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시장에서 방향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많은 다양한 방법과 팁을 활용해 보지만 그때그때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려 정답을 도출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오늘은 시장의 방향성을 찾기 위한 다양한 방법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제품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줄고, 제품 가격이 내리면 수요가 늘어난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실물 경제에서는 반대현상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이처럼 특정 제품의 가격이 오를수록 오히려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을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 라고 한다. 명품과 같은 사치품 등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이른바 사치성 소비재는 소유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며, 제품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꺽이지 않는 기현상을 보일 때가 많은데, 적어도 지난 몇 년간은 베블런 효과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아마도 그 이유는 글로벌 저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 여파와 중국의 반부패 캠페인이 겹치면서 수요가 위축되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반해 가성비를 중시하는 새로운 소비패턴이 주류로 부상하기도 했는데, 일상적인 소비에서 브랜드 파워보다는 가격이나 품질과 같은 실용성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소비형태가 나타난 것이다. 일본의 의류업체 유니클로가 전세계 의류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은 좀 달라졌다. 그 동안 대세라고 여겨졌던 H&M (세계2위 패스트 패션 브랜드)이나 유니클로와 같은 SPA업체(의류기획·디자인, 생산·제조,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는 의류 전문회사)들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H&M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4% 감소한 26억 달러 (약 2조 7800억 원)로 실적쇼크를 기록했으며, 점포 구조조정 계획까지도 발표하였다. 무엇보다 매출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역성장한 부분이 투자자의 불안감을 키웠고, 그 결과 주가는 연초 이후 16% 이상 하락했고, 최근 2년사이에 반토막이 났다. 반면에, 명품 업체의 주가는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구이저우 마오타이주는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캠페인이 일단락되고, 제품가격 인상으로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루이비통, 불가리 등 명품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LVMH도 시장평균을 상회하는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

정리하면, 베블런 효과는 글로벌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해석할 수 있다. 소비패턴이 과감해졌다는 것은 성장에 따른 부의 증가가 소비패턴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경기가 성장하고 지지되는 국면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의견을 낮출 필요가 없다. 또한 최근 시장에 나타난 변동성의 의미를 확대 해석하거나, 아니면 평가절하할 필요도 없다.

남북 및 북미 관계에 따른 돌발상황을 제외한다면, 최근 시장의 출렁거림은 미국 금리인상의 초기단계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자산 시장의 진행 경로가 아직은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베블런 효과 하나를 가지고 시장을 예단 할 수는 없지만, 시장의 방향성과 진행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좋은 도구는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해뉴스 /박용진 KB증권 김해지점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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