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별로 자국 이주노동자를 상담하고 있는 상담사들. 평일 낮이라 덜 붐비는 편이다.

 

외국인상담사 나라별로 7명 활동
오래 근무해 이주노동자 고충 잘 알아
임금체불·사업장 변경은 단골 민원

다급한 환자, 관청 민원 출장도 나가
노동자와 회사간 중재에 애먹기도
눈빛으로 느끼는 감사인사에 뿌듯




김해시 서상동에 있는 김해외국인력지원센터는 일요일이면 장터처럼 붐빈다. 임금 체불이나 출입국 문제 등을 상담하러 온 이주노동자들로 널찍한 상담실이 빼곡 찬다. 상담 차례를 기다리자면 제법 시간이 걸리지만 여기서 만난 자국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심심하지는 않다. 윗층 강의실에도 한국어와 컴퓨터 교육을 받으러 온 이들이 하루종일 드나드니 이 건물 엘리베이트가 쉴 틈이 없다. 고충 상담도 하고 교육도 받고, 평소 못 보던 동료들을 만나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곳이다. 휴일에 북적일 수밖에 없다. 
 
센터의 상담부스는 간단한 칸막이로 나눠져 있는 데 칸막이 마다 각국의 국기가 앙징맞게 놓여있다. 그 안에서 그 나라 출신 상담사가 자국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방안을 고민한다.
 
이 센터에 근무하는 외국인 출신 상담사는 모두 7명이다. 인도네시아, 중국, 필리핀, 베트남, 태국,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등인데 대부분 결혼이주여성들이다. 한국에 온 지도, 상담 경력도 오래된 베테랑들이 많다.
 

▲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상담사들.


"처음에는 상담 받으러 온 분들이 힘들어 하는 걸 다 해결해주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법이나 규정이라는 게 있어서 하고 싶은 대로 다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차츰 알게되었죠. 이제는 이야기를 듣고 되는 일과 안 되는 일 명확하게 구분을 해서 안 되는 건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을 해요." 상담 업무 10년째인 김마리아(43·필리핀) 씨의 말이다. 김 씨는 결혼이민으로 한국에 온 지 17년, 일요일이면 20~30명 정도의 상담객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동포 이주노동자들을 돕는 일인 만큼 보람도 크다.
 
"몇 년 전 산재로 손목이 절단 당한 노동자 사건을 다룬 적이 있어요. 산재처리와 치료, 보상 등 처리할 일이 너무 많았죠. 6개월 정도 이리 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90% 정도는 해결할 수 있었어요.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장애급여나 요양급여, 국민연금 등을 모두 받고 치료가 종결돼 필리핀으로 돌아갔어요."
 
이주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하소연 하는 사안은 임금체불과 사업장 변경이다. 상담 일을 처음 시작할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현재도 3개 사업장이 폐업하면서 필리핀에서 온 노동자 16명이 임금과 퇴직금 등을 못 받아 사건이 진행 중이란다.  
 
다른 회사로 가겠다는 사업장 변경 요구도 자주 들어온다. "이주노동자들이 대부분 힘든 일을 하는데다 사업장 내에 언어 소통도 잘 안되니 불만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사업장 변경은 뚜렷한 사유가 없으면 사장이 OK해야 가능하니 이직이 쉽지 않죠."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상담을 맡고 있는 안티 씨의 말이다.
 

▲ 김해외국인력지원센터에서 설날 민속놀이 체험(왼쪽)과 한글수업을 받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요즘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여파가 크다. "임금은 오르지만 그 때문에 숙식비를 노동자들이 부담하게 한다든지, 보너스를 줄인다든지 하는 회사가 일부 있어서 하소연 하는 경우가 잦아요."
 
임금처럼 뚜렷하게 드러나는 문제는 아니지만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느끼고 또 불편하게 생각하는 게 사업장에서의 의사소통과 무시 당하는 느낌이다.
 
"사장이 차량으로 출퇴근 시키는 회사였는데, 어느 날 아침에 기다려도 차가 오지 않더래요. 그래서 걸어서 출근했는데 뒤늦게 회사에 온 사장이 아무 말도 없어서 불평을 좀 했다나요. 그 때문에 사장과 언쟁이 붙어서…"
 
사장은 아파서 출근시간에 차를 운행하지 못했다는 말이고, 노동자는 전화 한통 없이 차를 운행하지 않은 게 사람을 무시하는 것 같고, 그래서 그만두겠다고 하니 사장은 알아서 하라고 하고… 중국 담당 우금옥(40) 상담사는 양측을 중재하느라 애를 먹었다.
 
상담사들은 센터 내에서만 근무하는 건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이 급하게 요청하면 출장도 나가고, 출입국사무소나 노동청 등지에 정기적으로 가서 민원상담도 한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어가 서툰만큼 이들의 병원이나 관공서에서 이들의 도움이 없으면 일의 진행이 안 된다.
 
"그렇게 바쁘게 일이 몰려오지만 일이 잘 처리돼서 고맙다고 인사할 때가 가장 뿌듯하죠. 눈빛으로 알 수 있어요." 우 상담사의 말이다.
 
김해외국인력지원센터 천정희 센터장은 "힘든 상황에 놓인 이주노동자 말에 귀를 기울이고 최대한 도움을 주는 이들 상담사들은 우리 센터의 핵심 주역들"이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김해뉴스 /이정호 선임기자 cham4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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