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순재 김해성폭력상담소장

2016년 5월 17일 오전 1시경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 소재한 한 건물의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흉기에 수차례 찔려 살해된 그날을 기억한다.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이다. 당시 피해자와 가해자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으며 범행 당일 피의자는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여성이 남성을 무시하면 죽어도 된단 말인가?

이 사건과 같은 불특정 여성에 대한 범죄는 과거에도 수차례 있어왔다. 하지만 '여성 혐오'라는 시각으로 사건을 해석하고 집단적인 추모로 이어지진 않았다. 단지 불쌍하게 죽어간 피해자를 동정하고, 흉악한 가해자를 비난하며, 후속대책을 요구하고... 그렇게 지나쳐왔던 우리 사회가 '여성 혐오'라는 시각을 통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대항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강남역 살인 사건은 여성에 대한 공포를 만천하에 공표한 사건이다. 이러한 공포에 공감하고 대책을 세워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직까지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강남역 10번 출구에 붙은 쪽지 1004장의 추모 글에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기에 겪어야 했던 차별과 폭력의 경험이 여성들이 공통으로 경험한 '여성혐오'라는 말로 인식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는 피의자가 여성 피해자를 특정하게 노렸다는 점에서 여성혐오 범죄로 알려지기도 했다. 다만 검찰은 피의자의 정신상태 등의 감정결과 여성혐오 범죄로 보기는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쏟아내기 시작한 여성들의 이야기에 이제는 우리 사회가 귀를 열어야 함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여성들은 안전한 사회를 희망한다는 여성들의 공감이 있었고, 행동으로 함께 해 왔다. 여성들의 바람은 거창하지 않았다. 지금도 많은 여성들에게 일상은 불안과 공포로 점철되어 있으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이상 불안을 안고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 절대 욕심일 수 없다.

우리 모두는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주체적이고 당당하게 또한 안전하게 살아 갈 권리가 있다. 그 권리는 남성이나 혹은 일부의 사람만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아니다. 이 당연한 권리를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쟁을 통해 쟁취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바로 이 문제가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문장이 지금도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까닭이기도 한 것을 우리는 안다.

평화의 달 5월, 다시 추스르는 자리에서 2년 전 시린 가슴으로 당신을 보내고, 2주기를 맞는 우리 마음에 여전히 남아있는 분노와 슬픔은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당신의 죽음은 슬픔일지언정 절망을 말하지 않았고, 당신의 희생은 고통일지언정 부서지지 않을 희망을 외쳤고, 당신이 남긴 희망이 우리를 다시 여기 이 자리에 모일 수 있게 한 것을 님은 아시는지? 당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도 차별과 폭력에 맞서는 우리의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8년 5월 17일,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 2주기는 우리의 삶에서 여성의 존재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다. 공감과 연대를 통해 얻어지는 용기와 감동의 의미는 크다. 여성의 연대를 확인하는 자리매김일 뿐만 아니라 미투(#Metoo, 나도 말한다)운동을 지지하며 위드유(#With you, 당신과 함께 하겠다)운동에 적극 함께 해 나가는 시점에서 나아갈 길이 있고,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연대의 확장은 고통을 나누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믿으며 성폭력 근절을 위한 연대와 성차별적 사회구조 변혁에 대한 공감을 이어나갈 것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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