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로 고래와 새우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고래는 밥'이고 '새우는 깡'이 있어 새우가 이긴다고 한다. 고래를 이길만한 끼와 꾀를 함께 지닌 '새우의 깡'이 우리에게 더 없이 필요할 때이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동물 중에서 가장 큰 대왕고래 앞에 어느 날 '바다의 이리'로 불리우는 범고래가 도전장을 낸다. 두 고래는 으르렁대기 시작하고 주위의 새우들은 집채만 한 물결에 휩쓸려 내동댕이쳐지면서 등이 터질까봐 몸을 한껏 도사린다.

두 마리 고래싸움에 새우 등을 걱정하는 일은 2000여 년 전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힘센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에서 억울하고 힘들었던 등나라의 심경을 나타낸 간어제초(間於齊楚)가 있다. 어느 날 맹자가 등나라에 왔을 때 등나라 등문공이 맹자에게 하소연 했다.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끼어 힘든 일이 많으니 제나라를 섬겨야 합니까. 초나라를 섬겨야 합니까." 맹자는 "백성을 지키려거든 성 아래 깊은 연못을 파고 성을 높이 쌓아 다른 나라로부터 보호하시오."라고 답했다. 두 나라 눈치 살피지 말고 자국 백성부터 먼저 살피라는 뜻이다.

최근 서울을 방문한 찰스 프리먼 미국 상공회의소 선임 부회장은 "당신이 한국 정부 인사라면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어떤 자세를 취하겠냐?"는 질문에 "내가 한국 정부 관계자라면 지금 당장은 비켜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한국의 총 수출액 비중 24.8%를 차지하는 1위 중국과, 12.0%의 2위 미국 간 두 고래싸움이 시작됐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G2무역전쟁에서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가장 고민스런 나라가 됐다.

대왕고래(미국)에 맞서는 범고래(중국)의 위풍 또한 만만치 않다. 세계 슈퍼컴퓨터 500대 중 143대의 미국에 비해 중국은 202대이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도 갖고 있다. 특허권도 미국의 2배가 되는 100만 건을 보유하며 도청과 감청이 안 되는 양자통신 위성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미국은 안보를 이유로 중국 철강에 25% 관세를 결정했고, 중국은 이에 맞서 미국산 돼지고기와 과일에 보복관세를 발표했다.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1300개 중국산 품목에 추가 관세부과를 발표했다. 중국도 트럼프 지지층 지역에서 생산된 콩을 콕 찍어 보복하겠다고 한다. 치킨게임으로 치닫던 무역전쟁은 시진핑의 자동차관세 인하와 금융시장 개방 약속으로 일시 소강상태이다.

한국은 미국의 수입규제로 인한 직접적 타격은 물론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에 사용되는 한국산 중간재 부품 수출이 감소하는 이중의 피해를 입게 된다.

트럼프도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온전히 실행에 옮기기에는 적잖은 부담이 있어 중국과 적절히 타협할 가능성도 높다. 중국이 미국과 원만한 합의를 위해 대미 무역흑자를 1000억 달러 정도 줄일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중국이 현재 한국에서 사들이고 있는 반도체 제품을 미국산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리 된다면 한국 경제의 기둥이자 효자인 반도체 수출도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마치 어린 자녀 앞에서 심한 부부싸움을 하고 난 부부는 자고 나서 아무 일 없는 듯 '칼로 물배기'로 끝나지만 정작 불안했던 자녀들은 평생 공포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면서 살아가는 격이다.

우리의 대안은 중국과 미국으로의 수출 비중을 줄이고 세계 여러 국가로 수출을 다변화하는 길이다. 그러나 말처럼 중국과 미국을 대신할 만한 시장을 당장 찾기도 쉽지 않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당장의 통일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불안해하지 않는 외국인 투자, 저렴한 북한 노동력의 자유로운 활용, 남측의 건설장비들이 북한에 가서 일하고 그 대가로 지하자원을 가져오고, 남한 청년들이 북한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정상적인 시장경제 거래라도 작동했으면 좋겠다.

어느 네티즌의 말이 생각난다. '미국의 개가 될 것인가, 중국의 개가 될 것인가. 아니면 미국 개와 중국 개를 데리고 노는 개 주인이 될 것이냐' 선택은 오직 우리의 몫이다.
김해뉴스 /강한균 인제대 명예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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