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연 A.I(인공지능)가 주도하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더 정확하게는 A.I의 등장으로 인한 직업의 종말이 광범위하게 진행된다면 필자가 하는 일(자산관리) 속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단순히 실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한 A.I가 창출할 수 있는 수익률이 더 뛰어나다면 직업의 의미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로보어드바이저, A.I알고리즘펀드, A.I헤지펀드까지 출시되어 필자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몇 십년 동안은 대체 가능한 직업군이 되지 않을 듯 하다. 이미 시장에는 퀀트와 시스템매매라는 것이 있다. 여기서 퀀트(Quant)란 영어로 Quantitative의 약자로 계량적이라는 뜻이다. 방대한 데이터의 해석과 여러 가지 금융공학으로 감정이 배제된 로직(방법)들로 투자하며 시스템이 매매하는 투자기법이다.

실제로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유행한 적이 있지만, 퀀트투자 역시 서브프라임 위기 속에서 다른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크나큰 손실을 기록했고 지금 명맥을 이어가는 곳도 손에 꼽힐 정도다. 시장 심리에 휩쓸리지 않고 검증된 로직에 따라 시스템매매를 하는데 왜 손실이 난 걸까?

첫 번째는 유기적인 시장의 성격 때문이다. 주식시장과 종목의 움직임은 모든 변수와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다. 완벽한 데이터 분석은 적어도 과거에서 현재까지만 가능함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시스템에 다 반영하여 투자할 수 없다. 새로운 로직 또한 탄생하는 순간 옛 것이 되어 버린다.

두 번째는 만약에 모두 완벽한 A.I라면 거래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매매라는 것은 한쪽은 팔아야 하고 반대쪽은 사야 하는 것인데, 완벽한 A.I만 있다면 가장 이성적인 투자를 했을 것이므로 파는 행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는 결국 역사적인 데이터를 해석하고 로직을 설계하는 주체가 현재의 사람이라는 것이다. 본인이 경험했던 혹은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기법이 로직에 일정부분 반영 될 수 밖에 없다.

피터린치는 ‘이기는 투자’라는 책에서 '종목선정은 예술인 동시에 과학'이라고 명명하고, 한쪽에 치우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우뇌적 사고로 느낌만으로 투자를 하는 것을 경계했고, 좌뇌적 사고로 대차대조표 더미 속에서만 종목에 집중하지 말라며 조언을 했다. 예술과 과학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것은 A.I가 아니라 인간이다. 예술인 동시에 과학인 투자. 남의 일로 치부하거나 A.I에게 양보하지 말고 독자가 주인공이 되시길 바란다. 혹시나 독자가 가장 완벽한 A.I인지도 모른다.
김해뉴스 /동상훈 DB투자증권 양산지점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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