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서 무척이나 추웠던 겨울이 이제는 드디어 물러간 것 같다. 우리 주위에서는 화려한 봄꽃들의 향연이 한창 펼쳐지고 있다. 떠나기가 못내 아쉬운 겨울이 예쁜 꽃들을 시샘하느라 때 아닌 3월 말, 4월 초에 눈을 내리는 바람에 산봉우리와 산등성이가 잠시 하얗게 되기도 했지만 계절의 변화라는 대세를 꺾을 수는 없는 것이다. 산수유꽃, 목련꽃, 벚꽃 등은 이미 화려함을 다했고, 진달래와 철쭉 등의 꽃망울도 본격적인 봄꽃들의 향연에 가세하고 있다. 

화려한 봄은 이처럼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가져다주지만 봄을 뒤따라서 여러 불청객들이 슬그머니 같이 찾아오기도 한다. 봄은 그 화려한 이면에 또 다른 아픔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봄과 함께 찾아오는 대표적인 불청객으로는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와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 미세먼지 등을 꼽을 수가 있을 것이다. 꽃가루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봄이 무척 괴롭고 힘들게 되는데 여기에다 황사와 미세먼지까지 겹치게 되면 슬프게도 최악의 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눈에도 봄이 되면서 나타나는 특이한 병이 하나 있다. '봄철 카타르'(Vernal catarrh) 라고 하는 병인데 봄철 각결막염, 또는 춘계 카타르나 춘계 각결막염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봄철 카타르'는 4월에서 8월 사이에 많이 발병한다.

증상은 가렵고 이물감이 심하면서 끈끈하고 실 같은 점액성 분비물이 나오고 눈의 흰자위가 빨갛게 부어오르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검은자위가 진무르거나 궤양 등이 생기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시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봄철 카타르'는 주로 사춘기 이전의 남자 아이에서 잘 생기는데 여자 아이들에 비해서 배 가량 더 잘 생기는 편이다. 한번 발병한 후에는 보통 2년에서 10년 동안 해마다 봄철이 되면 나타나는 수가 많다. 유소년기의 어린 나이일 때에는 증상이 양쪽 눈에 다 나타나는 수가 많다. 다행인 것은 대개는 사춘기가 지나면서 증상이 좋아지고 20세 이상이 되면 대부분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경우가 많은 병이라는 점이다.

'봄철 카타르'의 증상은 보통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첫 번째는 윗 눈꺼풀 안쪽의 점막에 충혈이 심하면서 많이 부어오르고 아래 눈꺼풀의 안쪽도 조금 붓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검은자위의 주위에 있는 점막이 검은자위를 빙 돌아가면서 부어오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중에서 첫 번째의 증상이 많이 나타나는 편이다.

'봄철 카타르'의 여러 가지 증상들은 봄에 나타나서 대개 여름까지 지속되게 된다. 그런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 되면 증상들이 서서히 사라지게 되고 겨울이 되면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낫게 된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다시 따뜻한 봄이 되면 증상이 재발하게 되는 매우 특이한 질병이므로 '봄철 카타르'라고 불리게 되었다.

'봄철 카타르'의 원인은 알레르기로 보고 있으나 아직 완전하게 구명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봄철 카타르'는 아토피나 천식, 습진 등의 알레르기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70% 정도에서는 가족 중에서 같은 병을 앓는 사람이 있다.

치료는 증상들이 호전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증요법이다. 보통 스테로이드 제제의 점안약을 먼저 사용하는데 비교적 잘 듣는 편이지만 단기간에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잘 낫지 않고 재발이 잦은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제제를 주사하거나 냉동 응고 치료 등을 한다. 혈관수축제의 점안과 냉찜질도 다소 효과가 있다. 예방 목적으로 2% 크로몰린 소듐을 국소 점안하는데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적은 편이므로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다.

자주 재발되거나 증상이 무척 심한 경우에는 최후의 수단으로 잠시 동안이나마 추운 지방으로 이주를 해서 사는 것이 치료와 예방을 위한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김해뉴스 /박수정 수정안과 대표원장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