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순형 선임기자

"대기업 하나 없는 것이 김해 경제의 현실입니다." 공업도시 김해에서 활동하는 경제인들로부터 심심찮게 듣는 이야기다. 인구 50만 명 시대에 접어든 성장도시 김해로선 뼈아플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김해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진 창원이나 거제, 울산 등 인근 도시와 탄생 배경부터 다르다. 우리나라가 산업화에 불을 댕기던 1970년대 중앙정부 차원에서 중화학공업 거점 도시로 선정됐던 창원과 거제, 울산의 배후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지역으로 출발한 도시가 김해였기 때문이다. 그런 태생적 한계 때문에 1970년대 이후 조선기자재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것이 오늘의 김해 경제다.

그렇다면 신흥공업 도시 김해의 미래는 토착 대기업 하나 없이 인근 도시의 눈치를 보는 하청 경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처럼 김해가 가진 지리적 특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마냥 주어진 조건에 안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글로벌경제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노력이 훨씬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광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완성차 유치 프로젝트다. 광주시는 4년 전부터 빛그린 산업단지 내에 연간 생산량 10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설립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총사업비 5천억 원을 투입해서 일자리 1만 2천 개를 창출하는 완성차 공장을 짓는 것을 목표로 삼는 프로젝트다.

노동자 임금을 현대자동차의 절반 수준인 연봉 4천만 원으로 제한하는 당근을 내세워 가격 경쟁력을 발휘하는 완성차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노동자에겐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사용자에게는 가격 경쟁력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지자체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거두는 노사정 윈윈 게임을 광주시가 추진하는 셈이다.

이 같은 광주시의 제안에 현대자동차가 지난 1일 400억 원을 투자할 의사를 표명하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은 상태다.

현대자동차가 공장 설립 예산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할 의향을 밝힌 상태에서 광주시가 나머지 80%를 신규 투자자 모집과 차입금으로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광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완성차 유치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될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지자체가 나서서 관내에 대기업을 유치해서 토착 중소기업에 일거리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시민들의 가슴에 비전과 희망을 심어주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아닐까.

말이 나온 김에 조선기자재와 자동차 부품 산업이 발달한 김해가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광주시의 완성차 유치 프로젝트를 롤모델로 삼으면 어떨까. 제조업이 발달한 김해경제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서 말이다.

미래는 꿈꾸는 사람의 몫이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대형 공업단지들과 거리가 먼 지역에 위치한 광주시도 완성차 유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그보다 훨씬 유리한 입지 여건을 갖춘 김해시가 못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단시일 내에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힘들다면, 현재 광주시가 진행 중인 완성차 유치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하는 자세라도 김해시 당국이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적극적인 자세로 앞서간 사례를 배우려는 자세가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준비작업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니던가.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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