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림으로 펼쳐낸 '가족'과의 관계

카툰서평집 <카페에서 책읽기 1, 2>를 펴낸 저자가 전업 작가가 된 뒤 첫 창작집 <애정만 있는 가족이 무슨 가족이라고!>를 내놨다.

'효녀 코스프레에 지쳐 좌절하고만, 이제 막 40대의 길로 접어든 딸의 이야기'라는 프롤로그의 내용처럼, 책은 가장 친밀하면서도 어쩌면 가장 무관심할지 모르는 가족과의 관계를 글과 그림으로 흥미롭게 펼쳐낸다.

가부장제 아래 권위로 똘똘 뭉친 아버지, 가족과의 소통 부재와 외부의 시선에 이중고를 겪는 딸들, 그리고 '동남아(동네에 남아도는 아줌마)' 취급받으며 평가절하되는 엄마 간에 펼쳐지는 끝없는 에피소드는 나 혹은 이웃, 친구의 이야기인 듯해 눈길을 쉽사리 뗄 수 없다.

가부장과 대화시도에서 저자는 실패의 결정적인 이유로 우리에게 '입'만 있었지 '귀'가 없었다고 토로한다. '무의식적으로 서로에게 상처 주며 영혼을 갉아먹는다'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귀'가 시급하다는 대목에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족, 여성 등 묵직한 주제를 무겁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낸 것은 저자만의 내공이다.

부산일보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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