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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사 아픔 소설로 기록한, 한국의 발자크 '이병주'문학의 향기 - 이병주 문학관
  • 수정 2018.06.26 16:37
  • 게재 2018.06.19 16:54
  • 호수 378
  • 15면
  • 정순형 선임기자(junsh@gimhaenews.co.kr)
▲ 좌우 이념대립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지리산 자락에 자리잡은 이병주 문학관. 그 골짜기에서 살다간 민초들의 사연들을 기록하는 것은 '작가의 몫'이라고 이병주는 말했다.




일제강점기엔, 학도병으로 전쟁터
5·16 쿠데타 땐, 필화로 감옥 생활

좌우 이념 거부한 냉전시대 자유인
역사 폭력 피해, 관념세계로 망명

보수·진보, 모두 참여한 기념 사업회
새로운 대화 길, 모색하는 추모행사 




"나폴레옹의 앞에는 알프스가 있었다면, 나의 앞에는 발자크가 있다."
 
한국 근현대사를 문학적으로 기록한 사람.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식민지교육을 받고 자란 후, 8·15 광복으로 되찾은 조국에서 6·25 전쟁을 경험했던 아픔을 문학적으로 기록한 작가 이병주를 기념하는 문학관은 경남 하동군 북천면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작품은 골짜기를 기록한다."
 
문학관 입구에 새겨진 작가의 어록이 인상적이다. 강물처럼 도도하게 흐르는 것이 역사라면, 그 속에서 살아가는 민초들의 아픔을 기록한 것이 자신이 쓴 '소설'이라는 뜻일까. 
 
조그만 연못 뒤편으로 하얀색 기둥에 펜촉 모양을 한 조형물이 인사를 하는 문학관 마당을 지나서 들어간 전시실.
 
둥근 천장 아래로 커다란 만년필이 내려와 땅바닥에 글을 쓰는 모양을 한 실내 디자인이 이색적이다. 작가가 두 발을 딛고 살았던 땅 위에서 벌어졌던 사연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려고 노력했던 작가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 소설가 이병주가 살다간 발자취를 소개하는 연보.

 
전시실 벽면에는 소설가 이병주가 살다간 발자취가 연대별로 소개되어 있다.
 
'냉전시대의 자유인, 그의 삶과 문학'. 첫 번째 코너에 붙여진 타이틀부터 무게감이 느껴진다. 일제강점기에 학창시절을 보낸 작가가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학도병으로 전쟁터에 끌려간 사연부터, 8·15 광복 이후 좌우 어느 쪽에도 속하기를 거부하다 양측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경험이 상세하게 소개된다. 그런 상처를 안고 살아온 작가가 이념적인 자유를 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발자크, 지리산을 품다' 두 번째 코너에선 고등학교 교사와 대학교수를 거쳐서 언론계에 투신했던 이병주가 5·16 쿠데타 직후에 쓴 사설이 문제가 되어 2년 7개월간 감옥생활을 한 사연이 적혀있다. 바로 그 시절에 '한국의 사마천'이 될 것을 다짐하면서 작가로 변신하기로 결심하는 과정이 상세히 소개된다. 그런 배경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 데뷔작 '소설 알렉산드리아'라고 했다.
 
'끝나지 않은 역사, 산하에 새긴 작가 혼'. 세 번째 코너에 도착하면 작가의 대표작, '지리산'과 '산하', '관부연락선' 등에서 드러난 작가의 세계관과 개인적인 체험 등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역사의 폭력이 미치지 못하는 관념의 세계로 망명한 작가'라는 문학 평론가들의 표현과 함께. 
 

▲ 작가가 소설을 집필하던 모습을 재현한 서재.

 
'아직도 계속되는 달빛 이야기' 네 번째 코너에는 1992년, 작가가 세상을 떠난 후에 진행된 사연들이 적혀 있다. 보수 문인의 대표 격인 소설가 이문열과 진보적인 평론가 임헌영 등이 함께 참여한 이병주 기념 사업회가 결성되었다는 소개말이 인상적이다. 그 끄트머리에는 이병주 문학관이 해마다 진행하는 각종 추모 행사에 대한 안내문이 적혀 있다.
 
'찾아가는 이병주 소설 읽기',' 이병주 하동 국제문학제', '대학생 문학캠프', '전국학생백일장'….
 
무려 10개가 넘는 각종 기념행사가 열릴 때마다 국내외 수많은 문인과 작가 지망생들이 모여서 소설가 이병주의 작품을 읽고 그의 문학세계를 되새기면서 새로운 대화의 길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된다는 소개 글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식민지 시대에 이어 국토가 남북으로 나뉘어 좌우 이념대립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불행한 시대를 살다간 소설가 이병주. 비록 그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진정한 자유에 목말라했던 그의 정신만은 아직도 살아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삶의 언저리에서 빚어졌던 사연들이)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작가의 말과 함께
 
김해뉴스 /하동=정순형 선임기자 junsh@


*찾아가는 길
경남 하동군 북천면 이명골길 14~28.
김해대로(1.4㎞)를 타고가다 김해고속도로(106.2㎞)로 갈아탔다가 곤복로(9.7㎞)로 접어들면 도착한다. 약 1시간 40분 소요.

*관람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11월~2월은 오후 5시까지).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 추석은 휴관.
월요일이 공휴일이거나 연휴일 때는 그 다음날 휴관.
문의 055-882-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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