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라는 명언을 남긴 나폴레옹, 미식가로 소문난 다윈이나 괴테, 세익스피어 등. 이 역사적 인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통풍'을 앓았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황제병, 부자병으로 불리기도 했다.

#통풍(痛風)은 말 그대로 바람만 스쳐도 아플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특징이다. 한의학에서는 호랑이가 무는 것과 같이 몹시 아프다는 뜻으로 백호풍(白虎風), 또는 역절풍(歷節風)이라고도 부른다. 영어 이름은 Gout인데, 이는 라틴어의 침(gutta)에서 유래됐다. 악마의 침이 관절에 침투해 생긴 병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통풍의 원인과 예방·치료법을 알아본다.

 



5년 새 통풍 환자 49%나 증가
20~30대 환자 증가율 더 높아
극심한 통증… 혈중 요산이 원인
2년 내 80% 재발, 조기치료 중요
술은 절대 금물, 유제품 도움돼



■'치맥' 열풍에 늘어나는 통풍

시원한 생맥주와 치킨이 절로 생각나는 무더위가 기승을 무리고 있다. 때이른 더위와 함께 젊은 직장인에게는 치킨과 맥주, 이른바 '치맥'이 단연 인기다. 그러나 기름에 튀긴 닭과 퓨린이라는 성분을 함유한 맥주를 함께 마시는 치맥은 통풍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위험 인자이다. 실제로 야구장이나 해변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여름에 통풍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통계도 있다.
 
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통풍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7년 39만 5000여 명으로 2012년 26만 5000여 명에 비해 5년 만에 49%나 늘어났다. 환자의 대부분은 남성으로 92%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20대 남성 환자는 같은 기간 1만 800여 명에서 1만 9800여 명으로 83%나 급증했다. 이 기간 30대 남성 환자가 66% 증가했다. 40대 남성 환자는 49%, 50대 남성 환자는 38% 늘어나 20~30대 젊은층 환자의 증가율이 훨씬 높았다.


■통풍의 원인은 요산
통풍은 혈액 내에 요산이라는 단백질 찌꺼기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관절의 연골, 힘줄 등에 달라붙으면서 생기는 대사성 질환이다. 달라붙은 요산은 관절 부위에 염증과 함께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주로 엄지발가락 부위가 매우 아프면서 뜨겁고 붉게 부어 오르는 증상으로 시작한다.
 
요산은 퓨린의 마지막 대사물로서 신장이나 장을 통해 배설된다. 하지만 요산이 과잉 생성되거나, 요산의 배설이 감소해 혈액의 요산 농도가 7.0㎎을 넘어설 경우 고요산혈증, 즉 통풍으로 진단된다.
 
부산 희연요양병원의 전재일 원장은 "한의학에서는 풍(風), 습(濕), 담(痰) 등이 체내에 정체돼 기혈과 경락의 순환을 방해하면서 생기는 병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술과 고량진미, 즉 기름진 음식이 주원인으로, 임상학적으로는 체격이 크고 성격이 다혈질인 남자에게 주로 발병한다는 게 전 원장의 설명이다.
 
통풍은 특히 여름 또는 겨울철에 발생하기 쉽다. 여름철에는 피가 더워져 탁해지고, 혈중의 요산이 소변을 통해 배출되지 못하고 더 많이 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술은 금물, 식이요법 병행해야
혈액 중에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 요산 결정체가 관절을 침범해 급성 통풍성 관절염, 즉 통풍 발작을 일으키게 된다. 주로 첫 번째 발가락에서 가장 많이 발병하며, 발목과 손목, 무릎, 팔꿈치 등에도 생긴다.
 
전 원장은 "급성 통풍은 1~2주간에 걸쳐 저절로 좋아지기는 하나 6개월에서 2년 사이에 60~80%가 재발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 발작 횟수가 많아질 뿐 아니라 요산 결정체가 관절을 침범해 관절변형과 결절을 초래하는 만성 결절성 통풍으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풍 치료를 위해서는 요산의 형성을 억제하거나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요산 생성 억제제와 요산 배설 촉진제가 사용된다. 재발 방지를 위해 저용량의 콜히친을 같이 처방하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혈액 순환을 촉진하기 위한 사혈요법과 함께 풍을 흩어주고, 습을 빼주는 첩약을 사용한다. 침으로 담 경락을 치료해 염증을 가라앉히고 요산 배설을 촉진시키는 방법도 쓰인다.
 
통풍의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술은 절대 피하고,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은 가급적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알코올은 신장의 요산 배설을 감소시키고, 퓨린 합성을 자극해 고요산혈증을 일으킨다. 가장 피해야 할 조합은 '치킨+맥주', '곱창+소주' 등 기름진 음식과 알코올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다.
 
전 원장은 "퓨린 함유가 많은 내장, 등푸른 생선, 멸치, 조개류 등의 섭취를 줄이고, 저지방유와 요구르트 등 유제품과 다량의 수분 섭취를 생활화하는 것이 통풍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적절한 운동은 좋지만 과도한 운동은 탈수를 일으켜 요산 농도를 올릴 수 있으므로 운동할 때도 물을 적절히 마셔야 한다. 특히 무산소 운동인 웨이트 트레이닝은 절대 피하라고 전 원장은 조언했다.

김해뉴스 /정상섭 선임기자 verst@


 도움말 = 전재일 부산희연요양병원 원장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