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포항 호미곶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는 청춘 남녀. 과연 그들의 가슴에는 어떤 바다가 자리 잡고 있을까.



호랑이 꼬리 닮은 천하명당
동해 태양 떠받는 '상생의 손'
떡국 2만 그릇 끓인다는 가마솥 
추억 물들이는 '영일만 친구' 노래비
 

 

▲ 일본 왕실의 기원, 연오랑과 세오녀를 기념하는 조형물.

푸른 바다를 안고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는 동쪽 땅 끝 마을. 그 모습이 호랑이 꼬리를 닮았다는 호미곶을 찾아가는 발걸음.
 
첫 번째 코스로 찾아간 해맞이 광장. 탁 트인 공간에 벽돌을 깔아놓은 공간이 가슴을 활짝 열어주는 상쾌함을 선사했다.
 
바다로 가는 길. 해맞이 광장을 걷다보면 "신라 8대 아달라왕 때 동쪽 바다마을에서 해초를 따다가 (파도에 밀려온)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서 왕이 되었다"고 삼국유사에 기록된 연오랑과 그의 아내 세오녀를 상징하는 조각물이 세워져 있다.
 
"일본 왕실의 핏줄이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으로 시작됐다"는 것을 암시하는 설화다. 이 대목을 두고 한일 두 나라 역사학자들이 논란을 거듭하고 있지만, "당시 우리 문화가 일본을 앞섰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기록이라는 사실만은 부인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수평선을 향해 몇 걸음 더 걸어가면 유라시아 대륙을 향해 발톱을 세우는 '호랑이상'이 세워져 있다. 우리 국토를 백두산 호랑이로 묘사한 지도의 꼬리에 해당하는 호미곶. "호랑이는 꼬리의 힘으로 달린다"는 생물학자들의 설명을 보탠다면, 한적한 어촌마을 호미곶이 천하의 명당이 되는 셈이다. 
 

▲ 호랑이로 표현한 한국 지도. 그 꼬리 지점에 호미곶이 있다.


해맞이 광장 중간에는 '오른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는 초대형 청동 조각상이 우뚝 서 있다. 세상 모든 것을 담아내는 '오른손'이라고 했다.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두 눈을 크게 떠서 바다를 바라보면, 해안도로 건너편 물 속에서 '왼손바닥'을 활짝 펼친 청동 조각상이 인사를 한다. 매일 아침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을 떠받치는 손이라고 했다. 땅과 바다에 뿌리를 내린, 두 손이 서로 맞잡는 '그날이 오면',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감격을 맛볼 수 있을까.     
 
해맞이 광장 왼쪽 공간에는 초대형 가마솥이 걸려 있다. 한꺼번에 떡국 2만 그릇을 끓일 수 있는 가마솥이라고 했다. 2004년 새해 첫날에 열린 '한민족 해맞이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에 떡국을 대접하면서 유명해진 가마솥이다. 그날 이후 매년 새해 첫날이 되면 호미곶을 찾은 관광객 모두에게 떡국을 대접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가마솥이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새해 첫날 차가운 바닷바람에 얼어붙은 두 손을 김이 무럭무럭 피어나는 떡국 한 그릇으로 녹이는 장면이 저절로 떠오른다.  
 

▲ 구룡포항에 조성된 근대화 거리 입구.

해맞이 광장을 지나면 갈매기들이 인사를 한다. 푸른 파도와 어울려 까닭 모를 향수를 자아내는 갈매기 울음 소리. 그 길을 따라 1분가량 걸으면 등대가 있다. 1907년, 일본 선박이 암초에 걸려 침몰하는 사건을 계기로 만든 등대라고 했다. 높이 26.4m. 설계는 프랑스 사람이 하고 공사는 중국 기술진이 맡았다는 등대다. 사실상 국권을 빼앗겼던 시절에 불을 켠 등대이지만, 안쪽 문양은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오얏꽃이 새겨져 있다. 이후 110년이 흐르는 세월 속에 한일합방을 비롯해서 숱한 세파에 시달리면서도, 단 하루도 불을 꺼뜨린 일이 없었다는 호미곶 등대. 
 
각자 주어진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자세에 새삼 고개가 숙어진다. 등대 옆에는 어느 대중가수가 영일만을 노래했던 가사를 담은 노래비가 서 있다.
 
"바닷가에 오두막을 짓고 사는/ 어릴 적 내 친구/ 푸른 파도 마시며/ 넓은 바다의 아침을 맞는다…"
 
'해를 맞이하는 물굽이'라는 뜻을 가진 영일만. 그 속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의 정서를 담은 노랫말이 정겹다. "추억은 삶의 그림을 아름답게 물들인다"는 말이 되새겨 지는 여행길이었다. 
 
김해뉴스 /경북 포항=정순형 선임기자 junsh@


▶경북 포항 호미곶
가는방법=중앙고속도로(17.9㎞)를 타고가다 경부고속도로(26.6㎞)로 갈아 탄 후 동해고속도로(53.5㎞)를 이용하면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 도착한다. 약 2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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