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삶의 무게를 등에 짊어진다'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수많은 스트레스를 버티며 바쁘게 살아가다보니 '등이 뻐근하다'거나 '담이 들었다'는 말로 등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보통 등이 아프면 뻐근하고 뭉친 것 같은 근육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생각보다 등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 질환은 다양한 편이다.
 
진료실을 찾은 한 중년의 남성은 한 눈에 봐도 지친 모습이었다. 어깨와 등 쪽이 뭉친 듯 저릿저릿한 통증이 6개월 째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왜 이렇게 병원에 늦게 오셨느냐고 물으니 단순 근육통인 것 같아 찜질이나 파스만으로 견디다 동네의원에서 물리치료만 1~2번 받은 상태란다. 그러다 어느 날 아침엔 손끝까지 저린 느낌에 덜컥 겁이 나 수소문해 우리 병원에 찾아온 길이라 말했다.
 


검사 결과는 목 디스크였다. 이미 보존적 치료로는 효과가 미미하고 증상 자체가 오래되어 시술치료로 넘어가야하는 단계였다. 환자는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목 디스크인데 왜 목이 아프지 않았느냐며 의아해했다. 그는 목 디스크 판정을 받고도 계속해서 등과 어깨 쪽이 뭉친 듯 너무 아프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목 디스크 환자 4명 중 1명은 목은 아프지 않은데 어깨나 등, 팔, 손 부위가 아프거나 저리는 증상을 경험한다.

등은 목, 어깨, 허리 같은 우리 몸에서 가장 움직임이 많은 관절과 근육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부위이다. 앞선 환자의 사례처럼 등 통증을 단순한 근육통이나 담이 든 것으로 알고 방치할 경우 인접 부위의 원인 질환이 악화되어 치료가 더욱 어려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물론 우리가 손목이나 발목을 삐는 것처럼 갈비뼈에 염좌가 생겼을 때도 등 통증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근육통이나 인대 쪽 문제라면 치료도 간단하고 예후가 좋은 편이다.
 
문제는 다른 척추질환으로 인한 증상일 때인데, 목이나 허리 디스크 뿐 아니라 등에도 디스크 질환이 생길 수 있다. 흉추 디스크 탈출증은 목이나 허리를 포함한 전체 디스크 탈출증의 1% 내외로 실제 발병률은 아주 낮은 편이긴 하다. 12개의 척추뼈로 이루어진 흉추는 목이나 허리에 비해 움직임이 적은데다 갈비뼈가 붙어있어 비교적 안정된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등을 떠받치고 있는 흉추에도 지속적인 압박이 가해지거나 노화가 시작되면 수핵이 빠져 나와 신경을 누르는 디스크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등에서부터 가슴이나 배 쪽으로 뻗어나가는 방사통이 주 증상이지만 양다리 감각장애, 보행 장애 등 증상이 하체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대부분 디스크를 의심하지 못하고 질환을 키울 수 있다.
 
척추질환은 참 알수록 다양하고, 여러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등이 아파도 이게 디스크 때문인 지, 담이 걸린 건 지 구분하기 힘들다. 자가 진단 하기보다는 1주일 이상 통증이 계속된다면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김해뉴스 /김훈 부산 세바른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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