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출신 저자의 고통 촘촘히 기록

“우리는 ‘위안부’였던 적이 없다. 우리는 ‘전쟁 강간 피해자’들이다. 일본 제국 군대에 의해 징발되어 노예가 된 사람이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주인공 옥분이 미국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에 참석했을 당시 옆에 나란히 앉은 백인 여성 미첼의 실존 인물이기도 한 네덜란드 출신 저자가 쓴 <나는 일본군 성노예였다> 자서전 격인 책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인도네시아를 점령한 일본군이 1944년 설치한 위안소 칠해정에서 석 달여 간 저자가 겪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비롯해 저자의 어린 시절, 포로수용소 생활, 가족과의 재회 등이 솔직하고 촘촘하게 담겼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진실을 세상에 처음 드러낸 김학순 씨를 계기로 50년간의 침묵을 깬 이야기뿐 아니라 김군자, 길원옥, 중국인 왕아이화, 타이완인 황우슈메이 등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마음을 울컥하게 한다.
 
95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위안부' 피해를 알리고 여성 인권운동에 나서는 저자. '위안부' 피해 문제는 한일 간을 넘어선 세계가 풀어내야 할 숙제가 분명하다.

부산일보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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