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오봉도·봉황·곤룡포·어진…
국왕을 표현하는 유무형의 상징들
그 상징에 담긴 다양한 의미 분석



한 병풍이 있다. 해와 달, 그리고 다섯 개의 봉우리가 그려져 있다. 해와 달은 하늘(天)을 상징하며, 다섯 봉우리는 동서남북과 중앙의 산을 의미하므로 땅(地)의 모든 것을 상징한다.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라고 불리는 일월오봉병(屛) 얘기다. 일월오봉은 하늘과 땅을 아우르는 우주를 상징한다. 조선의 국왕은 이 병풍 앞에 앉는다. 국왕이 어좌에 앉으면 뒤의 천지(天地)와 함께 인(人)을 상징해 천지인 삼재가 완벽하게 구현된다. 한마디로 일월오봉병은 조선 국왕의 상징이었다. 우리가 아는 용, 봉황, 곤룡포, 어진(御眞), 일월오봉병, 당가(唐家), 수라(水剌) 등도 왕과 관련된 상징물이다. 조선시대 국왕을 가리키는 용어에는 왕, ~조(祖), ~종(宗), 상(上) 등이 있다.
 
<조선 국왕의 상징>은 국왕을 표현하는 유형과 무형의 상징을 성리학을 포함한 원시 신앙, 불교, 도교 등의 사상적인 측면, 천지인의 관점, 의식주의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그 상징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분석했다.
 
조선시대 국왕은 국권을 소유한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러한 왕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었다. 상징은 그 가운데서 왕을 떠올릴 수 있는 매우 구체적인 것이다. 흔히 조선시대의 국왕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거론되는 대표적인 예가 용과 봉황이다. 임금의 모습을 직접 그린 어진도 마찬가지. 어진은 국왕의 또 다른 분신으로, 그 자체로서 임금과 동등하게 존중되었다.
 

일월오봉도.


이 책에서 다루는 왕의 상징은 구상화된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왕이라는 상징은 구상으로 표현되지 않아도 왕이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조선시대 기록화에서 국왕은 표현되지 않는 존재였다. 국왕의 신체를 직접 그리지 않는 것 자체가 국왕에 대한 존엄을 표시하는 방법이었고, 비어 있는 의자에 국왕을 그리지 않음이 곧 왕의 상징이었다. 조선시대 국왕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사상은 유교 사상, 특히 성리학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 국왕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어진 임금'이라는 이미지 역시 성리학에서 유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조선의 국왕에게 최고의 이상적인 군주의 모습은 '성인(聖人) 국왕'이었으며 신하들은 국왕에게 끊임없이 성인이 될 것을 요구했다.
 

조선시대에 국왕이 하늘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고가 있었기에 하늘의 변화를 읽어내는 천문 역법에 대한 관심 역시 조선 초부터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의 제작, 서운관(書雲觀)을 관상감(觀象監)으로 개편, 천문 관측기구의 제작과 운영, 달력의 편찬 등을 들 수 있다. 천문역법을 통해 하늘의 운행과 질서를 파악하는 것이 조선시대 국왕의 제왕학이라면 천재지변은 하늘에서 내려온 경고였다. 조선시대의 국왕은 이전의 어떠한 지배자보다 고도의 상징을 가진 존재였다. 국왕의 상징이 갖는 의의는, 어떤 형태로 구상화하여 드러냄으로써 국왕을 수식(修飾)하고 장식하며, 왕을 대신하고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조선시대 국왕의 상징이 단지 국왕이 일반인과 얼마나 차별되었는지를 밝히는 데에 있지 않다. 왜냐하면, 국왕은 국가의 구성원인 백성이 없으면 의미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책은 민생과 민본이 뒷받침되지 않는 국왕의 상징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우고 있다. 통치의 한가운데 백성, 즉 국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일보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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