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철진 생명나눔재단 사무총장

일곱 번째 실시되는 전국동시 지방선거 유세기간이던 어느 게으른 주말 아침, 이미 깨어버린 잠을 뒤척이며 억지 잠을 청하고 있을 무렵 차량 선거 유세 방송이 들려와 귀를 열었다. "저는 음주 전과가 없는 후보입니다. 전과 없는 저를 선택해 주십시오."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감당할 수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웃고 있는 동안 아내가 달려와 묻는다. "뭐가 그렇게 즐거워요?" 조금 전 일어난 사연을 설명했다. "얼마나 자랑할게 없으면." 어이없어 하며 아내가 돌아서 나갔다.
 
지방선거는 유권자인 지역주민이 다수의 후보자 중에서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을 구성케 하는 대표를 선출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발전을 위해 정책을 수립하도록 하는 선거이다.
 
또한 지방선거는 현재와 미래의 삶을 위해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그러기에 지역의 주요 현안과 시민들의 일상에 미치는 다양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중요 정책 쟁점으로 제기되어 이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책은 사라지고 낯 뜨거운 폭로와 의혹 부풀리기 등 상대 후보의 단점을 공격하여 표심을 얻으려는 낮은 수준의 선거문화가 또 다시 재현되었다. 특히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인물들이 떳떳하게 출마를 하는가 하면, 정체성은 고사하고 도덕성조차 상실한 후보들이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선거에 출마를 했었다. 결론은 어떠한가? 
 
지난 6·13 지방선거는 정책이 실종된 선거였다. 시민들의 바람을 후보들은 알지 못했으며 귀 기울이지 않았다. 선거기간 동안 일상의 시민들은 커피를 나눌 때에도,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도 지역사회에 필요한 정책들을 쏟아냈다. 깨어있는 시민들은 정책을 치열하게 토론하고 도출된 정책을 어느 후보가 진지하게 실현할 수 있을지를 점치고 표를 던졌다. 
 
시민이 정치인이고 유권자가 정치 소비자이기에 그들이 사회를 바꾸고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다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선거였다. 
 
6·13 지방선거에 당선된 후보들은 시민들의 입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선거 기간에 제시하지 못한 정책도 찾아내어야 할 것이다. 임기 이후 다음 지방선거에서 얼마나 지역주민의 행복과 지역발전을 위해 활동했는지를 다시 평가받을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선거철만 되면 연고를 따지고, 후보자들의 철학과 정책에 대한 평가보다는 이해관계로 표를 찍어주는 악순환을 반복해 왔던 유권자들이 크게 달라져야 한다. 후보들의 정책과 도덕성은 물론 그들이 속한 정당의 정책들을 면밀히 살피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건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국가의 균형발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선거 운동원들이 피켓을 흔들며 춤을 춘다. 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운동원들의 몸짓은 흥겹다. 혼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만 멋있게 보였던 6·13 지방선거의 아쉬움을 한 개비의 담배로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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