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활에서 상대적이라는 말은 자주 사용된다. 서로 비교하거나 상대될 만한 것이 없는 것을 절대적이라고 하는 반면 서로 맞서거나 비교되는 관계에 있는 것을 상대적이라고 한다. 예컨대 사과 한 개의 가격이 500원이고 배 한개는 1000원이라고 하자. 이 경우 사과의 절대가격은 500원이고 배를 기준으로 한 사과의 상대가격은 0.5(배의 반개)이다.

고전파 경제학자 영국의 데이비드 리카도는  두 나라 간 무역이 발생하는 원리를 비교생산비설로 설명했다. 예컨대 영국은 프랑스보다 밀과 포도주를 모두 싸게 생산할 수 있어도 밀을 포도주 보다 더욱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고 하자. 이 경우 영국은 비교우위 정도가 상대적으로 큰 밀을 생산해서 수출하고 프랑스는 비교열위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작은 포도주를 생산해서 수출하면 양국 모두 무역이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방의 산지에서 생산되는 과일 중에서 최상급품은 주로 수도권으로 보내지는 경향이 있다. 산지에서는 최상급품 과일을 사먹을 정도의 소비 수준이 안 되는 걸까. 아니면 '짚신 장수 헌신 신는다’는 속담처럼 산지 사람들은 최상급품을 너무 아끼기 때문일까.

언젠가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 시민이 '우리 지역의 크고 맛있는 사과는 외국으로 수출이 되는가, 아니면 동부지역 대도시로 가는 걸까. 도대체 왜 이 곳에서는 작고 마른 것들만 팔리고 있는가'라고 불평했다. 시 당국자도 답변을 머뭇거리고 있을 때 어느 경제학자가 다음과 같은 그럴듯한 경제 원리로 대답했다.

산지에서 사과 한 개의 최상급품이 1000원이고 중급품은 500원이라고 가정하자. 산지에서 사과의 최상급품과 중급품의 상대가격은 1000원 대 500 원 즉, 2대 1이다.  산지에서 서울까지 사과 한 개당 운송비는 등급에 상관없이 동일한 500원이라고 하자. 서울로 올라온 사과의 최상급품은 1500원, 중급품은 1000원이 되어 상대가격은 1500원 대 1000원 즉, 1.5대 1이 된다. 서울 소비자들은 산지의 소비자들 보다 최상급품의 상대가격을 저렴하게 느낀다. 따라서 최상급품의 선호도가 서울이 산지 보다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생산자는 수요가 많은 서울로 최상급품을 보낸다. 게다가 수도권 소비자들의 소득수준이 일반적으로 높기 때문에 사과의 가격 인상까지 할 수도 있다. 반면 생산자는 중급품이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지는 지방 산지에서 중급품의 출하량을 늘린다는 것이다.

신생아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체중이 비교되고 학교생활에서는 학생들의 치열한 상대평가가 이루어진다. 오죽 했으면 선망의 대상인 공부 잘하고 완벽한 엄마 친구의 '엄친아'와 '엄친딸'까지 생겨났겠는가. 취업시험에서는 살인적 경쟁의 상대평가가 이루어지고 결혼 후에는  배우자를 주위 이웃의 배우자들과 곧잘 비교한다.

우스갯 일화로 힐러리와 클린턴이 함께 운전하고 가다가 주유소에서 일하고 있는 힐러리의 남자 동창을 만났다. 클린턴이 '당신 저 친구와 결혼했다면 주유소 직원의 아내가 됐겠군' 하자 힐러리는 '아니죠. 저 사람이 나와 결혼했다면 미국 대통령이 되었겠지요' 라고 했다.

천재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도 '내가 생각하는 1초의 길이와 상대방이 생각하는 1초의 길이는 서로 다르다'고 한다. 사랑 또한 늘 상대적이다. 누군가에게는 엄청 차가운 사람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더 없이 따뜻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목전에 둔 풍요로운 생활 속에서도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하위권에 머문다. 행복을 오로지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타인과 비교해서 상대가치를 정하고 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어리석음의 탓이 아닐까. 김해뉴스 / 강한균 인제대 명예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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