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률 안전보건공단 경남동부지사장

얼마 전 소리 없이 찾아온 봄을 만끽하기 위해 동네를 거닐던 중 우연히 화재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차를 보고 혹시 내가 사는 곳이 아닐까하는 걱정스런 마음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장소로 달려가 보았다. 사이렌 소리, 소방관들의 바쁜 움직임, 놀라 뛰쳐 나온 주민들, 그 정신없는 와중에 내 눈에 보이는 놀라운 한 가지. 그것은 화재현장의 불꽃도 연기도 아닌 주민들의 태연함이었다. 비록 불꽃도 연기도 보이지 않아 위험을 알아채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주민들은 밖에서 들리는 소란이 마치 남의 일인 듯 무심하게 창밖으로 고개만 내밀어 아래로 쳐다 볼 뿐이었다, 그 누구도 대피할 생각도, 대피하라고 소리치지도 않았다.

이러한 무관심은 우리 일상생활뿐 아니라 최근 발생한 크고 작은 산업재해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잘해왔는데 설마 나에게…"라는 불감증과 무관심들이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안타까운 생명을 잃게 하는 재해로 연결된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 산업재해는 매년 1000여 명이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고, 경제적 직간접 손실이 22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교통사고의 1.6배, 자연재난의 16배 수준에 해당한다.

이런 사망재해를 일으키는 산업현장의 재해 유형을 보면 건설현장에서의 추락이나 지게차의 의한 사고이며, 며칠 전 양돈농장의 밀폐된 탱크에서 작업자 두 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질식 사망 또한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해, 양산, 밀양에서는 지난해 제조업 12명, 건설업 9명 및 서비스 기타산업 4명 등 25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는 전국 사고사망만인율 평균 0.052%보다 높은 0.06% 수준으로 산업재해에 의한 사고사망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어느 도시보다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해시는 2020년까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인하는 국제안전도시를 받기위해 안전도시 조례를 제정하고 안전도시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들은 현재 교통안전, 재난안전, 학교안전, 생활안전 및 산업안전 분야에 대한 각종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제안전도시로 공인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주민의 안전의식 제고를 통한 안전문화 실천이 중요하다.

'안전문화에 대한 인식' 강화를 위해서는 '설마'하는 불안전한 행동, 위험장소, 설비 같은 불안전한 상태를 방치할 때 발생하는 '안전불감증'을 제거해야만 한다.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이 "안전을 뒷전이나 낭비로 여겼던 안전불감증·적당주의야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이야기할 만큼 '안전불감증'은 사회 특정 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됐다.
이러한 '안전불감증'에 대해 필자는 근로자가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사업주는 위험요인을 찾아 제거하거나 개선하는 의식과 인지를 통해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노해 시인의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는 시 중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세상도 하루아침에 좋아지지 않는다. 모든 것은 조금씩 조금씩 변함없이 변해간다'

'안전불감증' 은 시인의 말처럼 정부, 사업주, 근로자가 혼연 일체되어 안전을 제일 먼저 생각할 때 비로소 사라질 수 있다. '내가 먼저 기본부터 다시 실천하는 자세'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사회 구성원 각자의 노력이 있을 때 조금씩 변해갈 것이다.

매월 4일은 '안전점검의 날'이다. 매월 단 하루라도 위험을 의식하고 인지함으로써 우리의 소중한 부모, 형제, 자식일 수 있는 근로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조금씩 변해가자.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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