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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살이·아이 키우기·돈벌기… 한국 생활은 정글 지나는 일한울타리 (7) 태국
  • 수정 2018.05.23 10:58
  • 게재 2018.05.15 17:17
  • 호수 373
  • 16면
  • 이정호 선임기자(cham4375@gimhaenews.co.kr)
▲ 아이들과 함께 오후 햇살을 받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태국 출신 결혼이주여성들.


 

사고방식과 음식은 한국 사람, 말투는 아직
태국에서는 아이 낳으면 주변에서 키워줘
학교생활 잘 하는 아이들에게 큰 위안 받아

고향 생각 간절하나 현실의 어려움에 막혀
다양한 사회활동으로 하루하루 즐거운 일상

 

 

"말만 안하면 사람들이 잘 몰라요."
 
태국 결혼이주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니라몰(49)의 말처럼 외모에서 한국 거주민과 큰 차이가 없다. 엄마를 따라와 장난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은 더 그렇다. 게다가 오늘 모인 3명은 결혼해서 한국에 와서 산 지 15~20년이나 된 반토박이. 사고방식이나 음식, 사회생활… 모든 게 이제 한국사람이다. 단 하나, 말은 아직 좀 서툴다. 억양과 장단이 매끄럽지 않다. "남편도 한번씩 내 말을 못알아 들어요. 나는 남이 말하는 건 다 듣는 데, 말하는 게 좀 서툴죠. 동서는 처음에는 내가 또박또박 말해서 알아 들었는데, 이제는 말을 빨리해서 못 알아 듣겠다고 불평해요." 니라몰의 우스개 소리다.

▲ 김장김치 담그기 봉사활동은 매년 빠뜨리지 않는 주요 행사다.

한국에서 살아온 그동안의 세월은 곧 시집살이와 아이들 키우기의 정글을 지나는 일이다. "한겨울인데 냇가에 가서 빨래 해오랬어요. 집안에 있으면 내 방에 들락날락 하면서 전기 아껴써라, 뭐해라 잔소리가 여간 아니었죠." 프리라(50)가 기억하는 결혼 초기 시어머니의 모습이다. 20여 년이 지나 구순이 된 시어머니는 이제 친부모처럼 자상해졌지만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손이 시리다.
 
"태국에서는 결혼하면 남자가 여자 집에 가요. 한국과 반대죠. 그러니까 결혼은 여자가 시집가는 게 아니라 남자가 처갓집 간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아이를 낳으면 한두 달 정도는 아이를 친정이나 친척집 등에 보내요. 산모가 아주 편하죠." 그렇게 여권이 우대받는 나라에서 가부장제의 나라에 시집을 왔으니 충격이 작을 수 없었다. 
 
그런 환경에다 한국 언어에 익숙하지 못한 이주여성들에게 아이 키우기는 이중 삼중의 과제다. 몇 년 전 남편과 사별한 은혜(39)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돈 벌러 직장 다니면서 아이 둘 키우기가 쉽지 않네요. 태국에서는 친척들이 다 같이 키우는데…"
 
은혜의 아이 가운데 중학생인 아들은 이제 사춘기에 접어들어 매사가 불안하다. 엄마 맘 같지 않다. 초등생인 딸은 방과 후에 혼자 지역아동센터에 다녀오고 숙제도 잘 해 다행이다. "딸이 상을 많이 받아왔어요. 독서상 모범상… 학교에서 봉사위원도 하고 달리기도 잘 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그래요" 착하고 공부도 잘하는 딸이 못내 자랑스러운 은혜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아이 자랑에 프리라 씨도 끼어들었다. 딸 셋 중 고3인 큰 딸이 학교에서 1등 한단다. 딸의 꿈은 해외 선교사로 나가는 거라면서 "애들 사랑해주니까 애들도 열심히 해요"라고 한마디 거든다.

▲ 회현동 주민들과 어울려 텃밭가꾸기를 하는 태국 출신 결혼이주여성들(위 사진). 태국 출신 결혼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들이 지난 2월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한국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교육 열풍이다. "한국에서는 엄마들이 공부해라 소리를 하루종일 달고 살아요. 태국은 그냥 스스로 공부하게 내버려둬요." 아이들이 방과 후에도 학원을 전전하느라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을 보면 딱하다. 
 
"남편과 의논해서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고 있어요. 그런데 다른 엄마들은 그걸 보고 이상하다고 해요. 왜 공부를 안 시키지? 책도 안 사주고? 그러죠. 근데 공부는 자기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책은 도서관이 바로 옆에 있는데 일부러 살 이유가 있나요?" 니라몰의 교육관이다. 
 
오늘 모인 태국 친구 3명은 고향은 각기 다르다. 니라몰은 마하 사다함인데 남동생 3명과 어머니가 살고 있다. "결혼 후 3번 다녀왔어요. 대략 3, 4년에 한번 꼴로 다녀온 셈이죠." 하지만 라오스와 인접한 농카이가 고향인 은혜는 결혼 후 15년 동안 한번 밖에 다녀오지 못했다. 여비 부담이 가장 큰 이유다. 남편이 곁을 떠난 지금은 당장의 생활에 매여 고향 가기는 꿈에나 가능할까. 
 
하지만 한국생활이 오래된 만큼 사회생활도 활발하다. 은혜는 직장생활 때문에 다른 활동을 할 수 없지만, 니라몰과 프리라는 교회와 지역에서 이런 저런 모임이 많다. "이웃들과 회현동의 노는 땅에서 텃밭 가꾸기를 하고 있어요. 아이들과 함께 밭일 하면 재미있죠. 다른 다문화 가족들과 우크렐레를 배우고 요양병원 등지에 봉사활동도 다니고 있어요."
 

▲ 요양병원에서 봉사활동으로 환자들에게 춤을 가르치고 있다.

 
그뿐 아니다. 니라몰은 다문화센터에서 아이들에게 태국 전통춤도 가르친다. 해마다 가야문화축제가 돌아오면 태국 전통춤 공연도 한다. 다음달에는 김해문화의전당에서 태국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문화알리기 행사도 예정되어 있다.
 
외모 뿐 아니라 생활방식과 사회활동도 이제 한국사람인 태국 결혼이주민 여성들은 그런 만남들 속에서 하루하루의 재미를 찾는다.
 
김해뉴스 /이정호 선임기자 cham4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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