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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스며든 차별·편견, 그냥 둬야 할까요?책(Book)
  • 수정 2018.05.16 10:44
  • 게재 2018.05.16 09:40
  • 호수 373
  • 13면
  • 부산일보 정달식 기자(dosol@busan.com)

'인권연대' 전문가 6인
도시·헌법 등 6가지 주제
인권교육 명강의 묶어 출판

 

이런 장면: 간혹 길을 가다 '바르게 살자'라는 표지석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사는 게 바르게 사는 것인지, 사실 이 표지석만으로는 그걸 가늠하긴 힘들다. 더 놀라운 것은 이 표지석에도 은연중에 통제와 구속이 담겨 있다는 것. 물론 촌스럽기 때문에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특정 공간에 세워져 있는 한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우리 도시의 상징물에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개인의 삶을 통제하려는 욕망이 반영돼 있다.
 
저런 장면: 우리는 저명인사들이 참여해 준공 테이프를 끊는 장면을 자주 본다. 하지만 거기에는 정작 일하는 노동자, 즉 주체가 빠져 있다. 한마디로 노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크고 멋진 것을 국가, 권력과 연결짓는 데는 익숙하지만 거기에 숨은 노동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주체로 인정받기는커녕 소외당하거나 차렷! 열중쉬어! 를 하고 있는 존재가 돼 버렸다. 대신 얼마나 많은 예산을 유치했는지 자랑하는 의원이나 기관장들의 '말씀'을 듣는 것이다. 이처럼 도시를 누비며, 또 일할 때,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숱한 일상의 차별과 거대 조직, 또는 국가와 같은 힘의 폭력에 노출된다. <인간은 왜 폭력을 행사하는가?>는 앞의 '이런저런 장면'처럼 일상에 스며든,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폭력을 발견하고 찾아내 우리에게 보여준다.
 
1999년 창립돼 인권 운동을 활발히 펼쳐나가고 있는 '인권 연대'가 2017년 진행한 '인권교육 직무 연수'의 주요 강의와 질의응답을 엮었다. 강연을 책으로 만들었기에 쉬운 구어체 문장으로 되어 있어 이해하기 쉽고, 술술 읽힌다. 책은 도시(정윤수), 평화(정주진), 심리(최영은), 소수자(박윤경), 헌법(오창익), 예산(정창수) 등 여섯 가지 주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실천적 지식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 스며 있는 차별과 편견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문화평론가 정윤수 교수는 파편화된 삶을 살아가는 도시인의 이야기를 통해 유명 커피 체인점이나 유명 의류 브랜드 매장이 없으면 동네가 '후지다'라고 생각하는 편견에 대해 말한다. 기업을 유치하고 도로를 넓히는 게 낙후한 도시를 벗어나는 것이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또 재개발로 우리의 삶의 기억을 무조건 없애는 것에 대해서도 폭력으로 본다.
 
평화갈등연구소 정주진 소장은 불평등과 불공정한 사회 구조로 발생하는 구조적 폭력과 사람들의 정신과 생각을 억압하는 문화적 폭력에 대해 설명한다. 이 중 기초 생활도 유지하지 못할 정도의 최저임금을 구조적 폭력의 대표적 예로 든다. 또 사회가 발달할수록 직접적 폭력은 줄어드는 대신 '문화 블랙리스트' 처럼 문화적 폭력은 증가한다고 말한다.
 
청주교육대 박윤경 교수는 우리 사회의 어떤 사람들은 다른 문화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배제되거나 기회를 박탈당한다면서 이런 현실을 바로 알고 바꾸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할 것을 주문한다.
 
실제 우리 사회는 성별, 연령, 학벌, 직업, 신념, 재산, 문화, 국적 등 다양한 차이를 이유로 사회적으로 배제하거나 기회를 박탈하며, 그 사람의 신념이나 가치를 깎아내리는 차별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 책은 서로의 차이를 이유로 차별과 편견을 가지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차별과 편견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서 약자 또는 소수자에 대해 따듯한 시선을 가져야 하며, 차별과 편견으로 나누어지는 주류와 비주류 혹은 다수와 소수는 상대적인 개념이기에 내가 어떤 상황에서는 주류 집단이었다가 다른 상황에서는 비주류 집단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 속엔 차별과 편견, 폭력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해결책이 들어 있다. 아이와 함께 보면 더 좋을 책이다.

부산일보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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