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은 뒤 책읽는 습관이 생겼고
글 쓰는 재미도 느끼기 시작해
난, 시인이 됐다

쥘 베른(1828~1905)을 아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많은 사람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80여 편의 장편소설을 쓴 프랑스 작가이지만, 100여년 전의 사람인데다 우리가 접하는 문학사에 언급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15소년 표류기'라는 책에 대해 물으면 상당히 많은 사람이 재미있게 읽었다거나, 제목을 들어본 적이 있는 소설이라고 답하지 않을까 싶다. 바로 그 '15소년 표류기'의 작가가 쥘 베른이다. 소설을 읽었거나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작가의 이름을 쉽게 기억하리라 생각된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인가,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쯤에 '15소년 표류기'를 읽었다. 그렇게 재미있는 책은 처음이었다. 가슴 두근거리는 흥분이 밤새워 책을 읽는 내내 계속되었고,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도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사물에 대한 판단이 서툴렀던 때였지만, 책을 읽으면서 받은 충격이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었다.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줄거리를 알고 있고, 그 후 읽은 많은 책 중에서도 가장 잊히지 않는 책으로 남아 있다.
 
책 속의 열다섯 명 소년은 나이가 여덟 살부터 열네 살까지이다. 이들은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 등 서로 국적은 다르지만, 뉴질랜드의 '체어먼'이라는 기숙학교 학생들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바다여행을 앞둔 전날 밤, 선장과 승무원 등 어른들은 없고 아이들만 배에 남아 있었다. 자크라는 호기심 많은 소년이 배를 묶어 놓았던 밧줄을 몰래 풀어, 배가 물결 따라 한바다로 나가게 되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거센 풍랑에 배가 난파되지 않도록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돛을 오르내리는 고투가 이어지고, 그런 가운데에서도 나이 어린 아이들은 선실에 안전하게 보호하는 배려가 눈물겹다. 위기를 넘긴 배는 이름 모를 무인도 근처 암초 위에 얹히고 만다. 아이들은 배에 있던 양식과 약품 그리고 나뭇조각 하나까지 섬으로 운반 한 뒤, 탐험을 하여 무인도임을 확인하고 동굴을 찾아내어 보금자리를 만든다. 배에 있던 총으로 바위비둘기 메추라기 오리 등 새와 동물을 사냥하여 양식을 비축하고, 섬 생활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 참 슬기롭다. 아이들 간에 약간의 시기와 다툼도 일어나지만,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것도 재미있다. 2년 동안 무인도에서 펼쳐지는 어린이 공동체 삶은 갖가지 모험 끝에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나는 이 책을 읽은 후부터 재미있는 책을 찾아서 읽는 게 습관이 되었고 글 쓰는 재미에도 빠져 시인이 되었다. 그렇게 보면 내게 있어서 가장 큰 행운은 어릴 때 '15소년 표류기'와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왜 어른이 되어 재미있게 읽은 책들은 거의 다 잊어버렸는데 그보다 훨씬 오래 된 '15소년 표류기'는 기억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누구나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에게도 책읽기를 강조하고 있다. 서점에 가면 좋은 책들이 쌓여 있지만 50여년 전에 읽은 책이 아직도 나에게 감동으로 남아 있다면 '15소년 표류기'는 분명히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꼭 읽어 볼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 이병관은
김해 출생. 경남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김해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김해시에서 공무원으로 일했으며, 칠암도서관장·장유도서관장을 역임했다. 김해의책추진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해시노인종합복지관 사회교육프로그램 중 문예교실, '샘'시동인 활동 등을 통해 시 창작과 시 감상의 즐거움을 널리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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