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이 한국에 태어나 살며, 스리랑카 사람과 인연을 맺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적어도 김해사람들은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김해에는 스리랑카 출신 스님이 머물고 있다. 김해 동상동에서 절을 운영 중인 스님을 만나 봤다.
 
스님의 법명은 '해국(海國)'이다. 바다를 건너왔다는 뜻으로, 5년 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큰 스님이 지어준 이름이다.
 
실제 스리랑카는 바다에 둘러싸인 나라로 한국에서는 비행기로만 7시간 넘게 걸린다. 당연히 한국과는 문화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일단 사계절의 뚜렷한 구분이 없다. "한국에 와서 제대로 된 겨울을 처음 겪어 봤어요. 저는 오히려 좋던데요. 날이 차니까 공부에 집중하기가 더 쉽더라구요." 타국생활이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스님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해국스님이 처음 한국행을 택한 것은 불교 공부를 위해서였다. 11살 때 불교에 입문한 그는 타국의 불교문화가 궁금했다. 하지만 최근엔 이 '공부'가 뒷전으로 밀려났다. 스님이 스리랑카 근로자들은 돕는 일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탓이다. 현재 김해에 머물고 있는 스리랑카 출신 근로자는 모두 200여 명.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다. 스님이 김해에 절을 세우자 가장 환호했던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스님이 세운 '해국사'는 절 이상의 공간이다. 요즘 스리랑카 근로자들은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이곳으로 달려 온다. "사실 한국에서 외국인 근로자로 산다는 것은 어려운 점이 많아요. 말이 서로 안 통하니까. 힘들거나 아프다는 표현 자체를 못해 과로를 할 때도 많아요. 부당한 대우도 많이 받구요."
 
하지만 해국스님이 한국이나 김해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부당 대우를 받는 근로자가 있는가 하면, 한국인 사장이 스님을 찾아와 스리랑카 근로자를 잘 돌봐달라고 부탁을 하고 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스리랑카와 한국은 많은 점이 달라요. 하지만 각각의 장점이 있는 만큼 서로의 좋은 점을 배워나가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한국인의 부지런함과 열정은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리랑카 사람들은 아직까지 한국의 6·25전쟁 같은 큰 위기를 겪어 본 적이 없어 언제나 여유롭기만 하거든요." 스님이 웃으며 말했다.
 
해국스님은 최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절 운영 업무와 동시에 김해중부경찰서의 통역요원 등 스리랑카 근로자를 위한 활동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피곤한 내색 한번 내비치지 않는다. "부처를 모시는 사람은 원래 힘들거나 피곤하다는 말을 하지 않아요. 바람이 있다면 해국사가 스리랑카 사람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좀 더 번창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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