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선임기자

지난해 포항에 지진이 발생하자 '북한 특수부대 소행'이라는 가짜뉴스가 인터넷과 SNS를 통해 확산됐다. 이 뉴스는 그 전의 경주지진 당시부터 퍼졌는데 내용은 '북한인민무력부 소속 특수부대원들이 휴전선부터 삽으로 350㎞의 땅굴을 파서 경주까지 와 1만t 규모의 TNT를 터트려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요약된다.  

'글쎄 이런 내용이 파급 효과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뉴스는 흑색선전에 필요한 요소를 잘 갖추고 있다. 6·25 전쟁의 참상을 겪은 노년층과 60·70년대 반공 교육을 단단히 받은 중장년층 일부는 '반공·반북' 정서가 내면화 되어있다. 평생을 지니고 있는 '반북 프레임'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프레임이라는 창을 통해 사건을 단순화 시켜 해석하고 또 기억한다. 그렇게 고착된 프레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 뉴스는 자연현상인 지진을 '반북 프레임'으로 연결시킨다.

물론 모든 사건을 무턱대고 프레임으로 끌고 갈 수는 없다. '그럴 만하다' 고 생각할 약간의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 이 뉴스는 지진이 기존에 보고된 적 없는 단층대에서 발생했음을 거론한다. 북한이 '핵폭탄을 개발할 정도의 기술'을 가졌음도 덧붙인다. 지난 70년대에 비무장지대에서 여러 개 발견된 땅굴도 끌어오고 있다.

가장 강력한 네거티브는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포항 지진이라는 공포는 누구의 탓인가? 표면적으로는 북한을 비난하고 있지만 이어지는 글에서는 '북한 퍼주기'와 '대북 유화정책'이 거론된다. 보수들이 '친북 종북'이라고 지칭하는 현 정부와 진보진영을 겨냥하고 있다.  

일부 노년과 중장년층은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며 고개를 갸웃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내 '그럴만한 놈들이야'라고 결론을 내리고 만다. 사실 보다는 감성이 우선한다. 사람들의 인지 방식이 그렇다.   

가짜뉴스의 부작용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가 미국의 경우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 그리고 CBS ABC같은 주류 언론과 전쟁을 치루고 있다. "난 그들을 소설가라고 부른다. 그들은 너무나 나쁘고, 너무 가짜며, 너무 지어낸다."는 게 트럼프의 주류언론에 대한 발언이다. 그와 그의 정책을 사사건건 비판하기 때문이다. 미 주류언론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고 있다.  

그 결과는? 미 몬머스대학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 국민의 77%가 '주류 언론들이 가짜뉴스를 보도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그렇다. 물론 이맇게 된 데는 5000만 명에 달하는 트럼프의 트윗 팔로워어와 트럼프를 지지하는 폭스뉴스의 활약 등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미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 걱정들이 많다. 이전의 흑색선전(마타도어)이나 네거티브 등과 비교할 때 차원이 다르다. 다양해진 미디어의 탓이다. SNS와 인터넷을 통해 쉽게 만들어지고 순식간에 확산된다.

‘생산자 따로, 소비자 따로’였던 이전의 흑색선전과 비교할 때 엄청난 차이다. 누구나가 생산자가 될 수 있고, 유통되는 과정에서 내용이 가감되기도 한다.

IT기술의 발달과 미디어의 급속 진화는 현실과 꾸며진 거짓 세계의 구분을 갈수록 모호하게 만들고 있지만, 뉴스조차 거짓이 실재를 압도할 수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을까?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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