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4시께 한 50대 남성이 떠돌이개에게 공기총 실탄 1발을 발사한 혐의로 경찰에게 붙잡혔다. 경찰은 이 남성이 소지하고 있던 공기총 1정과 탄환 109발 등을 압수했다. 총상을 입은 후 도망친 개는 '개통령', '검정고무신'이라는 별명으로 각각 활동 중인 동물보호활동가 2명과 경찰, 119구조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구조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익명을 희망하는 김해지역 동물보호활동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총을 맞은 개의 안타까운 사연을 추적한다.
 

▲ 지난 16일 동물보호활동가와 119구조대, 경찰이 공기총에 맞은 개를 구조하고 있다(왼쪽). 총상으로 왼쪽 얼굴에 부상을 입은 '백구'의 모습. 사진제공=김해시 진영읍 동물보호활동가 '개통령'

 
떠돌이 개 공기총으로 저격
김해 진영읍 ‘백구’ 총상
안면 총알 제거 긴급 수술


 
"주인에게 버림받은 후 길거리와 자동차 밑을 전전하며 목숨을 이어온 아이입니다. 사람들을 유독 잘 따랐던 순한 아이에게 무슨 죄가 있어서 총을 겨눈 건가요? 마음대로 키웠다가, 버렸다가, 죽이기까지 하는…. 인간의 잔인함은 어디까지 이어지는 걸까요?"
 
저는 김해시 진영읍에 거주하는 30대 동물보호활동가입니다. 평소 동물을 돕는 일을 하기 때문에 학대 받거나 버려진 개들을 자주 보는데 며칠 전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15일 김해시 진영읍 한 주택가에서 50대 남성이 '친구들과 몸보신을 하기 위해' 떠돌이 개에게 공기총을 쏜 것입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해당 남성을 총포화약법,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했지만 총을 맞은 개는 사라져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 16일 뉴스 보도를 통해 소식을 접한 저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아무 죄도 없는 떠돌이 개에게 총을 쏜 자체도 큰 충격이었지만, 총을 맞은 개가 평소에 잘 알던 아이였던 것입니다.
 
총을 맞은 '백구'는 약 1년 전부터 진영읍 구도심 지역을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옛 진영역 인근에 살다가 역사 주변 개발로 주인이 이사를 가게 되면서 버리고 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백구는 이제 2~3살 남짓한 어린 개지만 살아남기 위해 길거리를 떠돌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거리에는 백구와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각기 다른 주인에게 비슷하게 버림받은 5~6마리는 서로를 의지하듯 늘 함께 다녔습니다.
 
이 아이들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땅에 떨어진 음식도 마다할 수 없었고 밤이면 추위를 피해 인근 주차장 차 밑에 들어가 잠을 청했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불쌍해 저를 포함해 몇몇 주민들이 사료를 주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꼬리를 살랑이며 기뻐했습니다.
 
아이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여러 마리가 함께 몰려다니는 모습에 겁을 먹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사료를 주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심한 경우 "약을 풀어서 죽여야겠다"도 말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특히 진영에는 개장수들이 많아 떠돌이 개들은 늘 위험에 시달렸습니다. 그 불안 속에서 드디어 일이 터졌던 것입니다.
 
소식을 접한 지난 16일 또 다른 동물활동가와 함께 백구가 자주 가는 진영 구도심 주택가를 돌면서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경찰과 119구조대에도 협조를 구했습니다. 1~2시간이 지나자 왼쪽 눈 아래 핏자국이 있는 백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금세 다가오는 백구였지만 총을 맞은 충격 때문인지 사람들을 경계했습니다. '헥헥' 거리며 지친 기색이 역력한 백구였지만 목숨을 걸고 도망치는 바람에 잡을 수 없었습니다.
 
다음날인 17일 오전 다시 백구를 찾아 나섰습니다. 역시 백구는 늘 다니던 주택가 인근에 있었습니다. 전날보다 더 상태가 나빠진 백구는 도망칠 힘도 없는지 자동차 사이에 거의 쓰러진 듯 앉아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늦어지면 죽겠다는 무서운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구조대가 빠르게 움직였고 결국 백구를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백구의 상태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인근 동물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은 결과 코 부위와 턱 부위에 총알이 2개 박혀 있었습니다. 이 상처 때문에 백구는 입을 벌려 음식을 먹기도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병원에서 영양제를 투여한 뒤 총알을 빼내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냈습니다.
 
백구는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회복 중입니다. 그러나 백구의 삶 속 고비는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백구처럼 주인에게 버림받은 동물들은 굶주림에, 쌩쌩 지나는 자동차 사이에, 이들을 학대하는 사람들에 매일 고비를 맞고 있습니다. 인간의 욕심으로 비롯된 이들의 고통은 과연 언제쯤이면 해결될 수 있을까요.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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