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훈 마르떼 대표

좋은 악기의 기준은 무엇인가?
 
똑같은 힘으로 똑같은 활을 켰을 때 나오는 울림의 지속력과 울림의 크기, 울림의 음색으로 구별한다. 그렇다면 그 울림의 지속력과 크기, 음색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흔하게 볼 수 있는 바이올린을 살펴보자. 현이 올려져있는 브리지와 그 좌우의 상판에 F홀이라고 불리우는 구멍, 그 구멍에 플래시를 비추어 보면 라벨이 붙어있고 색이 칠해지지 않은 나무 표면들을 볼 수 있다. 가운데를 기준으로 힘겹게 기울여 보면 브리지와 마주보는 오른쪽부분에 조금은 위치가 틀어져 있는 조그만 나뭇조각이 기둥처럼 서있는 것이 보이고 마찬가지로 반대편 구멍을 기울이면 브리지 왼쪽부분과 마주하는 바디크기만큼의 상판 윗면 전체에 기다란 나무가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사운드 포스트(Sound Post)>라고 부르는 <혼주(魂柱)> 와 <베이스바(Bass bar)>라 불리는 <저음울림대>이다.
 
활에 의해 찰현된 울림이 현을 지탱하고 있는 브리지로 전달되고. 그 울림은 브리지의 왼쪽부분에서 '저음울림대'에 의해 상판 전체에 고르게 전달된다. 상판에서 또다시 증폭된 울림은 후판으로 전달되는데 이때 상판과 후판사이에 붙들려있는 '혼주'가 가교 역할을 한다. 후판의 울림은 또다시 진동되어 '혼주'에 의해 상판으로 전달되어지며 이후 자연스럽게 울림은 소멸된다. 현에 의해 시작된 울림을 악기전체에 고르게 유지·증폭 시켜주기까지 영향력을 가장 많이 끼치는 두 개의 나뭇조각들, '혼주와 저음울림대' 이들은 악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 '혼주와 저음울림대'에서 우리는 삶의 관계에서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만약 상판이 '나'이고 후판이 '너'라면 그 관계 속에 '혼주와 저음울림대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바이올린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타인에게 영향력 있는 삶은 타인의 마음에 자신의 울림을 전달하는 일이다. 타인에게 나의 울림을 전달하기 위해 우리는 이해를 시키기도 하고 설득을 시키기도 한다. 때로는 해명과 설명까지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 울림을 애써 전달하려는 모습과 타인에게 비춰지는 스스로의 모습에 실망스러움을 경험한다.
 
바이올린에서 만약 '저음울림대'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현의 울림이 타고 들어가는 브리지가 현의 장력을 버티지 못하고 상판에 손상을 줄 뿐 만 아니라 설사 버틴다하여도 상판의 울림이 고루 전달되지 않아 후판까지 깊은 울림을 전달하지 못한다. 
 
더욱이 '저음울림대'는 저음을 위주도 담당하기 때문에 울림자체, 성량, 힘과 관련되어 음색의 기본바탕을 만들어 주는데, 이를 얇게 만들어 버리거나 울림이 좋지 않은 나무를 사용하게 되면 음색 전체를 가볍게 만들어 버리거나 악기자체의 밸런스 또한 깨져버리는 현상이 일어난다.
 
'저음울림대'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스스로의 깊이 있는 내면적 가치이다. 고가의 질 좋은 나무로 만든 상판처럼 겉모습이 화려하고 고학력, 좋은 스펙을 가지더라도 자신의 '저음울림대'가 없다면 그 울림의 시작은 미약할 뿐 만 아니라 스스로를 다치게 만들 것이며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력 또한 생성되지 못할 것이다. 설사 억지로 전달되었다 하더라도 타인에게 미치는 울림은 길게 가지 못할 것은 당연하다.
 
'저음울림대'가 자신을 채우는 깊이 있는 그 무언가라고 가정한다면 '혼주'는 너와 나를 연결 짓는 영혼의 고리이다. 혼주(魂柱)는 '영혼의 기둥'이라는 뜻이다. 이탈리아에서도 anima(영혼)라고 하며 '현악기의 영혼을 불어넣는다'라고 말 할 정도로 아주 중요한 파트를 담당한다. '혼주'는 고음역대와 중음역대를 바디전체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아주 미세한 위치변화로 악기 울림과 음색전체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현악기의 울림의 원리는 인간관계와 아주 닮아 있다. 상판에서 '혼주'에 의해 전달된 울림이 다시 후판에서 상판으로 다시 전달되어지면서 또 다른 음색과 울림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나로 인해 시작된 울림이 타인에 의해 다시 재영향을 받는 상호관계성을 지니는 우리 삶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다.
 
우리도 우리의 '혼주'와 '저음울림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해봐야 할 것이다.
 
좋은 울림으로 폭넓고 깊은 관계가 만들어지는 나만의 '혼주와 저음울림대'를 찾기 바란다.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