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 내부는 화사하고 따뜻한 분위기다. 손님 맞이 준비를 하고 있는 이주여성 바리스타들.


이주민 고용 위해 지난 2012년 설립
구직난 이주여성들 따뜻한 자립 터전

케이터링 서비스 등 사업 확대 고민
지점 추가 계획도… 독지가 성원 바라



김해시 동상전통시장 주변은 경남의 이태원이라 불리는 곳이다. 가게 간판부터 지나는 행인까지 이국적인 색채가 넘쳐난다. 그런 속에 '다문화카페 통'(대표 오미숙)이 자리잡고 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주민들과 관련된 공간이다. 이 카페는 이주여성 고용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회적기업이다. 지금 일하고 있는 바리스타 4명은 베트남과 필리핀 등지에서 온 결혼이주민들이다. 언어나 문화 차이 때문에 한국에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그들에게 바리스타라는 안정된 직업을 마련해주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안산 다음으로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민이 많이 사는 곳, 김해의 특성으로 봐서 정말 필요한 기업이 아닌가 싶다.
 
"오래전부터 커피 만드는 걸 좋아했는데 직업으로 할 수 있어서 기뻐요. 일하는 시간도 알맞아 아이들 키우는 데 어려움도 없고 주말에는 이주민들이 많이 찾아오니까 그들과 함께할 수 있어 즐겁죠." 결혼해 한국에 온 지 13년째인 김이랑(가명)씨의 말이다. 김 씨는 베트남에 살 때부터 커피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한국에 와서 1년 정도 배워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고, 다문화가정지원센터의 권유로 이 카페에서 일하게 됐다.
 

▲ 지난해 여름 김해시청 민원실에 개설한 ‘통 테이크 아웃’ 지점.

김 씨와 함께 일하고 있는 필리핀 이주여성 마리아(가명) 씨는 "인격적으로 대우받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다른 직장에 비해 아주 좋다."면서 "통 카페가 잘 되어 계속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수줍게 말했다. 
 
이주여성들이 마음 편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곳. 그런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이 되고 있지만 경영은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다. 지금은 무언가 새로운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4월에 사회적기업 지원이 끝났어요. 말하자면 졸업한 거죠. 이제 홀로서기를 해야하는 데 말처럼 쉽지 않네요. 어쨌든 새로 시작하는 기분입니다." 오 대표의 말이다.
 
'다문화카페 통'은 문을 연 지 6년이 지났다. 그동안 예비사회적기업 2년과 인정사회적기업 3년을 거치며 직원들의 인건비를 일정 부분 지원받아왔다. 그게 지난달부터 중단된 것이다. 5월부터 인정사회적기업은 유지하되 지원은 받지 않는다. 이제부터 벌어들인 돈으로 운영비와 관리비 그리고 6명의 인건비를 충당하고 식재료도 사야 한다. 처음부터 수익을 목적으로 만든 회사가 아닌 만큼 '벌어서 먹고 사는' 치열한 정글에 던져진 느낌이다.
 
"재료를 좋은 걸로 쓰다보니 원재료비가 많이 들어요. 그렇다고 가격을 갑자기 올리거나 질 낮은 재료를 쓸 수도 없잖아요."
 
이 카페의 한 달 매출은 대략 1천만 원 정도인데 이걸로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겨우 댈 정도이다. 재료비 몇백만 원이 매달 적자로 쌓이고 있다. "이 카페를 맡고 나서 제 사비도 적잖이 털어 넣었어요." 오 대표가 한숨 쉬듯 말을 얼버무린다. 그 적잖은 규모가 1억 원을 훌쩍 넘는다.
 

▲ 바리스타들이 원두를 볶고 있다.

'다문화카페 통'은 지난 2012년 초 문을 열었다. 지방선거 당시 다문화이주민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이었다. 오 대표는 초창기 몇 달이 지난 그해 6월게 부탁을 받고 자신에게는 생경한 카페 운영을 맡아왔다.
 
"이주민 취업이든 다른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지든 사회적기업들은 오래가진 못해요. 운영 경험도 부족하고 수익창출도 쉽지 않죠. 통카페도 예비사회적기업에서 인정사회적기업으로 넘어갈 때 행정 착오로 1년간 지원을 받지 못했는데 그때 너무 힘들어서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주변을 둘러보니 이주여성 일자리를 위한 사회적기업이 경남에는 통카페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마저도 문을 닫으면 이런 취지의 사업은 다시는 시도되지 않을 것 같았다.
 
힘들지만 명맥을 유지하다 지난해 여름 김해시청 별관 민원실에 지점인 '통 테이크 아웃'을 개설했다. 돌파구의 하나였는데 민원실인 만큼 손님은 있지만 커피나 음료 가격이 워낙 싸서 많은 도움은 되지 못한다. 
 
통카페는 홀로서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목 좋은 곳에 점포를 확보해 지점을 하나 더 내는 게 일차 목표다. 그 곳에 제빵기계를 들여놓고 직접 빵과 과자를 구워 커피와 함께 판매하면 수익률이 높아져 이주여성들을 더 고용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문제는 공간 확보. 기업형 커피솝과는 달리 거액의 임대료나 운영비를 댈 수 없는 만큼 취지에 공감하는 공공기관이나 독지가들의 성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사업방식도 다각화 하기로 했다. 우선 기업이나 관공서 그리고 사회단체 등을 대상으로 케이터링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펴나갈 생각이다. 기업이나 단체가 회의나 행사를 할 때 커피나 음료, 쿠키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더구나 카페 통이 입주하고 있는 건물 5층에는 다양한 행사를 열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장소 대여료가 없어 음료비만 내면 행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구상하고 있는 다른 일은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커피 바리스타 교육. 직원들이 모두 실전에 능한 바리스타들이고, 가게에 커피 볶는 기계도 있는 만큼 어렵지 않다. "이주여성들이 바리스타 기술을 배워 시내 커피솦에서 일자리도 얻을 수 있고 또 나중에는 자신의 커피솦을 낼 수도 있겠지요. 한가족이 된 이주여성들의 사회활동을 뒷받침해줄 수 있게 모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요." 오대표의 바람이다. <끝>

김해뉴스 /이정호 선임기자 cham4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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