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의 탄생부터 만년까지 전기 형식
거장의 삶·예술 종합적으로 담아내
280여 점 도판 상세히 소개 '눈길'



"추사가 단지 미술사가 아니고 한국과 동아시아의 지성사에 우뚝한 위인이듯이, 유홍준의 전기 역시 미술사의 국한을 훌쩍 넘는다. 그 이야기 솜씨는 장편서사의 규모를 얻었다."(백낙청 문학평론가·서울대 명예교수)
 
"유홍준 교수가 <완당평전>을 세 권으로 엮어냈고 16년이 지났다. 그사이 공부를 더 깊게 하고 정수를 뽑아 한 권으로 이 책을 간행하니 실로 기대되는 바 크다."(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 "인문학 공부의 최종 목적지는 평전이다. <추사 김정희>는 종잡기 힘든 추사의 생애와 예술과 학문을 삶의 경로에 따라 요령 있게 안내하였다. 거장 추사의 세계를 한 권의 평전에 농축해 쓴 수락석출(水落石出)의 저술로 평전의 모범으로 기억될 것이다."(안대회 성균관대 교수)
 
'답사기' 작가로 사랑을 받아온 유홍준 교수의 신작 <추사 김정희: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창비)의 추천사들을 종합해보면, 이 책은 추사 김정희의 삶과 예술을 종합적으로 담아낸 추사 김정희 평전이다. 실제 이 책은 추사의 탄생부터 만년까지, 주인공의 일대기를 좇는 전기 형식으로 구성돼 있어 그동안 파편적으로 이해되어온 추사의 삶과 예술, 학문의 세계를 총체적으로 그려낸다.
 
대갓집 귀공자로 태어나 동아시아 전체에 '완당바람'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하던 추사가 두 차례 유배와 아내의 죽음 등을 겪고 인간적·예술적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이 역사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한편으로 책 속에 스며있는 추사 예술의 학문적 깊이에 대한 이해도 여느 학술서 못지않게 탄탄하다. 추사는 추사체라는 개성적인 글씨로 잘 알려져 있지만 글씨만 잘 쓴 서예가는 아니었다. 한 사람의 사대부로 당대의 문인이자 학자였으며 벼슬이 병조참판에 이른 관리이기도 했다. 그는 문·사·철(文史哲)과 시·서·화(詩書畵)에 두루 능통한 시와 문장의 대가였다.
 
또 학문적으로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금석학과 고증학의 대가로 인정받는다. 추사는 동시대 청나라 학예가 추구한 고증학과 금석학에 입각해 입고출신(入古出新)의 미학을 추구했으며, 청나라 학예인들과 서신을 주고받으며 왕성한 국제교류를 벌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추사는 차(茶)의 대가로 다산 정약용, 초의선사와 함께 조선시대 3대 다성(茶聖)으로도 추앙받고 있다. 회화 분야에서도 경지에 이르러 조선시대 미술사에서 그를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이러니 "추사를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아는 사람도 없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이 책의 부제로 붙은 '산숭해심(山嵩海深)-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는 추사의 이처럼 폭넓고 깊은 예술과 학문의 세계를 한마디로 요약한 글귀라고 할 수 있다. 책에 실린 280여 점의 도판은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이다. '세한도' '불이선란' 등 기존의 대표작뿐 아니라 '침계' '대팽고회' '차호호공' 등 최근 보물 지정이 예고된 작품들과 그 제작 경위까지 상세히 실려 있어 도판만 따라 읽어도 추사 예술세계의 진면목과 그 예술의 흐름을 한눈에 읽어낼 수 있다.
 
이 책은 추사의 생애를 총 10개의 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1장은 왕가의 사돈 집안의 종손으로 태어나 신동으로 촉망받던 어린 시절, 2장은 생원시에 합격한 추사가 아버지를 따라 연경을 방문해 옹방강 등 당대의 명사들과 교유한 경험들, 3장은 추사가 청나라 학문의 신사조였던 고증학과 금석학을 들여와 연경학계와 끊임없이 교류하던 시절, 4장과 5장은 추사가 서른넷 나이에 대과에 급제하고 빼어난 기량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날리며 '완당바람'의 주역으로 서는 모습을 담았다.
 
6장 '세한도를 그리며'와 7장 '수선화를 노래하다'는 추사가 9년간의 제주도 유배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완성하는 시기의 얘기들, 8장은 유배에서 풀려난 추사가 오늘날의 용산 근처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고 수많은 명작을 쏟아내기 시작한 강상시절을 다룬다. 추사 글씨의 최고 명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잔서완석루'와 신품의 경지로 평가받는 '불이선란' 등이 모두 이 시절의 소산이다.
 
9장은 북청 유배시절 벗들과 어울리고 제자들을 가르치고 시와 글씨를 지으며 마음을 잃지 않았던 일상을 추적한다. 10장은 해배되어 과천의 한 초당으로 들어간 추사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보편성의 가치와 관용의 미덕을 깨닫고 자신의 인생과 예술을 원숙한 경지로 마무리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부산일보 /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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