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새들의 소요(이나열 지음/도서출판 전망/140p/7천원)
"세찬 바람 앞에 섰다 / 빠른 물결은 / 더 큰 세상을 찾아 바삐 달려가고 / 작은 꿈을 심으며 키우던 미나리 꽝 / 건강한 다리 / 차가운 물 위로 드러내었다 / 시커먼 고무 옷을 입고 들어가 / 미나리를 캐는 아낙네(하략)".
 
이나열 시인의 시 '조만강의 겨울' 1연이다. 김해의 들판을 적시는 낙동강 지류인 조만강을 가까이에서 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시다.
 
"강 건너 대처에서 / 기차 타고 물금역 내려 / 다시 배 타고 건너 왔다 // 거슬러 되돌아가는 배를 보며 / 잠시 멈춘다 / 살아 온 길들이 뒷걸음치며 / 산등성이로 사라진다(하략)" '월촌리'라는 이 시는 낙동강 연안에 위치하고 있는 김해시 대동면에 있는 월촌리를 쓴 시다.
 
풍경과 사람 이야기를 담은 이나열 시인의 시집 '잎새들의 소요'를 펼쳐보다가, 반가운 김해의 지명들을 발견한다. 꼼꼼하게 다시 읽어보니 김해 사람 이야기인 것 같은 시편들이 보인다. 이나열 시인은 경남 거제 출생으로 부산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김해에서 30여 년간 교사로 재직했고 지난 2009년 퇴임했다. 그래서 김해의 풍정을 그려낸 시들이 있었던 것이다.
 김해를 느끼게 하는 단어와 구절을 밀쳐두고 시집에 좀 더 집중하면 이나열 시인의 육성이 들려온다. 어딘가에 있을 시인 자신의 유토피아를 찾아 끈질기게 걷고 있는 시인의 뒷모습도 보이는 듯하다. "낙타는 자꾸 넓어지는 사막으로 붉은 피를 흘리며 광막한 길을 유랑한다. 절대공간에 집을 짓는 한 편의 시를 위하여 제가 흘린 눈물로 사막의 꽃은 피어난다"는 시인의 자서가 시집을 함축하여 보여준다. 정익진 시인은 '삶은 사막이고 시인 자신은 한 마리 낙타가 되어 인생의 무엇인가를 찾아 멀고 먼 여정의 도중인 것이다'라고 해설을 붙였다. 시인의 삶도, 독자의 삶도,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의 여정임이 느껴지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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