅을 일구며 본격적인 시골살이에 들어갔다. 비록 하루 6시간만 일하는 저녁이 있는 삶은 아니지만 '종합재미농장'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서 열리는 농부 시장 '마르쉐@'에 농작물을 출점하고 곳곳에 나무를 심으며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삶에 익숙해지고 있는 이들.
 
'하지만 누군가 나의 능력을, 상품을,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나는 충분히 존재할 만한 사람이 아니던가'라는 저자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박힌다.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바로 곁에 있다는 사실이 뭉근하게 전해진다.

부산일보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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