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으로 나눠 자동차 정비를 실습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오늘 수업은 쇼바 교체와 트랜스 미션 해체 등이다.



김해이주민의집, 자동차 정비교육 실시
매주 일요일, 휴일도 반납하고 수업 열심
이론과 실기 수업 병행, 만족도 높아

이주민 학생들 높은 열의에 강사도 의욕
정비센터 父子 강의 나서, 현장기술 전수
기술 배워 가면 고국의 부흥에도 도움



"장력이라는 게 있어요. 스프링이 이렇게 되었다가 다시 이렇게 될 때 생기는 힘, 텐션 아시죠?"
 
오늘 수업은 자동변속기다. 김해시 동상동 김해이주민의집 3층 좁은 강의실에서 이주노동자 열대여섯 명이 앞쪽의 빔 프로젝트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자동차정비 용어를 한글로 풀어가며 술술술 설명하고 있는 강사는 김난영(50) 씨. "자, 이 그림을 보면 토크 컨버터 안에 오일이 있어요. 이게 원심력이 없으면 오일이 이렇게 다 빠져나가겠죠."
 
이주민 학생들은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며 필기도 하고 핸드폰을 높이 들어 화면을 사진으로 담는 등 열심이다. "후진이요. 후진" "속도가 줄어드는 거요." 강사의 질문에 여기저기서 제법 또렷한 한국말 대답도 나온다. 
 
지금 진행되는 수업은 김해이주민의집(대표 수베디 여거라즈)이 김해시의 지원을 받아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3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자동차정비기술교육이다. 매주 일요일 오후에 이론 수업과 실기 수업을 병행한다. 스리랑카와 네팔 그리고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20여 명이 휴일을 반납하고 수업에 참가하고 있다.   
 
"여기 온 이주노동자들이 엘리트들이어서 그런지 공부하겠다는 열의가 대단하고 이해도 빨라요. 네팔에는 자동차 전문서적이 없다면서 여기 교재를 번역해서 자기 나라에서 나눠줘야겠다는 사람도 있어요."
 

▲ 교실에서 진행되는 이론수업 모습.

김 강사가 맡은 건 이론수업. 원래 이주민의집에서 한국어를 가르쳤으나 지난해 농업기술교육에 이어 올해는 자동차정비 강의까지 뛰어들었다. 자동차 지식은 많이 없지만 이주노동자들과 소통하고 설명하는 능력이 뛰어나니 가능한 일이다. "강의자료 PPT를 만들면서 저도 공부해요. 모르는 건 저기 전문가가 있으니 또 해결이 되구요."
 
아닌 게 아니라 교실 중간쯤에 앉은 임효섭(31) 씨가 강의 중간 중간 끼어들어 보충설명을 해주고 있다. 임씨는 실습 수업을 맡은 김해시 외동 공원카 정비센터 소속이다. 그러니까 이론강의에 한국어와 자동차 기술에 각각 능한 두 명의 강사가 동원된 셈이다.
 
한 시간여 이론수업을 마친 뒤 이주민 학생들은 공원카 정비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을 맞은 사람은 정비센터 사장인 임동주(57) 씨. 아들 효섭 씨와 함께 둘이서 정비 실습을 담당한다. 
 
"오늘은 미션, 에어컴프레샤, 쇼바 작업하고, 지난번에 엔진 안 뜯어본 사람은 엔진 분해 한번 하기로 하죠."
 
이주민 학생들이 목장갑을 끼고 수업 준비를 끝내자 임 사장이 수업과제를 전달했다. 곧이어 승용차 한 대를 리프트로 들어 올린 뒤 서너 명씩 조를 나눠 맡은 작업을 시작했다. 
 
"자 이게 쇼바인데, 쇼바 종류가 몇 가지라고 했죠?" 쇼바 부품을 들고 나온 임 사장의 질문에 "유압" "가스" 대답들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 친구들이 배우겠다는 열망이 너무 강해서 뭐든지 다 주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술 배워서 본국 가서 그걸 사회에 쓰겠다는 데 참 좋은 일이죠. 우리나라도 그렇게 발전했으니까요." 임 사장은 이번 수업을 하면서 이주민에 대한 선입견이 싹 바뀌었다며 흐뭇한 표정이다. 
 

▲ 이주민 학생들이 해체한 자동차 부품을 다루고 있다.

임 사장의 지도를 받으며 머리를 승용차 하체에 바짝 대고 쇼바를 해체하고 있는 아상크(31) 씨는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한국에 온 지 4년째로 섬유회사에 다니는데, 부인은 2년 전 한국에 와서 인제대학교 대학원에서 농업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남편은 돈을 벌고, 부인은 공부하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자동차 기술 배우는 게 너무 좋은데 시간이 많이 없어요. 어제 야근을 하고 아침에 3시간가량 자고 여기 공부하러 왔어요." 아상크 씨는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하지만 눈은 초롱초롱 빛난다.   
 
한국에 온 지 8년 째인 네팔 출신 구룽(33) 씨는 자동차 부품 회사에 다니고 있어 자동차에 대해 좀 친숙한 편이다. "좀 있으면 고향에 가야 하는데 정비기술 제대로 배워서 고향에서 자동차 정비소 운영하고 싶어요. 고향 가기 전에 자동차 정비 자격증도 땄으면 좋겠어요." 한글에 꽤 익숙한 구룽 씨는 실제 기능사 시험도 준비 중이다.  
 
정비소 한쪽에서 오늘 이론 시간에 배운 자동변속기를 분해하고 있던 스리랑카 출신 카순(30) 씨는 자동차 정비가 너무 재미있단다. "어려운 건 많지만 선생님들이 너무 잘 가르쳐줘요. 한국에서 돈 많이 벌고 또 기술도 제대로 배워서 스리랑카 가서 큰 자동차 정비센터 만들 거에요."
 
자동변속기 작업을 지도하고 있던 효섭 씨는 "이주민 학생들이 평일에도 와서 배우고 갈 만큼 열심이에요. 이 수업 때문에 일요일 오후에는 도통 다른 일을 할 수 없지만 학생들을 보면 의욕이 솟아요"라며 씨익 웃었다.  
 
나라는 다르지만 여기 모인 이주노동자들의 꿈은 하나다. 자동차 정비 전문가가 되어 고향에서 사업을 펴고 싶은 것이다. 이 꿈들을 조금씩 현실로 만들어가는 이 수업의 공식 명칭은 '제1회 외국인 근로자 자동차정비기술교육'. 올해 말까지 진행된다. 김해이주민의집은 지난해 김해시의 지원을 받아 이주민들에게 농업기술교육을 시작했는데 호응이 좋아 이번에는 자동차정비 교육을 시작했다.  
 
김해이주민의집 수베디 대표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돈을 벌러 왔지만 이왕에 선진 농업기술이나 자동차 정비 같은 전문 지식을 배워 돌아간다면 고국의 부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 교육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이정호 선임기자 cham4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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