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천문대

김 용 권

천장에 고인
밤하늘 문장은 장엄하지
누군가 보고 싶을 때
안드로메다 폭풍이 몰아치는
천문대로 가봐
여기는 별의 사막 한가운데,
빛이 걸어가는 구멍마다
짤랑 거리는 동네가 서지
나는 떠돌이별
어둠이 찔러오는 곳마다
백만 송이
등불을 걸어두지
비껴나는 건 모두
별똥별이 되지
사라지는 백색왜성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을 때
그때, 천문대로 가봐


<작가 노트>

“만날 수 없는 사람을 만나려면…”

누구나 그리움 하나쯤 안고 살아간다. 그리움의 대상은 무한하다. 오가며 그리운 사람의 집에 얹어 놓은 내 마음은 무한히 부풀고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이 혹시 문을 열고 내다보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나도 몰래 설레는 감정을 숨길 수 없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잃어버린 지 얼마인가? 잃어버린 마음의 지갑을 열어 보인 적이 있었던가? 나는 보이지 않는 사람,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적에는 김해천문대를 찾아간다. 밤하늘 무수히 수놓은  별빛아래 보고 싶은 사람을 찾는다. 밤하늘 천장에 그려놓은 장엄한 문장들, 빛이 걸어가는 동네마다 짤랑거리며 서는 동네, 그 속에 내가 그리는 사람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김해천문대는 보이지 않는 사람을 보여준다. 내가 보고 싶은 먼 곳, 우주를 보여준다. 지난해 하늘로 떠난 보고 싶은 사람을 보여준다. 하늘을 훨훨 날아가는 새가 있다. 은하를 헤엄치는 물고기가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그때 김해천문대로 가봐. 김해뉴스
 

▲ 김용권 시인

 ·경남 창녕 남지 출생
 ·서정과 현실등단, 시집 <수지도를 읽다> <무척>
 ·제15회 들불문학제 대상. 박재삼 사천문학상 수상
 ·석필동인. 시산맥 영남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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