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고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편의점 테라스나 바깥에서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수천년 동안 인류와 함께 하며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위로를 제공해 온 술.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좋다는 속설에 따라 술에 관대한 사회분위기가 형성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술을 남용하거나 술에 의존하게 되면 알코올 중독에 가까워질 수 있다. 건강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알코올 중독이다. 이로 인해 다양한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음은 물론, 가정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중독 환자 매년 7만 3000여 명
필름 끊기는 ‘블랙아웃’ 위험
전문병원 입원치료가 효과적
재발율 높아, 자조모임 AA 도움


■알코올 중독이란

알코올 중독은 크게 알코올 남용과 알코올 의존으로 나뉜다. 알코올 남용은 신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술에 의한 폐해가 있음에도 음주를 반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알코올 의존은 알코올에 대한 내성이 생겼거나 금단현상이 나타나는 상태에서 음주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14.8ℓ로 세계보건기구 회원국 188개 국가 중 13위에 속했다. 특히 도수가 높은 증류주로만 보면 세계 1위를 차지한다. 알코올 소비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OECD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에 알코올 중독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7만 3435명에 달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80%에 달했으며, 연령별로는 50대가 29.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 밖에도 40대 23.4%, 60대가 16.9%로 알코올 중독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이 대부분 40대 이상으로 나타냈다.
 
술로 인한 폐해는 생각보다 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로운 음주'가 인류의 조기사망과 장애를 초래하는 위험요인 중 세 번째라고 밝힌 바 있다.
 

■원인과 증상
사람들은 흔히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을 알코올 중독자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과도한 음주는 알코올 중독으로 발전할 위험성이 높은 것일 뿐 술의 양과 음주 빈도가 알코올 중독증의 진단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술에 대한 병적인 집착과 내성, 금단 증상 등 11가지 기준 중에 세 개 이상이 해당되면 알코올 중독으로 진단된다.
 
술을 적게 마시는 사람이라도 동반된 문제가 있으면 알코올 중독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술을 마신 다음에 '필름이 끊기는' 이른바 블랙아웃 현상은 알코올성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즉각적인 금주와 치료가 필요하다.
 
알코올 중독의 원인이 무엇인 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유전적인 원인과 생물학적 원인, 심리적인 원인, 사회문화적 원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알코올 중독을 앓은 가수 이상민은 거액의 채무를, 윤상은 불면증을, 돈스파이크는 불우한 가정환경을 그 원인으로 꼽은 바 있다.
 
알코올 전문병원인 한사랑병원의 김진원 원장은 "분명한 것은 알코올 중독이 뇌의 변화가 수반되는 질병이라는 점"이라며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도 그들이 윤리의식이나 의지력이 약해서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알코올 중독 상태가 되면 공통적으로 4가지의 증상을 보인다. 가장 먼저 술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 술에 취하기 위한 알코올의 양이 늘어나거나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 경우로 보통 '술이 늘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금단현상이다. 알코올 섭취를 갑자기 중단했을 때 예민하고 날카로워지거나 불안, 술에 대한 갈망 등이 증가하게 된다. 심할 때는 경련, 섬망이 나타나 호흡에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금단현상은 3~5일 째에 가장 악화되고, 5~7일 째에 호전되는 것이 보통이다.
 
알코올에 대한 집착도 나타난다. 술을 마시기 위해  자신이 해야 될 일을 뒤로 미루고 취미 생활도 포기하며 술을 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술에 취해 직장에 출근을 못하거나, 음주 때문에 가정의 불화가 악화되는 데도 계속 술을 마시는 강박적 사용도 알코올 중독 증상 중 하나다.


■초기 치료로 재발 줄여야
알코올 중독은 신체적 합병증 및 알코올성 치매 등의 정신질환을 유발하여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따라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김 원장은 "알코올 중독 증상이 나타날 경우 바로 알코올 상담센터나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알코올 중독은 재발 비율이 80%에 달할만큼 재발과 악화를 반복하지만 초기에 치료받을 경우 재발 확률이 20% 대로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알코올 중독자에 대한 치료는 상담을 통한 심리적 치료와 약물 치료가 동시에 이뤄진다. 가장 첫 단계는 자신의 알코올 중독을 인정하고,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음주에 대한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인지행동 치료, 가족의 이해와 치료참여를 위한 가족상담 치료 등도 필수적이다.
 
해독 및 금단증상을 제거하기 위한 다량의 비타민, 술에 대한 집착을 해소시키고 재발 가능성을 줄이는 항갈망제인 날트렉손과 아캄프로세이트 투여도 이뤄진다.
 
김 원장은 "알코올 중독 치료는 전문적인 병원의 도움과 환자의 치료 의지가 결합될 때 가장 효과적"이라며 "알코올 중독은 조절력 상실이 핵심 증상이므로 통원치료보다는 입원 치료를 통해 완전금주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주에 성공한 사람들의 자조 모임인 AA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금주 유지와 재발 방지에 큰 도움이 된다. 김해 지역에는 '김해 디딤돌'과 '김해 강동' 등 두 개의 AA 모임이 있으며, 매주 월, 수, 목, 토요일 저녁에 김해시 보건소와 한사랑병원에서 모임이 이뤄진다. 김해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서 전화, 온라인 등으로 알코올 중독에 관한 상담과 치료 지원 등이 가능하다. 문의 055-314-0317, www.ghacc.co.kr.

김해뉴스 /정상섭 선임기자 verst@


 도움말 =김진원 한사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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