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너에게로 가는 저녁

하 영 란

너와 하나가 된다면
달구어진 몸으로 너에게
뛰어들고 싶다
보들하고 파릇한 이불에 싸여
돌돌 말려서
뜨거운 입김 속으로 들어가
너와 하나가 되고 싶다

네 깊은 곳으로 들어가
나는 녹아내린다
하나가 될수록
불을 머금은 열정이
네 안으로 가 타고 있다

네가 부르지 않아도
나는 너에게로 가고
다시 또 너에게로 가고 있는 저녁
밤은 어두워도 빛나고
또각거리는 목발 소리도
너와 함께라면
배추밭에 내리는 이슬이 된다



<작가노트>

“외로울 이유가 없다”

인간을 사랑하는 동물과 식물, 사물이 있다. 그것들이 나에게로 와서 나를 만든다. 그것들이 대자대비의 마음으로 나에게 와서 나와 하나가 된다. 수많은 것들이 나를 위해 달려왔다 아무런 불평 없이 와서 나와 하나가 되었다.

어느 날 나그네가 숲길을 걸어가다가 새끼가 있는, 몇날 며칠을 굶주린 호랑이를 만난다. 사냥할 힘마저도 없는 호랑이를 만난 것이다. 나그네는 바위에 올라서 자신의 몸을 기꺼이 던진다. 자신의 몸을 보시한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그네가 호랑이를 위해 몸을 아낌없이 던진 것처럼 수많은 것들이 나를 위해 아낌없이 몸을 던졌고 나는 그 덕분에 살고 있다.

우주는 나를 위해, 나는 우주를 위해 돌고 있다. 만물은 서로를 위해서 돌고 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외로울 이유가 없다. 나도 그에게로 다시 가야 한다.

 

▲ 하영란 시인


·경남 진주 출생
·2017년 시집 <다시 또 너에게로 가는 저녁>
·한국문인협회, 경남문인협회, 김해문인협회, 가야여성문학회 회원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