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 풀어내
에디슨 등 유명인 일화 다루기도



20여 년 전 예수회 신부로 일할 때 진단받은 수면무호흡증을 비롯해 굵직한 수면장애는 거의 다 겪어봤다는 호주의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교사인 마이클 맥거. 쌍둥이를 키우면서 비로소 잠이 부족하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실감했다는 그는 잠을 두고 '인류 문명의 역사를 통틀어 대항할 자 없는 무적의 영웅이자 창조의 원천' 그리고 '수많은 가능성의 공간'이라고 칭했다.

그가 잠을 다룬 책을 내놨다. '세상의 모든 달콤하고 괴로운 잠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잃어버린 잠을 찾아서>다. 수면장애 해결을 위한 솔루션보다는 잠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진 책에는 너무 적게 자거나 너무 많이 잔 역사의 유명한 인물도 대거 등장한다. 예컨대 토막잠으로 잠자는 시간을 줄여 발명에 헌신했던 천재 에디슨을 보자. 목소리를 담은 축음기 등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어내 호기심 많은 이들의 잠을 설치게 만든 그는 자정에 '점심'을 먹을 만큼 잠이 없었다. 한꺼번에 서너 가지 일을 해나가며 그 누구보다도 효율적으로 일했고, 결론을 내지 못한 실험도 허투루 다루지 않고 전부 기록해놓는 등 그의 일관된 노력은 오늘날 귀감이 된다. 잠이 적기로 유명한 그가 다른 이의 잠까지 빼앗은 최고 업적은 바로 가정용 조명인 백열전구. 백열전구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은 밤을 잊을 수 있게 됐다.
 

 
이뿐 아니다. 저자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한마디로 잠을 자려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용'이라고 압축해낸다. 소논문 '수면과 불면에 관하여'를 쓴 아리스토텔레스 등 철학자들이 바라본 잠,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잠 등을 통해 잠을 둘러싼 다양한 견해를 펼쳐낸다.

나이팅게일을 둘러싼 이야기도 흥미롭다. 누구보다 환자를 사랑했고 침구 개선과 환기 필요성 등 군인들의 치료 및 복지 개선에 힘을 기울이며 '등불을 든 여인'으로 칭송받던 그는 전쟁터를 떠난 뒤 90살 세상을 뜰 때까지 54년 간 대중 앞에서 자취를 감추며 '그림자'가 됐다.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 보냈지만 간호학교를 세우고 교과서를 집필했으며 왕립 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갔던 나이팅게일. 어쩌면 '너무 바빠'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수 있다.

저자는 책 중간중간 아이들과 일상 속에서 잠을 풀어내기도 한다. 가벼운 일상이 던져주는 삶의 지혜가 마음 깊이 와닿는다. 

부산일보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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