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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키디데스의 함정과 한반도편집국에서
  • 수정 2018.05.30 09:50
  • 게재 2018.05.30 09:48
  • 호수 375
  • 19면
  • 정상섭 선임기자(verst@gimhaenews.co.kr)
▲ 정상섭 선임기자

"중국과 미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된다."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한 푸잉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외사위원회 부주임이 강연에서 한 말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이미 2015년 9월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국 간에 전략적 판단을 잘못하면 스스로 그러한 함정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경제적 패권 경쟁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떠올랐다. 미국의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이 올해 초 펴낸 '예정된 전쟁'도 이 용어를 사용해 미국과 중국의 충돌 가능성을 분석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새로운 신흥국의 대두와 그에 대한 기존 패권국의 두려움이 전쟁을 불가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를 폐허로 만든 아테네(신흥국)와 스파르타(패권국)의 전쟁 과정을 다룬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저자 투키디데스 이름에서 따왔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주목하는 것은 그 속에 보이는 역사의 반복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등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한반도의 운명도 그때마다 요동쳤다.

앨리슨은 그의 책 '예정된 전쟁'에서 지난 500년 간 역사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적용할 수 있는 16개 사례를 찾아냈고, 그 가운데 12개는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 19세기에 급부상한 일본이 벌인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시작된 태평양전쟁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청일전쟁이 벌어진 전쟁터는 다름아닌 우리의 산하였고, 태평양전쟁은 우리나라에 강제징용과 위안부, 남북 분단이라는 현대사의 비극을 잉태했다.

앨리슨의 사례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쇠락해 가는 명나라와 신흥국인 청나라도 왕조의 운명을 건 전쟁을 벌였다. 그 와중에서 조선이 보인 실패한 외교는 병자호란이라는 참화를 온 국토와 백성들에게 안겨주었다.

최근 한달 사이에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 짧은 기간에 북미 정상회담의 추진, 트럼프 미 대통령의 회담 취소 선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전격적인 제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북미 정상회담의 재추진 등 상황이 말 그대로 요동을 치고 있다.

그같은 반전과 요동 속에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자리잡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다롄에서 열린 두 번째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뒷문을 열어줘 북한의 협상 태도가 바뀐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놓고 "김정은이 시진핑을 만난 뒤 태도가 달라졌다"며 중국 배후론을 제기했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 논의 과정에서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전쟁의 '정전협정' 당사국일뿐 아니라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한반도에서 일정부분 자국의 영향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중국은 전략적 차원에서 한반도 문제를 미·중 관계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전쟁이 그야말로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균형추' 역할이다. 한반도 정세는 6·12북미 정상회담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 등으로 지금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관계는 냉혹하다. 미국과 중국은 그들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이라는 우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이해관계를 조정해 나가는 현명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까닭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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