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고파의 무대가 된 마산 앞바다. 물새가 날았다는 모래밭엔 고층빌딩이 들어서 있다.

 

근대화 초기부터 2010년대, 지역 문인 발자취
각자 개성과 문예사조 흐름 따른 갈등·진통 암시
마지막 순수시인, '천상병 시 낭송 코너' 눈길



마산 앞바다를 내려다보는 언덕에 자리 잡은 창원시립 마산문학관. 꼬불꼬불 산복도로를 따라서 찾아가는 길은 시인 이은상의 대표작 '가고파'가 적힌 벽화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됐다.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시인 이은상이 어린 시절 색동옷을 입고 뛰어놀았다는 골목길을 따라 5분가량 걷다 보면  문학관 정문에 도착한다. 짙은 봄빛 철쭉이 가꾸어진 마당으로 들어가면 마산이 낳은 시인 안장현이 쓴 '낚시꾼'이 새겨진 시비가 있다.
 
"물이 그리워/ 물결은 밀려드는데/ 바위도/ 물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움은 한 아름안고/ 밀려드는 물결/ 맞아주는 이 없어// 다시 되돌아가는데// 낚시꾼은 고기를 낚지 않고/ 시간을 낚고/ 고독을 낚고/ 그리움을 낚는다"
 

▲ 원고지에 만년필로 쓴 글씨가 이채로운 전시실.

 
항구 도시를 배경으로 탄생한 작품답게 바다를 그리워하는 가슴이 느껴진다. 그런 정서를 반영한 것일까. 문학관 마당에 놓인 벤치들도 모두 마산 앞바다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놓여 있다.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면 1층 오른쪽에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다. 만년필로 쓴 육필 원고지가 이색적인 출입문 안으로 펼쳐진 전시실로 들어가면 지역 문학 연보가 걸려 있다. 근대화 초기 한글학자 이윤재와 이극로가 민족문학의 기틀을 놓았던 1910년대부터 시인 이은상과 이원수가 활동하던 1920~30년대를 거쳐서 마산시가 창원시에 통합된 2010년대 이후까지 지역 문학의 흐름을 주도했던 문인들의 발자취가 자세히 소개되어있다.

▲ 마산문학관 정문(위 사진)과 이은상이 쓴 ‘옛동산에 올라’가 새겨진 시비.

△ 결핵문학의 산실 : 마산 결핵병원에서 요양했던 소설가 나도향과 시인 김지하, 김상옥, 이영도, 김남조 등이 병마와 싸우면서 꽃피웠던 새너토리엄 문학의 발상지.
 
△ 민주문학의 터전 : 이승만 독재정권에 항거한 3·15의거를 비롯해서 유신군사독재의 종말을 고한 부마항쟁에 이르기까지 민주화운동의 중심지로서 저항 문학의 터전을 닦아온 고장.
 
△ 공단문학의 현장 : 1970년대 이후 마산자유수출지역과 창원공단을 중심으로 산업화 현장의 빛과 그늘을 묘사하는 소모임과 문학 동인들을 중심으로 생활문학의 저변을 다졌던 터전.
 
△ 바다문학의 보고 : 마산이 자랑하는 바다를 미래지향적인 생명문학의 터전으로 승화시킨 실천적인 현장.
 
각자 뚜렷한 개성을 지닌 문인들이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문예사조들이 숱한 진통과 갈등을 겪으면서 정착되었음을 알려주는 공간이다.
 
그렇게 대립과 갈등이 공존하는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천진스러운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는 '순수시인' 천상병이 남기고 간 시 10편을 낭송해주는 코너가 눈길을 끈다.

▲ 1층 전시실에 걸려 있는 창원 문학 연보.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나란히 소리 없이 서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 터지게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낭랑한 여성의 목소리로 들려오는 천 시인의 사연들. 그리운 사람을 찾아서 추억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전해주는 문학관 산책길이었다.

김해뉴스 /창원=정순형 선임기자 junsh@


*찾아가는 길/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노산북8길 49-1.
남해고속도로(28.5㎞)를 타고가다 남해 제1고속도로 지선(9.6㎞)으로 갈아탄 후 3·15대로(1.6㎞)로 바꾸어 타면 된다. 약 45분 소요.

*관람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연휴는 휴관). 055-7191-7193.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