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적인 문화예술인 생생한 목소리 담은 '일제강점기 새로읽기' 시리즈

 

조선 영화의 길

나운규 / 가갸날 / 176면 / 1만 1000원

일제강점기를 관통하며 예술혼을 불태웠던 이들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책이 동시에 출간됐다. <조선 영화의 길>은 한국 무성영화의 황금기를 이끈 나운규를 저자 이름으로 올린 첫 책이어서 더욱 의미깊다.

책은 나운규가 영화계에 입문한 1924년(23세)부터 세상을 뜬 1937년(36세) 사이에 걸쳐 지금까지 직접 쓴 것으로 밝혀진 글을 모아냈다. 영화 제작에 대한 고민, 당대 영화계의 암울한 현실, 영화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을 엿볼 수 있는 수필을 비롯해 영화 '아리랑'과 관련된 글, 잡지 매체와의 대담 등으로 구성돼 있다. 1930년 '아리랑 후편' 개봉 후 전개된 치열한 논쟁 한가운데 쓴 글('현실을 망각한 영화 평자들에게 답함') 등에선 자본에 의해 좌우되는 당대 영화 현실에 대한 그의 고민과 좌절이 그대로 전해진다.
 


 

나는 페미니스트인가

나혜석 / 가갸날 / 184면 / 1만 1000원

<나는 페미니스트인가>는 우리나라 여성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작가, 페미니스트로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간 나혜석이 1917~1935년 발표한 글 중 여성주의 관점에서 쓴 '모(어머니) 된 감상기', '이혼고백장' 등 글 8편으로 구성된다. 이혼 전과 후로 나뉜 책은 일제강점기 아래 봉건사상과 남성중심주의가 팽배한 억압적인 사회 속에서 고통받는 여성의 삶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4남매 아이들아, 에미를 원망치 말고, 사회 제도와 도덕과 법률과 인습을 원망하라. 네 에미는 과도기 선각자로 그 운명의 줄에 희생된 자였더니라'('신생활에 들면서')라고 말한 나혜석. 편견과 낙인에 몸과 마음은 병들었지만 그의 정신만은 또렷했다. 100년 전 그의 외침이 오늘날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현실이, 마음을 쓰라리게 한다.
 
부산일보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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