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노포의 3가지 공통점

기세-최선을 다하겠다는 배포
일품-최고를 대접한다는 자존심
지속-대를 이어온 수십 년 뚝심



한 입 베어 물면 입안에 한 시대가 들어오는 듯한 식당들이 있다. 맛이 있어 오래 남아 있는 식당. 우린 그걸 노포(老鋪)라 부른다.
 
식당이 이리도 지천에 깔린, 세계에서 식당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라는 대한민국. 그럼에도 우리처럼 개개 식당의 역사가 짧은 나라도 흔치 않다. 고단하고 고통스러운 현대사를 살았기 때문일까. 그런 이유로 지금은 30년만 해도 노포 축에 든다지만, 그럼에도 우리 곁에서 평균 업력(業歷) 50년 이상의 세월을 빚은, 빛나는 터줏대감들이 있다. <노포의 장사법>은 바로 그들을 탐미(耽味)한다. 문장가로도 유명한 셰프 박찬일이 그들을 만나 식당의 성공 비결, 그 위대한 장사 내공을 기세(幾歲), 일품(一品), 지속(持續)의 세 가지로 정리해 맛깔스럽게 보여준다.
 
노포의 저력은 무엇일까? 무엇이 그들을 전설로 만들었을까? 성공 비결! 첫 번째는 바로 기세다. 멀리 보는 장사꾼의 배포와 뚝심 말이다. 소위 평균 업력 50년 이상의 노포 식당의 창업주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의 면모다. 1939년 창업한 서울 하동관은 지금도 점심시간마다 직장인들이 줄을 선다. 하지만, 하루 단 500그릇만 팔고 문을 닫는다는 원칙을 어긴 적이 없다. 더 벌자면 더 팔면 되겠지만, 매일 소 한 마리 분을 받아 손질해 무쇠솥 두 개에 늘 똑같은 방식으로 푹 삶고, 다 팔면 오후 서너 시에도 문을 닫는다. 매일 최선을 다하되 더는 욕심 내지 않는 것, 그것이 하동관의 장수 비결이다.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다는 하동관 곰탕의 맛은 그런 기세를 바탕으로 유지된다.
 
눈앞의 이익에 흔들리지 않는 장사꾼의 배포는 서울 팔판정육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어느 재벌기업에서 80억에 팔라는 제안에 거절한 이야기나, 창업주가 아들인 2대 사장에게 가게를 대물림할 때도 값을 매겨 '팔았다'는 에피소드에선 진짜 장사꾼다운 배포가 무엇인지를 직선적으로 만나게 된다.
 
두 번째는 일품이다. 여기에 소개된 노포에서는 최고만을 대접하는 집념과 인심을 배운다. 화교 출신으로 타국에서 60년 넘게 산둥식 만두를 빚어온 부산의 신발원은 오직 손맛으로 일가를 이룬 집념의 장사꾼이다. "67년째 손으로 빚는다. 그것은 자존심 같은 것"이라 말하는 이들에게서 경이로움마저 느껴진다.
 
세 번째는 지속이다. 무엇보다도 대를 이어 수십 년간 업을 지속해 온 위대함이다. 부산의 명물 수중(해물) 전골을 40년 넘게 해온 바다집 창업주도 오직 노동력으로 '1인분 8000원'이라는 싼 가격을 버텨왔다.
 
저자는 노포에서 공통점를 발견한다. 이른바 살아남은 집의 이유다. 물론 맛은 기본이다. 운도 따라야 한다. 그 외에 가장 중요한 건 '한결같음'이라고 말한다. 사소한 것 같은 재로 손질, 오직 전래의 기법대로 내는 일품의 맛, 거기에 단골들과 함께 만들어 온 기묘한 연대감 같은 것들이 감탄을 자아낸다. 노포의 창업주들은 급변하는 트렌드나 경기변동보다 자신들과 함께 늙어간 단골의 평가를 더 무서워한다. "오늘 맛이 다르네"라는 손님의 말 한마디에 수십 년 일한 주방장, 사장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 그런 태도야말로 노포가 지속할 수 있는 근원적인 비결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또 하나를 보탠다. 직원들에 대해서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별나서 몇십 년씩 다니면서 고희와 팔순을 넘기는 직원이 흔하다. 있는 직원도 자르는 세상인데 그들은 정년이 지나도 한참 지난 사람들을 보듬고 끝까지 끌고 간다. 전율이 인다. 조선옥의 박중규 주방장은 팔순을 넘었지만 60년 넘게 한 가게에서 일했다.
 
거래처를 오래 유지하는 것도 노포의 공통된 비결이다. 따지지 않고 서로 믿고 거래한다. 40~50년 동안 한 거래처에서 고기를 받아 쓴다거나, 손해를 보면서도 특정 품목의 가격을 몇 년간 올리지 않고 납품하기도 한다.
 
노포의 비결은 기교와 손맛이 아니라 오랜 노동의 흔적, 사람에 대한 온정, 사업가적 통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음식에 대한 고귀한 철학까지. 먹는 장사를 하든, 사업을 하든 이들의 태도를 배운다면 우리는 이미 성공의 길에 반쯤 다가선 셈이다.

부산일보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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