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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으로 읽어내는 건축… 주변과 어우러진 ‘집합의 풍경’건축 문화 투어 (5) 김해기적의도서관
  • 수정 2018.04.25 10:54
  • 게재 2018.04.18 09:36
  • 호수 369
  • 16면
  • 이정호 선임기자(cham4375@gimhaenews.co.kr)
▲ 김해기적의도서관 전경. 낮고 경사진 지붕이 주변 아파트의 수직선을 중화시킨다. 사진제공=㈜기용건축건축사 사무소

 

지붕에 옥외열람실, 자연 속에서 책읽기
토끼길 파고라 따라 신나게 도서관으로
원색과 재미… 아이들 눈높이 열람실 구조
벽에 나뭇잎 무늬 만들어 내는 천장 창문



김해 율하천에 이달 초 벚꽃이 흐드러졌다. 뒤늦은 꽃샘추위와 함께였지만 흩날리는 꽃잎들로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은 추운 기색을 잊었다.
 
벚꽃이 유난히 만개한 곳으로 홀리듯 다가가다 보면 나지막한 붉은 벽돌 건물이 나타난다. 김해기적의도서관은 그 순간 그 이름에 어울린다. 신도시의 아파트 군락들 틈에서 봄과 개울과 활짝 핀 벚꽃의 화사한 공간을 연출하며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 도서관 뒤 율하천 산책로에 흐드러진 벚꽃.

아파트단지 주변 공원 속에 자리 잡은 도서관은 열람동과 사무동 그리고 다목적동 세 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들은 길쭉한 직각삼각형 나무블록처럼 생겼는데, 크기와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게다가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 던져놓은 듯 질서 없이 비뚤비뚤 앉아있다. 그래서 도서관 앞을 지나다 보면 건물의 모습이 위치에 따라 순간순간 달라 보인다. 아침과 낮 그리고 저녁, 시간대의 변화에 따라 그림자의 모양도 바뀐다. 건물 주변을 한 바퀴 빙 둘러보아야 전체가 보이는, 단숨에 읽히지 않는, 움직임을 통해서만 파악되는 건축이다.
 
이렇게 건물을 세 개로 만들면 동선이 복잡해지고 업무효율성도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향했던 건 주변과 어우러진 '집합의 풍경'이다. 크기가 다른 여러 개의 건물들이 자연환경과 어울려 내는 화음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본채와 사랑채 헛간 등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전통 살림집처럼.
 

▲ 故 정기용 작가의 건물 스케치.


"모든 집은 건축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풍경입니다. 하늘과 땅, 산과 나무 등 주변의 모든 것과 함께 보이기 때문이죠. 율하신도시는 아파트 단지들로 가득차 있는데 이들과 대결하기 보다는 그 때문에 훼손된 경관을 집이라는 풍경으로 치유하자는 생각으로 구상했습니다." 도서관 설계에 참가한 ㈜기용건축건축사사무소 김지철 소장의 말이다.
 
김해기적의도서관은 김 소장과 고 정기용 건축가의 작품이다. 기적의도서관은 민간단체 책읽는사회문화재단과 정 건축가 등이 의기투합해 어린이들에게 즐거운 책읽기 공간을 만들어주겠다는 취지로 전국적으로 지은 어린이전용도서관이다. 김해기적의도서관은 그 중 11번째인데 정 씨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도서관으로 다가가면 맨 먼저 보이는 게 박공지붕이다. 건물이 직각삼각형 모양이어서 경사진 지붕이 비스듬하게 하천 쪽으로 내려온다. 이 완만한 경사가 수직으로 높이 서 있는 주변 고층아파트의 수직적 중압감을 완화시킨다. 그 지붕에 잔디를 심어 녹화한 것은 집이라기보다는 공원의 일부처럼 보이게 하기 위함이다. 건축이 주변 풍경에 녹아들어 연속된 풍경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 열람실 내부. 곳곳에 아기자기한 재미가 넘친다.

지붕 위에는 아이들이 올라가서 풍경을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옥외열람실을 두었다. 열람실은 등나무 스텐드로 햇빛을 가려 잎이 우거지는 여름이면 등나무 향기와 함께 말 그대로 자연 속에서 책을 읽는 것이다.
 
건물 앞에는 토끼길 파고라를 설치해 아이들이 비나 햇빛을 피할 수 있게 했다. 도서관 옆에 율하천을 건너는 만남교가 있는데, 아파트 숲에 사는 아이들은 만남교를 건너 도서관으로 들어온다. 토끼길은 늘 다니는 길만 다니는 토끼처럼 아이들이 도서관에 오는 길이라는 뜻이다. 건물들의 앞면 창문에는 노랑 빨강 파랑 그리고 녹색의 기둥이 세워져 있다. 이는 서가에서 반쯤 빼낸 책을 형상화 했다. 또 뜰에도 색색가지 나무막대로 만든 피라미드 모양의 조형물을 세워 어린이들이 도서관에 들어가기 앞서 예쁘고 푸근한 이미지를 가지게 한다.
 
열람동 내부는 1층에 영유아방과 그림책코너, 어린이실과 4차원의 방, 그리고  신화의 방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관에 동그랗게 구멍이 난 신발장부터 재미있는데, 서가와 벽면은 빨주노초 원색으로 오밀조밀하게 꾸며 어린이들의 미감을 자극한다. 서가와 서가 사이에 만든 원색의 나무 이동통로를 지날 때면 마술의 집에 온 기분이 들 것 같다.
 

▲ 2층으로 올라가는 원형계단 밑에 꾸민 ‘4차원의 방’.

 
천장에는 원형 창문을 내 햇빛이 내부로 통하게 했다. 창문틀이 격자모양이어서 햇빛을 받으면 그 그림자가 벽면에 나뭇잎 모양을 그려낸다. 나뭇잎 모양이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원형계단 계단 밑 으슥한 공간에 서가를 두고 '4차원의 방'이라 이름 지었다. 자기 몸을 숨긴 채 바깥을 보기 좋아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붙잡아주는 장소이다. 게다가 2층 천장도 다락방처럼 경사가 져서 아늑한 분위기가 난다.
 
바깥은 공원에 둘러싸이고 안은 마술 같은 원색의 공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스스로 꿈과 희망을 키워갈 수 있도록 김해기적의도서관은 세심하게 지어졌다.

김해뉴스 /이정호 선임기자 cham4375@


 김해기적의도서관 
대지면적 7만 781.30㎡, 건축면적 978.31㎡, 연면적 1458.24㎡, 지하1층 지상2층 철근콘크리트조.



 건축작가 프로필 

▲ 故 정기용 성균관대 석좌교수

서울대학교 및 동대학원 공예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정부 초청장학생으로 프랑스 파리장식미술학교(ENSAD) 실내건축과와 프랑스 파리 제6대학(UPA6) 건축과 등을 졸업했다. 프랑스정부공인 건축사자격(Architect DPLG)을 취득했다.

1986년 귀국해 기용건축을 설립했으며 2004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커미셔너로 활동했다. 문화연대 공동대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석좌교수 등을 지내고 도시건축집단ubac(group urbanistic architecture)에서 작업하였다.

제3회 교보환경문화상, 한국건축가협회 특별상(2000), 서귀포건축상, 제주시건축상, 순천시건축상, 한국건축가협회 우수상(2004), 국민훈장 석류장(2007) 등을 받았다.

국내외에 많은 건축물을 만들었는데, 특히 노무현대통령 봉하마을 사저(2006)와 추모의집(2009)을 설계했으며 유작으로 울산크리닉빌딩(2011)과 김해기적의도서관(2011)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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